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박근혜 프로세스’
  • 유창선 현 시사평론가 ()
  • 승인 2013.02.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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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의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클린턴 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준비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만든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이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북한은 전면전으로 대응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개전 초기 최소 100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는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김일성 주석과 돌파구를 열면서 다행히도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19년. 한반도는 다시 핵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제를 논의하고 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그런 위협에 대응하는 확고한 조치를 내놓도록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 능력을 보이기 위해 적 지휘부의 창문을 골라 때린다는 순항미사일을 공개하는가 하면,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가 가진 미사일로 초전에 적의 맥을 끊어야 한다”는 공언을 한다.

그러나 그런 다짐들에도 불구하고 일단 상황이 거기까지 가면 한반도는 끝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리 미국이나 우리가 화력으로 북을 제압한다 해도, 그 상황은 곧 남북한 모두의 재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대북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해주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의 리더십에 따라서는 북핵 위기 타개의 주도력을 우리가 발휘할 수도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보유는 이제 현실이다. 선제 타격론 같은 압박이나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없음은 지난 20년의 과정이 이미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전면전을 불사하는 군사적 공격으로 북핵 제거에 나설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 20년의 비핵화 정책이 실패로 귀결되었음을 인정한다면,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에는 제재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지만, 결국은 외교적 대화를 통한 근본적 해결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신뢰 프로세스의 필요성은 증대한다. 일단 북이 핵을 포기해야 신뢰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비현실적인 전제에서 벗어나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핵 포기 혹은 핵확산 방지를 이끌어내는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 큰 접근법만이 한반도에서 재앙을 막는 사실상 유일한 길임을 생각한다면 핵 위기를 타개해나갈 ‘박근혜 프로세스’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21 사태 이후 대치하고 있던 남북 관계를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반전시켰다. 당장은 대북 제재가 불가피하다 해도 대화의 끈을 다시 이으려는 노력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어깨에 올려진 짐이 막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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