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카드’ 뒤에 숨은 ‘청문회 노이로제’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3.01.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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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총리 후보자 지명 막전막후

 “아… 또 한 방 맞았구나!”

1월2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기자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가 내뱉은 탄식 섞인 말이다. 사정기관뿐만 아니다. 언론사 기자들도 박당선인의 ‘깜짝 인선’에 “또 당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숨 가빴던 지난 한 달, 총리 인선 막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박근혜 ‘방콕’ 비밀은 ‘전화 검증’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당선인의 지난 한 달간 행적은 어느 때보다 ‘정중동’이었다. 박당선인은 공식 일정을 국빈 면담 등 꼭 필요한 자리로 최소화하고, 통의동 집무실과 삼성동 자택을 오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는 과거 주요 인선이 있을 경우 잠행을 선택하던 그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이번 총리 후보자 지명을 하루 앞둔 1월23일 자택을 나선 그의 외출은 닷새 만이었다. 박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인선을 앞두고 유달리 조용한 행보를 보이자, 이를 두고 ‘밀봉 인선’에 이어 ‘방콕(방 안에 콕 박혀 있기) 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그는 자택에 머무르면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박당선인과 밀접하게 일한 경험이 있는 친박계 한 인사의 말이다. “박당선인은 인선을 앞두고 자택에 머무를 때면 측근 정치인이나 전문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선 대상자의 평을 두루 들어본다. 물론 전화 검증을 할 때는 특정 인사 한 명만 거론하지 않고, 여러 명을 한 세트로 묶어서 거론하거나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인선 정보가 외부에 새나가지는 않는다.”

박당선인의 인선이 좀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도 바로 ‘전화 검증’을 통한 검증 시스템 덕분이다. 어쨌든 박당선인의 긴 잠행이 이어지고 철통 보안이 좀체 깨지지 않자 차기 총리 인선을 보도해야 할 언론은 애를 태웠다. 한 유력 일간지가 차기 총리를 맞추는 기자에게 ‘1천만원의 상금’을 걸었을 정도이다.

박당선인이 겉으로는 조용한 총리 인선을 한 것으로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숨 가쁘게 인선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당선인은 인선 발표 직전까지 김후보자와 같은 법조계 출신 인사인 ㄱ씨와 ㄴ씨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앞서 언급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ㄱ씨가 인선 검증 과정에서 한 가지 정도 결격 사유가 될 만한 게 드러났다가 이후 (결격 사유가) 잘 해소되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돌았다. 하지만 ㄱ씨가 고사하면서 인선이 김후보자로 최종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당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ㄴ씨도 총리 후보자로 부각되었지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총리 카드에서 제외했다는 뒷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을 빚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례가 박당선인이 ‘김용준 카드’를 거머쥔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문회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차기 정부의 상징인 첫 총리 후보자는 무조건 도덕성 논란만은 피할 수 있는 인물이 지명되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김후보자가 의외의 인물이라고 하지만, 가장 무난한 인물이다. 최소한 청문회에서 문제될 것은 없지 않겠나”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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