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하나 함세”
  • 권대우 발행인 (daw0615@sisapress.com)
  • 승인 2013.01.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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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럽다. 그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그의 신분이 당선인으로 바뀌었을 때 큰 기대를 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너무 권위주의적이지는 않는지, 대선 기간 중 제기되었던 불통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 60%가 직무 수행을 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너무 자만하다가 허를 찔릴 수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나 자신만의 판단 오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수위가 구성되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조짐들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다. 전달된 쪽지를 들고 나와 읽기만 하는 모습, 기자들에게 반말을 하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 꼭 설명해야 할 부분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돌아가는 내용을 잘 알면서 설명하고, 대응해야 할 대변인이 왜 저렇게 모르는 걸까? 혹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아닐까? 인수위 취재가 북한을 취재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기자들만의 푸념으로 넘겨야 할까? 저간의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확실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질 경우 국민 불신을 가중시킨다. 자칫 언론들의 과열 취재 경쟁이 부작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함구령이 내려지고, 확정된 것만 발표해 신뢰를 높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인수위원장이나 대변인이 쪽지 한 장 들고 나와 배경 설명을 생략한 채 읽어버리고 마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경중을 가려 설명할 것은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꼭 필요하다면 납득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양해를 구하면 된다. 박당선인에 대해 큰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장의 코드>.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젠하워의 소통법이 눈길을 끈다.

-사회에 있을 때 뭐 했나? “입대 전에 농사를 지었습니다.”

-좋구먼. 나도 그랬다네. 뭘 키웠었나? “밀을 재배했습니다.”

-그래? 부탁 하나 함세. 전쟁이 끝나고 나면 자네 농장에 취직하러 가겠네.

그가 병사들과 나눈 대화는 이런 식이다. “자네들에게 부탁 하나 함세. 내가 하루빨리 낚시라도 하러 갈 수 있도록 어서 이 전쟁을 끝내주게.” “여러분이 바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사람이네.” “보통 지휘관들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병사들과 대화하지. 하지만 나는 그 반대일세. 여러분이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네.” 

당선인에게 아이젠하워의 소통법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군을 통솔할 때와 당선인의 소통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짜증 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모르쇠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부탁 하나 함세. 갈등의 시대, 경제 위기 종결을 위해 지금 모든 지혜를 모으고 있으니 결론이 날 때까지 좀 기다려주게. 그것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네.” 이렇게 당당하게 언론 앞에 한 발짝 더 다가서서 진솔하게 소통하는 모습에서 박당선인의 리더십은 더욱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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