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핵실험 가능성 크다”
  • 감명국·이규대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02.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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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 11인 진단 ‘김정은 핵 도발 시나리오’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이 감행된 2월12일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번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눈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국내의 북한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북핵 위기에 관련한 인터뷰를 2월14일과 15일에 걸쳐 실시했다. 본지가 제시한 첫 번째 질문은 ‘향후 북한 김정은의 추가 도발 시나리오’에 관한 것이었다. 11명 가운데 6명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참에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연구소장은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자위적 수단으로서 핵보유가 필요하다는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이번 3차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존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동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교수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크다. 그 성격은 고농축 우라늄의 추가 핵실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되돌아갈 길이 이미 없다. 3차 핵실험만 해도 미국 등 서방에서 강경하게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서 물러서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소형 핵무기 위한 4차 핵실험 가능성”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당분간 어렵고 심각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의 반응에 따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최소한 3개월은 지금과 같은 팽팽한 대결 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잘 넘기면 대화 국면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북이 곧바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국제 사회의 제재에 대한 반발 형식으로 오는 4월 김일성 생일을 즈음해서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3차 핵실험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핵무기의 소형화 기술 습득 차원에서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북한의 이러한 추가 도발을 유엔 등 국제 사회가 제재를 통해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김동현 교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고, 진희관 교수 역시 “유엔 제재도 실효성이 있느냐의 문제인데, 북한은 이미 밑바닥까지 다 겪어봤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라고 내다보았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실험 이상의 위험성도 염두에 두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는 상당 기간 냉각이 불가피하다. 우리도 유엔 제제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다. 권력 재편 흐름 속에 군에 대한 숙청이 일어나는 등 권력과 부의 새로운 분배 및 새로운 엘리트 출현 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매우 복잡하다. 현재 북한은 대미(對美)·대중(對中) 관계보다는 국내 체제에 초점이 놓여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핵실험이든, 미사일이든, 국지전 도발이든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당분간 긴장 상태는 계속되겠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5명의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대다수가 “향후 3~4개월 정도는 당분간 팽팽한 대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시민이 위성사진업체 지오아이가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핵 사용할 최악의 가능성은 극히 희박”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북한은 국제 사회의 압박 수위에 따라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당장 오늘만 해도 탄도미사일 실험 예고를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북·미 간 및 북한과 국제 사회 간에 힘겨루기기 다소 길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올 상반기를 고비로 하반기에 가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추측된다”라고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때까지 최소한 3개월 정도는, 이번 핵실험의 여파로 북·미 관계 및 남북 관계 모두 대립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빠르면 3개월, 좀 더 잡으면 이번 여름쯤에는 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라도 대립 국면을 오래 끌고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일단 이렇게 긴장감을 조성해놓고 추후 대화의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해빙 무드가 이른 시기에 찾아오리라고 전망하기는 힘들다. 박근혜 정부 역시 당분간은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강경 대응이 별로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은 모두가 시간을 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결국 다시 외교 협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바마나 시진핑이나 또 박근혜 당선인이나 모두 국내 경제 문제가 관건인데, 막대한 비용 지출 리스크를 감당하기에는 능력도 안 되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북한도 더는 위협의 강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국력을 가장 많이 소진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그렇다고 어디에다 진짜 (미사일을) 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북한도 어느 순간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카드를 다 보여준 셈이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지금 북한 경제는 외부 투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 유지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금 국내의 최대 관심과 우려는 북한의 실제 핵 도발 등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전문가가 고개를 저었다. 김동현 교수는 “북한이 먼저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다. 그런데도 굳이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유는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거리 미사일 체계에 집착하는 것이다. 북한이 신경 쓰는 대상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못 박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지전 도발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작다고 본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도 우리의 군사 훈련을 빌미 삼아서 한 것이다. 그들에게 뭔가 빌미를 제공해야 그들은 그걸 계기로 (도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제1비서가 1월12일 ‘은하 3호’ 발사와 관련한 ‘최종 친필명령’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 하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반면, 국지전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영태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화를 겨냥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긴장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올 한 해는 긴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어린 줄 알았더니 담대하고 훌륭한 지도자이다’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주변 국가들로 인한 상황 변화 또한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영태 연구위원은 “주변 국가의 동향이 한반도의 긴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진정성 없는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자세인 것 같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와 관계없이 미국이 독자적인 제재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북한은 또 반발할 것이고, 이것을 핑계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고유환 교수는 “동북아 전체가 긴장 국면으로 계속 치닫는 것을 미국은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핵 무장 여론이 조성되고, 일본도 플루토늄 양을 늘리려고 하는 것을 미국은 막으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보혁 교수는 “사태가 악화되면 북한은 핵보유국이 될 것이고, 그렇게 한반도가 핵 무장된 상태로 영구 분단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런 상황은 미국이나 중국으로서 결코 나쁠 것이 없다. 다른 국가로 핵확산을 하지 못하게 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를 이룬다면 말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반도가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쏠리지 않는 채로 세력 균형을 이루는, 핵 무장된 한반도 영구 분단이 두 강대국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라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북 정책 “강경 및 대화 기조 함께 갈 것” 

