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진화, 끝이 없다
  • 최연진 I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3.01.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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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CES 2013에서 극고화질 TV 잔치 방송사 콘텐츠 확보 발걸음 빨라졌다

TV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한동안 영상을 입체로 보는 3D TV가 대세이더니 지난해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TV 바람이 불었다. 올해에는 또 다른 TV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최강의 고화질로 불리는 일명 ‘울트라TV’, 즉 극고화질(UDTV)이다. UD(Ultra Definition) 또는 UHD(Ultra High Definition)로 불리는 울트라TV는 화질이 기존 초고화질(풀HD) TV보다 4배에서 6배 이상 좋다.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는 풀HD TV는 화면 해상도가 1920x1080이다. 즉, 가로 줄과 세로 줄이 1920개와 1080개로 구성되었다는 얘기이다. 이를 가로줄 화소 수를 따서 ‘2K 영상’이라고 부른다. UDTV에서는 화면 해상도가 4096x2160, 즉 4K로 크게 늘어난다. 그만큼 화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단순히 수치만 들어서는 얼마나 좋은지 감이 오지 않지만 일반 풀HD TV와 UDTV를 비교해 시연해보면 깜짝 놀랄 만큼 화질이 다르다. 마치 예전 아날로그 브라운관 TV와 요즘 풀HD TV를 비교하는 것만큼 화질 차이가 크게 난다. 극장에서 보는 아주 선명한 영화 화면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1월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는 한마디로 UDTV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TV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UDTV를 쏟아냈다. 세계 1위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 소니 등이 50~110인치 UDTV를 선보였다. 시장의 선행 지표나 다름없는 CES 특성을 감안하면 향후 세계 TV 시장이 UDTV로 바뀔 것이라는 암시나 다름없다.

UDTV의 화면이 보통 50인치를 넘어가는 이유는 아주 선명한 화질 때문이다. 화면이 작으면 화질이 아무리 좋아도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어지간한 동영상도 화질이 좋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UDTV의 화질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최소한 50인치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TV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다. TV가 아무리 좋아봐야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3D TV가 의외로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이유도 콘텐츠의 부족 탓이었다. 현재 3D TV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3D 블루레이 정도인데 제한적이고, 본격적인 3D 방송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일반 방송보다 더 많은 카메라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3D 콘텐츠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방송용 3D 콘텐츠가 적어서 3D TV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UDTV도 이러한 우려가 있어서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UDTV용 콘텐츠 준비에 들어갔다. KBS는 지난해 UDTV 실험 방송을 하면서 드라마 <추노>를 UD 드라마로 다시 방영했다. <추노>는 초고해상도인 4K 영상으로 촬영한 드라마이다. 보통 HD 영상이 2K,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4~8K 영상이다. 따라서 <추노>는 UDTV로 본격 방영할 경우 극장에서 보는 듯한 깨끗한 화질을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아랑사또전> <각시탈>과 여수엑스포 특집 프로그램 등이 모두 UDTV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UD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1월4일 84형 울트라HD 디지털 사이니지 2대를 라스베이거스 맥캐런 국제공항에 설치했다. ⓒ LG전자 제공
케이블TV에서도 2년 후 방영 목표

케이블TV에서도 UD 방송에 미리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CJ헬로비전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1월2일부터 케이블방송망을 통해 UD 시험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UDTV가 인터넷TV(IPTV)를 누를 수 있는 차별 요소가 되리라고 보고 있다. 인터넷으로는 4K에 이르는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케이블방송업계는 방송 전용 케이블망을 통해 4K 영상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면 충분히 IPTV를 누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이 UDTV 방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NHK는 1995년부터 UDTV 방송 기술과 콘텐츠를 연구했으며, 지난해 열린 런던올림픽을 UD 방송으로 시범 중계했다. 일본은 4K 방송에 이어 8K 방송으로 영상을 두 배 이상 선명하게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UD 방송은 실시간으로 오가는 데이터가 많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얹어서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TV를 보며 전자상거래를 하고 다중 음성을 지원하는 식이다. 현재 CJ헬로비전이 실시하는 UD 시험 방송이 22채널의 서라운드 효과를 지원한다. 즉, 전후좌우 중앙과 서브우퍼 등 5.1채널이 아니라 소리의 방향을 무려 22군데로 나눠서 입체적인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화면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면 날아가는 방향을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극장에 설치된 서라운드 시스템에 버금간다.

그렇다면 UDTV의 본 방송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아직 지상파 방송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으나 케이블TV는 2015년 본 방송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방향이 UDTV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부사장은 “현재의 HD 방송을 잇는 차세대 영상 기술은 UDTV 기술”이라며 “가정에서도 극장에서와 같은 영상을 즐기는 진정한 안방극장 시대가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코앞의 기술은 아니니 당장 UDTV를 살 필요는 없다. 당장 사기에는 가격도 비싸다. 50인치대가 보통 1천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여기에 2천만원을 넘어가는 80인치, 1백10인치 TV를 설치하려면 그에 맞는 공간도 필요하다. 서라운드 음향을 즐기기 위한 스피커와 AV 리시버 등의 부대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와 함께 디스플레이 패널을 연구하는 업체들이 최근 기술 개발에 착수한 작업은 바로, 접는 TV이다. 80인치·1백10인치 화면의 TV를 어떻게 운반해 설치할 것인가. 어지간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대화면으로 고화질을 즐길 수 있는 UDTV가 몰고 올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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