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범죄 심리’ 분석해보니…
  • 표창원│범죄심리학자 ()
  • 승인 2013.01.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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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의 범인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같은 사건에 대해 범죄심리학에서는 ‘다중살인’이라고 한다. 한꺼번에 다수의 사람을 살상하는 범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방화나 차량 질주 등에 의해 행해졌다.

대개는 인격장애나 정신질환 혹은 약물 중독자의 소행이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주택 등 제한된 공간 내에서 벌어져 인명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미국 등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주로 총기에 의해 학교나 음식점 등 다중이 운집한 장소에서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1966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구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래 1990년 뉴욕의 한 나이트클럽 방화로 87명이 숨진 사건이 ‘비정치적 다중살인’ 중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가 이같은 기록을 훨씬 뛰어넘게 되었다. 다중살인의 범인들은 대개 평소 화를 잘 내고 대인관계에 서투르며 과격한 성향을 나타내는 성격 이상자로, 자신이 겪는 고통과 실패의 원인을 ‘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며 세상을 혐오한다.

또 남들은 자기와는 달리 부당한 혜택을 받아 즐겁게 잘 산다는 생각과 함께 보복 심리를 갖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 참사의 범인 역시 자신이 겪은 좌절과 질환의 탓을 사회에 돌리며 반사회적 보복 심리를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범인이 앓은 우울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망상, 충동조절장애, 편집증 등 정신병적 증상으로 악화되어 자살이나 공격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주위의 냉대와 함께 방치 상태에 처해 있을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우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체험한 셈이다. 우리는 차량 질주와 연쇄 방화 등 비극적 사건을 이미 겪었으면서도 사건 발생 직후에만 떠들썩했을 뿐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는 미흡했다.

1990년대 여의도 차량 질주 사건 뒤 정부는 ‘정신보건법’을 제정해 중증 정신질환자의 수용과 보호를 법제화했지만 정작 위험한 인격장애자의 치료와 관리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조금만 감기가 걸려도 병원을 찾으면서, 이유 없이 화가 나고 공격적인 태도나 심한 불안 증세를 겪을 때 부담 없이 찾을 만한 심리 치료 시설은 갖추지 않고 있다.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추적하고 관리하느라 법석인 보건 당국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중증 공격성 성격장애자에게는 무관심하다. 미국에서는 전체 살인 중 다중살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70년대의 3%에서 1990년대 이후에는 4%로 늘어났으며,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 방법과 장소도 대량 살상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물론 급격한 사회 변동과 익명화, 빈부 격차 등 사회 전체적인 영향도 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 심리·정신적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보호, 관리 체계의 부재와 함께 주위의 상처받은 이들을 포용하고 감싸 안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에 있다. 당국은 물론 사회 전반의 각성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비극이 언제 어디에서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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