박근혜 정부의 대북 관계 운용 능력이 단번에 시험대에 올랐다. 새 대통령 취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에 북한의 ‘초강수’가 나온 탓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이행 여부 또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곧 탄생할 박근혜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치게 될까.

다수의 전문가는 “당분간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는 대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강경 및 대화 기조가 함께 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처럼 경색 국면만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국제 사회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 박근혜 정부도 화해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영태 연구위원은 “단호하고 엄격한 대비 태세,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 모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양면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덕민 교수도 “지금은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 조건인 ‘튼튼한 안보’를 어떻게 하느냐의 과정에 있다. 앞으로 북한과의 신뢰 구축 및 대화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비관론도 나온다. 강경 기조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보혁 교수는 “미국은 우방국들과 협의해 별도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것은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의 대북 압박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압박과 대화를 유연하게 선택할 만한 경륜을 갖췄는지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임을출 교수는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의지만 보여주면 된다. 지금 박당선인이 ‘구소련처럼 될 수 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우면 신뢰 회복이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정책 운용을 담당할 외교·안보 라인 인선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홍현익 연구위원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야전 경험 및 전문성이 탁월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화해·협력 정책의 장단점을 잘 안다.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정성장 연구위원 역시 “외교부장관으로 윤병세 내정자를 임명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무조건 미국에 매달리는 방식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대중 외교를 좀 더 중시하는 자주적 외교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양무진 교수는 “모두 (박당선인의) 측근들이다.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에 종속되기 쉽다. 만약 박당선인이 취임 이후 강경 일변도로 나선다면, 여기에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교수는 “과거 정부들의 대북 정책 틀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인선에서는 그만한 식견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없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김정은 체제 “유일 지배 프로세스 진행될 것” 


다수의 국내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 기반이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김동현 교수는 “지금 드러나고 있는 핵 전문가들이나 군부 수뇌들은 (북한 내)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각 분야의 1인자들이 김정은에게 절대 충성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지난해 군부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군 수뇌부의 사기가 침체되었는데, 이번 핵실험 및 로켓 발사 등으로 사기도 높아지고 충성도가 강화되었다”라고 말했다. 서보혁 교수도 “정책의 방향성 면이나 당·정 기구 운영 등을 보면 김정은 체제의 지도력이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순조롭다는 점에서 불안정 요인을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고유환 교수는 “이번 핵실험 과정에서 내부적인 합의 절차를 거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지도자의) 단독 결정이 아닌,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의 의사 결정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교수는 ‘3대 세습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윤교수는 “김정일은 죽기 전부터 당 조직을 강화해나갔다. (선군 체제에서 기득권을 쥔) 장군들 사이에서 20대의 김정은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선군 체제에서 당 중심 체제로 전환한 이유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혼란스럽고 복잡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집단 지도 체제는 ‘어린 지도자’ 김정은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과도기적 방법이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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