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심리적 부검 후 자살률 절반으로 ‘뚝’
  • 조현주 객원기자 (jhonju@naver.com)
  • 승인 2013.01.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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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지난 1986년 세계 최초로 국가적 차원에서 심리적 부검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핀란드는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30.3명에 달해 수년간 세계 자살률 1~2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핀란드는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1986년부터 5년 동안 전문가 6만명을 동원해 1987년에 자살한 1천3백97명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시행했다. 당시 투입된 예산만 해도 약 3백억원에 이른다.

심리적 부검 결과, 자살자 가운데 80% 정도가 우울증을 앓았고, 이 가운데 단 15%만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핀란드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자살 예방 실행 전략을 세웠고, 1991년 대대적인 자살 예방 사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일반 환자 또한 병원에 가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여부를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덕분에 핀란드의 자살률은 지난 2004년에는 인구 10만명당 20.4명, 지난해에는 17.3명으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심리적 부검 제도 시행 23년 만에 자살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실 핀란드의 자살 예방 프로젝트는 유족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없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87년의 자살자 유족 가운데 80%가량이 심리적 부검에 참가한 덕분에 무려 1천3백97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적 부검에 대한 유족 참여가 유독 저조한 한국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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