종이 신문, 발등에 불 떨어졌다
  • 반도헌I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3.01.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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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협회 조사 종합일간지 유가 부수 일제히 감소 경제지도 마찬가지…매체 환경 변화에 대처할 방안 모색할 때

종이 신문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유력 종합일간지는 물론이고, 대다수 인쇄 신문의 유료 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지난해 12월14일 발표한 ‘2011년 신문 부수 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개 종합일간지의 유료 부수는 6백14만5천87부, 발행 부수는 8백68만3천1백35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ABC협회는 2010년부터 일간 신문 유료 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상위 20개 종합일간지는 전년에 비해 유료 부수에서 7.1%, 발행 부수에서 1.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들이 발행 부수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했지만, 실제 독자들의 손에 들어간 ‘유료 부수’ 감소를 막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조·중·동도 모두 유료 부수 줄어들어

국내 종합일간지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많이 구독한 인쇄 신문은 1백35만3천1백59부를 기록한 조선일보였다. 그 뒤를 중앙일보(유료 부수 94만3천8백60부)와 동아일보(유료 부수 74만9천7백92부)가 따랐다.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3대 종합일간지와 다른 종합일간지의 유료 부수 격차는 컸다. 한겨레가 유료 부수 21만7백21부를 기록했고, 경향신문이 18만7천3백84부, 한국일보가 17만4천7백97부, 국민일보가 14만5천4백94부, 문화일보가 13만5천6부, 서울신문이 11만3천2백81부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5만9천1백33부로 10대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10만부 이하의 유료 부수를 기록했다.

경제지 가운데서는 매일경제가 58만1부로 가장 많은 유료 부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34만8천2백59부로 2위를 지켰다. 이 둘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제지는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었다. 3위를 한 서울경제가 5만2천1백47부에 그치는 정도였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전체 일간 신문 가운데서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전년의 13만3천4백30부에서 약 1천6백부 정도 소폭 상승한 문화일보를 제외하면 모든 종합일간지가 지난해와 비교해 유료 부수가 감소했다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3대 종합일간지 가운데 특히 동아일보의 추락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전년에 비해 약 4만부 정도의 감소를 기록했다면 동아일보는 약 11만5천부 가까이 급감했다.

중위권 그룹의 순위 변동도 눈에 띈다. 2010년 20만부를 약간 상회하며 비슷한 유료 부수를 기록했던 한겨레, 국민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가운데 20만부 이상을 유지한 것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는 5위와 7위 자리를 서로 맞바꾸었다. 특히 국민일보는 31% 가까이 급감하며, 8위 문화일보와의 격차가 6만6천부에서 1만부로 확 줄었다.

종이 신문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ABC협회의 발표에 대해 신문업계의 반응이 비교적 차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이 신문들의 유료 부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부에서는 종이 신문의 쇠퇴를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감소세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것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신문사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줄어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 강화라는 긍정적 방법보다는 유료 독자 확보를 위한 이전투구의 형태로 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을 구독하면 자전거·선풍기 같은 경품을 제공하는 악습이 형태를 달리한 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신문을 일정 기간 유료로 구독하면 그 이후 무료로 일정 기간 배달하는 식이다. 서울의 한 신문보급소 담당자는 “1년 유료 구독하면 1년은 무료로 배달하는 형태로 독자를 확보한다. 종합일간지를 구독하면 스포츠신문이나 경제신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묶음 판매도 이루어진다. 일부 보급소의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현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도 독자 확보가 쉽지 않아 추운 날씨이지만 독자 확보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방법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2012 세계신문협회가 발행한 ‘세계 신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40% 이상이 뉴스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이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환경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데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미디어 환경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로의 이동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들이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한 풍경이다.

신문들이 놓인 지하철 가판대. 2011년에 대다수 종이 신문은 ‘유료 부수 감소’라는 위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임준선
“생사 갈림길 직면…유료화 모델 찾을 때”

전문가들은 결국 종이 신문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변신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종이 신문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디지털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만큼 이에 발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로의 변신에 성공하려면 유료화 모델을 찾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유료화 모델을 찾기 위한 실험은 국내보다는 해외 언론사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은 온라인을 통한 유료 독자 확보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전체 발행부  수 2백30만부로, 전년에 비해 9.4% 성장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온라인 유료 독자가 79만4천명으로 종이 신문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행 부수에서는 성장했다. 전체 3위를 기록한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구독자 89만6천명, 오프라인 구독자 71만7천부로 유력 일간지 가운데 온라인 구독자가 오프라인 구독자를 상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일정 수의 기사만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기사부터는 유료 결제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페이월(paywall) 모델을 채택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사이트액세스(site access) 모델을 선택해 성과를 내고 있다. 기사 일부만 무료로 읽고 전체 기사를 보기 위해서는 결제를 해야만 하는 방식이다. 유료화 채택 이후에 트래픽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수익성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아이패드를 이용한 구독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사례를 국내 언론사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 해외에서 성공한 유료화 모델을 가져오더라도 미디어 환경과 각 신문사의 브랜드 파워 등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뉴스 콘텐츠 소비는 주로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속보 경쟁과 유사 뉴스의 범람으로 이어지면서, 언론사 간 콘텐츠 차별화가 이루어지기 힘든 환경이다. 이로 인해 국내 신문사들은 아직 유료화 모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이 신문 유료 부수 감소가 현실이 되고 있는 만큼 국내 상황에 걸맞은 유료화 모델을 찾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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