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움직이는 ‘비선 라인’ 찾아라!
  • 안성모·조해수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2.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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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는 지금 ‘멘붕’ 상태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인사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기쁨도 잠시, 논공행상에 대해 입도 뻥긋 못 하는 분위기이다.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가 이어지다 보니 어디에 줄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넘쳐난다. 자연스럽게 박당선인을 둘러싼 ‘비선 라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박당선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가 누구이며 그룹이 어디인지를 집중 취재했다.

 

“‘구박’ 당하고 ‘면박’ 당하고 이제는 ‘외박’까지 당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던 한 정치권 인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박당선인이 선거가 끝난 후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한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대선을 치른 후 이맘때가 되면 여의도는 말 그대로 흥청망청 연일 잔칫상이 펼쳐진다. 물론 대선에서 승리한 쪽 이야기이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역전의 용사들’이 밤낮으로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때 으레 나오는 것이 바로 논공행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는 청와대로 들어가기로 했고, 누구는 공기업 간부로 낙점되었다는 식의 정보가 술잔 너머로 오갔다.

하지만 이번 18대 대선 이후의 상황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박당선인 캠프에서 조직 활동을 했던 인사들의 말을 빌리자면 여의도는 지금 ‘멘붕(멘탈 붕괴)’ 상태이다. 박당선인이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데다가, 대선 승리의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 탓이다. 이로 인해 오래전부터 박당선인을 도왔던 ‘구박’에서부터 박당선인의 눈 밖에 난 ‘외박’에 이르기까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 줄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정부에서 공기업 간부를 지낸 한 여권 인사는 “MB(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누구를 통해서라도 내 공로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1번에서 8번까지 어떤 입구로 들어가더라도 지하철은 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아예 입구 자체가 어디인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들 휴대전화만 쳐다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박당선인이 단행한 인사를 보면 당초 예상과는 다른 ‘깜짝 인사’가 많았다. 누가 추천했는지도 알 수 없는 ‘비밀 인선’이다 보니 소문만 무성해질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당선인을 둘러싼 비공식적 인맥 라인, 이른바 ‘비선 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박당선인에게 실제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가 누구이며, 그룹이 어디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박당선인 주변과 여권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몇몇 인사와 그룹들이 박당선인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당선인 동기 동창 여성 두 명이 ‘조언자’”

우선 박근혜 당선인의 원로 자문 그룹으로 잘 알려진 ‘7인회’의 영향력은 여전히 입길에 오르내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에 빗대어 나온 ‘7인회’의 멤버는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다. “당의 원로들이 가끔 만나 점심을 함께하는 친목 모임일 뿐”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당선인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자진 사퇴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최근 발표된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장관급)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인사에 ‘7인회’ 멤버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용환 상임고문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박정희 정권에서 재무부장관을 지낸 김고문은 민간인 출신임에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남다른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손아랫동서이다. 박당선인 캠프에서 활동한 복수의 인사들은 “김고문이 (박근혜) 후보의 막후 실세 역할을 해왔는데, (언론에)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면서 뒤로 물러났다”고 전했다. 여권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ㅇ씨는 “김고문이 적십자 총재를 맡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외부에 드러난 적이 없는 의외의 인물이 박당선인 뒤에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7인회’ 멤버와 같은 원로급 인사들이지만,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은 탓에 박당선인이 편하게 접촉한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박정희 정권 시절 활약한 인사들로 ‘숨은 실세’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당선인 캠프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박 전 대통령의 참모 2세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이 이들 작품이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학교 동기와 선후배 등 오랫동안 만나온 ‘사적 인맥’이 측근으로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여성 동문 몇 명이 거론된다. 지난 대선 때 연구소를 운영하며 외곽에서 박당선인을 도운 ㅎ씨는 “박당선인이 친구처럼 지내는 인사들이 극히 일부 있는데, 이들이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박당선인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이들이라서 신뢰할 수밖에 없다. 김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가 있는데, 박당선인으로서는 같은 여성이라 더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씨는 나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명함을 건넸더니 받고는 자신의 명함은 주지 않더라. 권력욕은 별로 없는 사람 같아 보였다. 아마 이런 점도 박당선인이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1월24일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첫 총리 지명자 발표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문고리 권력’ 컨트롤타워는 정윤회?

