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에 ‘기부 천사’가 들어 있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1.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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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팔로워’ㆍ페이스북 ‘좋아요’ 터치하면 기부 완료

요즘 지하철을 타면 진풍경이 연출된다. 승객들이 너나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다. 손놀림도 빠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스마트폰 자판 누르기’ 경진대회를 벌이는 것 같다.

‘도대체 뭘 하고 있기에…’ 슬쩍 곁눈질을 해보면 대부분 페이스북·트위터·미투데이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푹 빠져 있다. 버스에 탄 승객들도 비슷한 풍경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대중에게는 ‘필수품’이 되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넘는 3천만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모바일 대중화는 세태를 바꾸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부 문화’이다. 특히 SNS에서는 기존의 기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부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소액을 내더라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주머니에서 돈을 내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다.

ⓒ 굿네이버스 제공
돈 없어도 ‘SNS 기부’ 가능

트위터 팔로워나 리트윗(RT)을 하고, 페이스북 ‘좋아요’만 눌러도 100원, 2백원, 1천원이 기부된다. 댓글 하나만 올려도 100원을 나눌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처럼 SNS에서 펼쳐지는 ‘기부 세상’은 놀랍고도 신기하다.

SNS에서는 누구든지 ‘기부 천사’ ‘기부 왕(王)’이 될 수 있다. 자영업자인 박상현씨(39)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5천여 명에 달한다. 트위터 팔로워는 1만5천명, 페이스북 친구는 1천여 명이다.

박씨는 개인 블로그에 기부 위젯 두 개를 달아놓았다. 하나는 콘텐츠 저작자를 후원하는 ‘네스커’의 기부 위젯이다. 그는 평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후진국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태화복지재단에서 추진하는 ‘캄보디아 바탕범 지역 희망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블로그에 기부 위젯을 다는 방식이다. 박씨의 블로그에 찾아온 방문자가 위젯을 클릭하면 후원 기업에서 회당 100원을 지원한다. 10명이 클릭하면 1천원이 지원된다. 모금액이 다 채워지면 재단에서는 그 돈을 바탕범 지역 주민들의 복지에 쓸 예정이다.

기자가 기부 위젯의 ‘후원’을 클릭해보니 후원 메시지창이 뜬다. ‘보내기’를 누르니 기자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메시지가 보내졌다. ‘광고 보고 후원하기’를 누르면 후원 기업의 광고가 뜨고 메시지가 보내진다.

그러니까 ‘100원의 행복’은 ‘블로거-방문자-기업-기부단체’가 함께 만드는 ‘공동 기부 프로젝트’인 셈이다. 블로거는 블로그에 위젯을 다는 방식으로 정기적인 기부를 하고, 방문자는 클릭 한 번으로 기부에 동참한다. 기업은 소액을 지원함으로써 마케팅에 나설 수 있다.

박씨는 또 블로그에 포털 사이트 다음(Daum) ‘희망나눔’의 일환인 ‘아동 시설 보일러 교체 모금’ 위젯을 달았다. 블로그에 위젯을 달자마자 다음에서 1천원을 후원한다. 방문자들이 해당 위젯에 댓글을 달거나 페이스북 등에 보내기를 하면 100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많은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SNS 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기부단체는 기존의 기부 채널을 다양화했다. 특히 ‘SNS 기부’를 강화했다. 국제 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2011년에 국내 최초로 SNS 전용 기부 캠페인 ‘소셜 100원의 기적’을 론칭했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지만 트위터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 ‘100원’은 껌값도 안 된다. 하지만 저개발국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한 끼’를 먹일 수 있다. ‘천원’이면 이 아이들이 3일 동안 끼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금액이다. 굿네이버스가 ‘100원의 기적’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셜 100원의 기적’은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기부 캠페인이다. 유저들이 소액 기부에 참여하고, 친구들에게 이와 관련된 소식도 전할 수 있다. 즉 ‘전파력’이 아주 강하다. 유저가 직접 SNS 친구들과 공동으로 모금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SNS 기부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까. 굿네이버스측은 “지난해 12월20일까지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4천39명이며, 모금액은 3천4백여 만원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기업 후원금을 제외한 2천1백50만원이 일반 후원자들의 후원금이라고 한다. 즉, SNS 유저들이 ‘21만5천번’을 클릭했다는 계산이 된다. 이것만 보아도 십시일반으로 모아 거대한 탑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나도 기부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소셜 100원의 기적’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페이지에서 직접 ‘후원하기’ 창을 클릭해 정기 또는 일시 기부에 참가하는 방법과 ‘내가 만드는 기적’을 신청해서 친구들의 댓글 수만큼 프로젝트 기금을 적립했다가 일시로 기부하는 방법이다.

SNS 기부를 통해 희망을 찾은 사람들. ⓒ 다음 아고라 ‘희망해’
‘100원’은 저개발 국가 아동 한 끼 밥값

기부금을 더 늘리고 싶다면 내 페이스북 담벼락이나 트위터 리트윗(RT)을 통해 관련 소식을 알리면 된다. 굿네이버스는 올해 들어 ‘30일의 약속’을 신규로 개설했는데, 이 캠페인에 참가한 SNS 사용자는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한 후 매일 실천해야 한다.

SNS 기부는 오프라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SNS 유저가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SNS 활동을 통해 기부금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때 유저의 활동에 따라 후원금이 모아지는데 ‘돈줄’은 기업이다. 기업이 기부단체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SNS 유저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식으로 SNS 기부가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기업이 자체 기부 캠페인을 개발해 자발적 기부에 나설 수도 있다.

