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참형·수족 절단… 이란의 ‘섬뜩한 형벌’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3.02.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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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유지 위해 극형 선택

1월20일 일요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중심가 ‘예술가 공원’에는 새벽부터 군중 3백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날 공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두 젊은 남자의 공개 교수형이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모인 군중은 교수형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임시로 만든 통제선 뒤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처형장을 잘 볼 수 있는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군중끼리 다툼이 일어났다. “저쪽으로 가보자.” 한 구경꾼은 아내에게 속삭이며 국영 TV 카메라가 설치된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두 사형수는 두 대의 트럭 앞에서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4m 높이의 크레인에는 두 개의 올가미가 걸려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교도관들은 교수형을 집행하는 데 사용할 원격 조종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사형을 기다리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칼로 다른 사람을 찌른 혐의를 받았고, 다른 한 사람은 행인의 가방을 강탈한 혐의로 교수형 판결을 받았다. 훔친 가방에는 20달러가 들어 있었다.

ⓒ AP연합
최근 들어 공개 처형 늘어나는 추세

이란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교수형으로 처형된다. 하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드물다. 이란 사법 당국이나 국제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교수형은 주로 감옥에서 집행되지만 최근에는 공개 처형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날 열린 공개 교수형은 이란 당국의 고육지책이었다. 통제 수준을 벗어나 급증하는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해 극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의 수족을 절단하는 잔혹 형벌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월 중순에는 강도짓을 한 죄수 5명의 오른손과 왼발을 절단하는 형벌이 집행되었다. 이란 변호사이며 노벨 인권상 수상자로 인권단체를 운영하는 시린 에바디 여사는 공개 처형과 손과 발을 동시에 절단하는 이중적 처벌에 항의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란의 잔혹한 형 집행은 오히려 한 차원 강화되었다. 지난 2주간 공개 처형이 부쩍 늘어났다. 인권단체들은 이란의 인권 유린 사례가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이란 신문들은 1월 중순에만 7명의 남자 죄수들이 여러 도시에서 공개 교수형으로 처형되었다고 보도했다. 혐의는 마약 밀수였다. 1월 들어 첫 5일간 23건의 공개 교수형 집행이 있었다. 이란은 사형을 많이 하는 나라이다. 유엔 총회가 지난 1월 사형제 폐지에 관한 표결을 했을 때 이란은 몇몇 다른 나라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란은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조치는 주권 침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족 절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이란 사법 당국은 형벌의 수단으로 수족을 절단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과 발을 동시에 절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함구해왔다. 최근에야 수족 절단 형벌은 오른손과 왼발을 동시에 절단해 범인이 평생 도둑질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라고 해명했다. 이란의 반(反)관영 이스나(ISNA) 통신은 “수족 절단은 다른 우범자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라고 전했다. 가장 최근의 수족 절단 형벌이 언제 집행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출혈과 감염 방지를 위해 집행 현장에 의사들이 입회한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최근 이란 정부는 대대적인 범죄 소탕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때 다수의 범인이 체포되어 수족 절단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부 도시 자호름에서는 남자 5명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공개 교수형에 처해졌다. 1월에 13명이 교수형을 받았다. 현지 신문 보도를 인용한 AFP통신은 “교수형 집행은 2006년에 1백77건, 2007년에 2백98건”이라고 전했다. 올해 교수형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시행되는 이슬람력의 첫 번째 달인 ‘무하람’을 앞두고 서둘러 집행되었다. 무하람에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월1일에는 두 아이의 어머니인 27세 여성이 4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처형되었다. 자마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테헤란의 에빈 감옥에서 교수형을 받았다. 15세에 결혼한 이 여성은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만5천명이 수감된 에빈 감옥은 고문, 강간, 구타, 교수형이 이루어지는 ‘공포의 감옥’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제재 이후 악화된 경제 상황 탓에 범죄 늘어

올해 들어 이란은 각종 범법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제 악화로 실업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핵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엔의 경제 제재로 경제가 크게 악화되고 빈부 격차도 심화된 것이 범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폭력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게다가 돈이나 귀중품을 강탈하는 생계형 범죄가 유독 많다. 중산층이 모이는 장소에서 강도나 가택 절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도 예사롭지 않다.

북부 이란의 주택업자 집에 침입했던 2명의 청년은 주인 여자의 손발을 묶고 실신이 되도록 구타했다. 강도들은 금고를 찾다가 실패하자 집 안에 있던 모든 물건을 들고 달아났다. 이 여성은 강도들이 극형에 처해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아르민이라는 기술자의 아버지는 얼마 전 강도들에게 지갑을 빼앗겼다. 얼마 후 익명의 전화가 걸려와 지갑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지갑 속의 돈은 없어졌고 신분증만 남아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던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1월20일, 예술가공원에서 처형된 두 남자는 오랫동안 실업자로 지내던 빈곤 가정 출신이었다. 이들의 처형을 보러 나온 구경꾼들은 그들의 가족이자 친구들이었다. 머리를 깎인 죄수들은 군중들을 노려보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가는 바람에 체포되었다. 사형수나 구경꾼의 표정은 모두 분노와 체념으로 가득했다. 이란 교도소장 사데프 야리야니는 반관영 파르스(Fars)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비록 범인들의 피해자들이 죽지 않았지만 소액의 금품을 노려 흉악 범죄를 일삼는 범죄자들에게는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핵 개발로 인해 유엔으로부터 네 차례의 경제 제재를 받았다. 석유 생산은 최근 25년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수출도 반 토막이 났다. 달러에 대한 리알화 가치는 40%나 절하되었다. 경제의 구석구석에 파인 주름살이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면서 살길이 막막해진 사람들이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상황이다. 공개 교수형과 수족 절단으로 유지되는 치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방 언론들은 이란의 정권 자체가 교수형당할 위기에 봉착했다고 비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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