박당선인의 보좌진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며 실세로 통해왔다. 이재만 전 보좌관과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 고(故) 이춘상 전 보좌관 등 ‘보좌진 4인방’은 친박계 의원들도 눈치를 보는 보좌진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인수위원회를 비롯해 개각과 관련한 인사에서 실무 작업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과 함께 ㅇ씨·ㅈ씨 등 친박계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6~7명의 인사들이 더해져서 여의도에서는 ‘십상시(十常侍)’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ㅇ씨의 경우, 인수위 등 박당선인의 보좌 활동에 전념하느라 정작 자신이 모시는 ㄱ의원과 불화설이 나돌았는데, ㄱ의원이 인수위원회 고위 인사에게 읍소할 정도로 ‘십상시’의 권세가 대단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이들 보좌진의 영향력을 두고 “다소 과장되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보좌진들은 박당선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특정 인사를 천거한다거나 조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이들을 컨트롤하고 있는 배후 인물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로 박당선인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이다. 과거 박당선인의 최측근이었던 고(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정씨는 박당선인이 1998년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2004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을 때까지 ‘비서실장’으로 불리며 박당선인을 근접 거리에서 보좌했다. 2002년 박당선인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에는 총재비서실장을 맡았다. 2004년 종적을 감춘 이후 그의 행적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해온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2007년 대선 때에는 일명 ‘강남팀’이라는 비선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 오랫동안 조직 운영을 맡아온 한 인사는 “박당선인의 보좌진을 구성한 장본인이 바로 정씨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강남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했다. 여전히 실세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당선인의 인사에도 정씨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인수위에 정씨의 핫라인이 구축되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ㅂ회장의 핵심 측근은 “이 아무개 팀장이 정씨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이가 황 아무개씨인데, 그에 대해서는 청와대행이 결정 난 것으로 전해 들었다. 모 협회의 회장으로 당선된 ㄱ씨도 정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정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씨와 잘 알고 지내는 관계임은 인정하면서도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예전 친박계 핵심 인사인 ㅇ씨로부터 정씨를 소개받았다는 그는 “정씨는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목장을 하고 있다. 정씨의 고향이 강원도 정선이다. 박당선인과 연락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 정씨가 또 구설에 오르니까 (박당선인측에서) 아예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락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당선인의 비선 조직인 일명 ‘마포팀’을 운영한 홍 아무개씨에 대한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당시 캠프에서 홍씨의 공식 직함은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이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사조직인 ‘부국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00년 전후에 박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정윤회씨와 마찬가지로 2002년 박당선인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2007년 대선에서 상당한 활약을 했다. ‘한강포럼’이라는 외곽 조직의 부회장을 맡았고, 연예계와 예술계 인사들을 끌어들여 박당선인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캠프 사무실이 있던 여의도 빌딩이 홍씨의 처남 건물이고, 최초 계약자가 홍씨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홍씨는 이후 몇 가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서 박당선인과의 관계도 다소 소원해졌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그런 홍씨가 지난해 대선에서도 박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인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씨가 인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진영 부위원장과 친분이 두텁고, 다른 친박 핵심 인사들과도 모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윤회씨와 연관된 해석도 나온다. 정씨와 홍씨는 같은 대학, 같은 학번의 동기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홍씨를 잘 아는 인사들은 현재 그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홍씨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는 한 측근은 기자에게 “식사 중에 그런 루머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혀 사실무근이다. 홍씨는 최근 사업 실패로 인해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정계 인사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마포팀은 강남팀에 밀려 두각 못 보여”

여권 내에서는 2007년 대선 때 ‘마포팀’이 ‘강남팀’에 밀리면서 권력 핵심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박당선인 캠프에서 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고위 인사는 “이번 대선에서도 홍씨가 2007년 대선 때의 멤버들과 함께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제법 규모가 큰 디자인 회사를 인수했다가 망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외출 영남대 교수의 경우 ‘비선 라인’에서 벗어나 ‘공식 라인’의 실세로 떠오른 경우로 꼽힌다. 대선 캠프에서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던 그는 박당선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핵심 측근으로 여겨지고 있다. 1977년 4년 전액 장학금을 받는 ‘새마을 장학생 1기’로 영남대에 입학한 그는 1970년대 말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박당선인을 만난 후 사실상 ‘비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자 ‘5인 공부 모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평소 입이 무겁고 책임감이 강해 박당선인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당선인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눈여겨보는 이들도 있다. 박회장측은 “대선 이후 오해를 받을까 봐 사람들을 잘 안 만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당선인과의 특별한 관계를 놓고 볼 때, 박회장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나돌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경호실장 후보로 박회장의 동기생 그룹인 육사 37기 출신들이 거론된 것이 대표적이다. 경호실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면서 한참 선배(28기)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되었지만, 이들 그룹이 경호실과 군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 

 

‘깜짝 인사’ 추천 라인도 역시 비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깜짝 인사’ 스타일은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 발탁에서부터 드러났다. 윤대변인은 사전에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로, 여권 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인수위원회의 ‘입’으로 선정되자 누가 윤대변인을 추천했느냐를 두고 뒷말이 나돌았다. 한 친박계 원로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당선인의 보좌진 그룹 중의 한 명인 ㅇ씨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때 박당선인 지지를 선언한 ‘포럼동서남북’에서 활동하면서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위원회 간사로 이혜진 동아대 로스쿨 교수가 임명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박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인사가 중책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이후에도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기존 법조계 인사와 엮여 있지 않다는 점을 높이 샀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박당선인에게 그런 믿음을 주려면 누군가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와 관련해 ‘7인회’와는 무관한 한 원로 법조인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박당선인이 평소 신뢰를 보이며 높게 평가해온 인사이다. 현재 인수위원회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ㅇ씨의 경우 교육계 원로인 박 아무개 교수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교수 역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숨겨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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