사실 기존에 이루어졌던 기부는 기부금 액수만큼 홍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생색내기 기부’나 ‘이벤트성 기부’에 그치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부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기업에서는 기부금 액수를 놓고 몰래 속앓이를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SNS 기부’는 이런 부담을 단번에 떨쳐버릴 수 있다.

기업은 여러 면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가 있다. 우선 적은 금액으로 기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페이스북 친구로 가입할 때 한 건당 100원을 기부한다고 보면 1천만원이면 무려 ‘10만명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부도 하고 유저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사 제품의 홍보나 마케팅이 가능하다.

또 유저가 해당 기부 위젯을 클릭할 때마다 기업의 이미지나 상품이 노출된다. 여기에다 기업의 이미지까지 좋아지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갈수록 ‘SNS 기부 마케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체 ‘기부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연말 각 기업들은 SNS 기부 캠페인을 경쟁적으로 벌였다. SNS에서 모금된 기부금은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내가 SNS 활동을 통해 확보한 기부금이 누구에겐가 희망이 되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100원’ ‘1천원’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깜깜한 절망의 터널에 갇혔던 사람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냈다. 병원비가 없어 죽어가던 어린이에게는 생명의 불꽃을 선사했다.

2009년 6월16일에 태어난 김주현양(가명·3)은 태어나자마자 ‘신경모세포종’이라는 소아암 판정을 받았다. 2011년부터는 간질성 폐장애 진단도 받아 폐 조직의 일부를 떼어 검사도 받았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다른 종양 검사도 시작할 수 없는 상태였다.

튜브를 연결했을 때 생긴 기형으로 인해 스테로이드 약도 복용하고 있어 주현이의 몸은 자꾸 붓고 아파만 갔다. 주현이 아빠는 이런 딸과 아내를 남겨놓은 채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48일 동안의 입원비만 1천만원, 주현이 엄마 혼자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이었다. 그러자 주현이의 후원자를 자청한 사람이 지난해 5월 다음 아고라 ‘희망해’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측은 네티즌 서명과 모금 심사 과정 등을 거쳐 1천4백16만원의 모금액을 정했다. 그런 후 5월29일부터 ‘엄마, 아파서 미안해요! 주현이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소아암 어린이 병원비 마련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모금을 시작한 지 4일 만에 5천1백22명이 참여했고, 당초 모금액을 초과한 1천4백20만원이 모였다. 후원금은 주현이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주현이 병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힘든 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주현이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에는 일명 ‘아롱이 엄마’가 살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유기견들을 한 마리, 두 마리 거두어서 키웠다. 이렇게 유기견들을 보살피다 보니 어느덧 100마리로 늘어났다. 개를 키울 견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롱이 엄마는 돼지 축사에서 유기견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곳에는 물도, 불도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하루에 라면 한 개로 끼니를 때우며 유기견들을 자식처럼 보살폈다. 개들에게 사료를 먹이기 위해 오전에 나가 밤늦게까지 길에서 폐품을 주워 팔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돼지 축사마저 주인에게 내주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다행히 새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어렵게 구했지만 유기견들이 머무를 곳은 없었다. ‘아롱이 엄마’의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한 시민이 다음 ‘희망해’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측은 지난해 4월21일부터 10월30일까지 6개월 20일 동안 ‘도와주세요! 돼지 축사에서 사는 유기견 백마리와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희망 댓글을 달면 100원을, 위젯을 달면 1천원을, 트위터에 보내기를 하면 100원을 후원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총 5천6백57명이 참여했고, 1천4백85만원이 모였다. 다음측은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기금을 집행했고, 냄새 나고 지저분한 축사의 땅을 고르고 시멘트로 마무리해서 견사를 지었다. 아롱이 엄마는 더는 축사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었고, 유기견들도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았다.

처음 모금을 요청했던 닉네임 물망초는 “다른 분들이 보내주신 것과 아주머니께서 일부 대출을 받아 부족한 금액은 모두 충당했다. 모두 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이만큼 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이 없던 베트남 시골 마을 도서관에는 책장과 신간 도서 6백권을 구입하게 해주었다. 예산이 없어 세계농아인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던 한국 농아인 축구 선수단이 있었다. 그런데 익명의 기부자들이 SNS 활동 등을 통해 2백30만원을 모았고, 이 돈을 비행기값에 보태 가까스로 태극 마크를 달 수 있었다. 이들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기부자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런 것들이 인터넷, 모바일, SNS가 바꾼 새로운 ‘기부 세상’이자 ‘희망 나눔’이다. 


기자가 ‘SNS 기부’ 직접 체험해보니… 

기자는 SNS 기부 세상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1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얼마나 기부가 가능한지를 실험해보았다. 먼저 개인 블로그에 기부 위젯을 다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자는 다음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우선 다음 블로그-위젯뱅크-희망나눔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짓는 기부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위젯을 다는 동시에 1천원을 다음에서 기부했다. 이 프로그램은 5백만원을 목표로 1월11일까지 진행된다. 모금이 종료된 후 다른 기부 위젯을 달 경우 1천원을 또 기부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음 아고라 ‘희망해’로 들어가서 ‘소아암 환자들 가정’의 기부 행사에 참가했다. 다음 요즘에 ‘소아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보내니 100원이 기부되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다음과 연동해서 같은 방식으로 퍼뜨렸더니 각각 100원씩 2백원이 추가로 기부되었다.

이렇게 해서 10여 분 만에 SNS를 통해서만 총 1천3백원을 기부할 수 있었다. 저개발 국가의 아이들에게 13끼니를 먹일 수 있는 금액이다. 블로그에 단 기부 위젯을 클릭하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보낸 메시지를 또 다른 누군가가 옮겨간다면 기부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처럼 ‘SNS 기부’는 유저의 활동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기부 금액을 높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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