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다시 건너 온 ‘뜨거운 감자’
  • 김미림 인턴기자 ()
  • 승인 2013.02.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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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약탈 문화재 ‘금동관세음보살 좌상’ 반환 놓고 기 싸움

지난해 8월께 일본 대마도(쓰시마 섬)에 있는 관음사라는 절에서 국보급 불상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황한 관음사 주지는 이를 일본 당국에 신고했고, 일본은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던 중 후쿠오카를 통해 불상 2점이 한국으로 반출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공식적으로 한·일 양국이 가입한 ‘유네스코협약 제7조’에 의거해 국보급 문화재 반환 요청을 목적으로 한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내 경찰은 입국서류를 조사해 국내에 문화재를 불법 반입한 문화재 절도범 김 아무개씨(69)와 장 아무개씨(52)를 찾아내 불구속 입건하고 불상을 압수해 문화재청으로 보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 ‘문화재 절도 사건’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불상의 정체를 알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불상은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으로 고려 시대 말인 1330년경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된 우리의 불상이었다. 우리 문화재가 어떤 이유로 인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문화재 절도범들’에 의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지난 1월29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동조여래입상(왼쪽)과 관세음보살 좌상. 경찰은 일본에서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몰래 내다 팔려 한 일당을 검거했다. ⓒ 연합뉴스
“일본은 왜 복장물을 공개하지 않나”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국내 불교계의 반응은 뜨겁다. 우리 문화재를 반드시 환수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 환수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보호법 제20조 4항을 보면 ‘문화재청장은 (중략) 외국 문화재가 그 반출국으로부터 적법하게 반출된 것임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이를 그 소유자나 점유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협약 제7조에 따르면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취득을 방지하도록 국내 입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내법과 국제법 모두 불법 문화재 반입을 금지하는 한편, 그러한 문화재는 즉시 원래 국가로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문화재청은 압수한 문화재에 대한 감정 결과가 일본대사관측이 요청한 내용과 일치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불교계가 가만있지 않았다. 부석사를 중심으로 학계, 종교계에서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이 일본에 의해 약탈된 우리 문화재라는 주장을 본격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재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10여 년 전부터 불교계와 문화재청 모두 일본 관음사에 있는 이 불상이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외교적 분쟁을 우려해서였다. 그런 문화재가 절도범들에 의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일본 관음사로부터 불상 도난에 관한 피해 신고를 받은 일본의 입장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관음사는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을 수리하던 중 성불 안에 들어 있던 복장물(腹藏物)을 발견하게 된다. 복장물에는 이 불상이 1330년 부석사에서 만들어졌음이 기록되어 있을 뿐, 일본 관음사에 기증했다거나 보냈다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면 복장물에 반드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현재 이 복장물은 일본 관음사가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따라서 복장물의 정확한 기록을 확인할 방법은, 일본 관음사가 불상의 역사를 담고 있는 복장물을 공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이를 선뜻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동국대 명예교수)은 “일본 관음사가 떳떳하다면 적극적인 해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금동관음보살 좌상은 일본 관음사에 봉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본 관음사측은 당연히 소유권은 일본 관음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음사 ‘금동관세음보살 좌상’ 안에 들어 있던 복장물. ⓒ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 제공
부석사는 ‘금동관세음보살님 제자리 모시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유권은 부석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의 불상을 두고 한국은 “약탈당한 우리 절의 불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도난당한 우리 절의 불상”이라고 주장하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우리 문화재를 일본에 약탈당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약탈당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우리 문화재로 당장 환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 말 한반도에서 제작된 사실은 분명할지 모르나, 일본으로 반출된 과정을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약탈의 증거를 명백히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문화재이기 때문에 일본에 반환할 수 없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불상은 현재 수사기관의 ‘증거물’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이며, 절도범들에 대한 형사 재판이 선행된 후 반환 문제는 새로운 절차에 따라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외교통상부 소속 국제법 담당 김민철 변호사는 “절도범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우리 재판부가 불상을 ‘증거물’로 채택해 사용하는 경우에 일본으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재판이 끝나고 증거물로서의 역할을 다한 후에 피해자(일본 관음사)측이 증거품 환부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반응은 매우 조용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본 문화청과 나가사키 현 문화재 담당관이 2월4일 방한해 압수 문화재인 피해품만 확인했을 뿐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 관음사도 피해 사실만 알렸을 뿐 부석사나 한국 정부에 현재까지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지 않아야 반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교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조계종 관계자는 “부석사를 중심으로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불상의 반출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불상이 반드시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불상은 국립문화재 연구소 수장고에 증거품으로 잘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약탈품이기 때문에 돌려줄 의무 없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 인터뷰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의 복장물을 직접 확인한 당사자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고대 미술품을 연구해오던 중 지난 1980년대 후반 직접 일본 관음사에 가서 복장물을 확인하고 이를 연구해왔다. <시사저널>은 지난 2월20일 문소장을 만났다.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을 ‘약탈 문화재’로 규정하고 있는 근거는?

복장 조상기(造像記, 석상·동상 따위를 만든 사연이나 유래를 적은 글)를 그 근거로 본다. 복장물을 보면 ‘부석사에서 만들어 봉안하고 영구히 공양하겠다’는 구절이 있다. 그 기록에 의하면 다른 절로 이안하거나 선물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옮기게 되면 복장에 반드시 기록하게 되어 있는데, 그 기록이 없다. 정상적인 경로로 일본에 간 것이 아니라고 본다.

언제쯤 약탈해 갔을 것으로 추정하는가?

일본 관음사의 기록을 보면, 1562년 임진왜란(1592~98년) 이전에 금동관세음보살 좌상을 관음사로 안치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조선 초 이전에 일본에 옮겨졌다는 뜻이 된다. 1350~1400년대 왜구 특히 ‘쓰시마(대마도)’의 침략이 빈번했다는 사료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1970년 가입한 ‘유네스코협약’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 반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네스코협약은 1970년대 이후에 해당된다. 이 불상은 협약 이전에 약탈당한 우리의 문화재이다. 지금의 소유권은 일본에 있을지 모르나 본래 소유자는 한국이다. 협약 이전의 과거 약탈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돌려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강력한 국제적 제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강경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불상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불교의 정신 가운데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약탈해간 성불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든 이제는 본래대로 돌려주는 것이 옳다. 관음사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스스로 양보하고, 부석사는 잘 보관했다가 돌려주는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 것이 불교적으로도 인과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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