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거 방치하면, 손해는 국가 몫”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3.03.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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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태형씨-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대학생 주거권을 논하다

‘반값 등록금’에는 있지만 ‘대학생 주거권’에는 없는 것이 있다. 무엇일까. 바로 ‘전문가들의 지원 사격’이다. 수많은 정책과 담론을 생산해내고 있는 등록금 문제와 달리 젊은이의 주거권 문제는 그동안 뒷전에 놓여 있었던 것이 우리네 현실이었다.

대학생들은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소 팔아서 대학 보내던’ 시절에서 ‘집 팔아 대학 보내는’ 시절로 바뀌는 동안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2월2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 이런 궁금증에 대해 질문을 던지려는 대학생과 답하려는 전문가가 만났다. 대학생 이태형씨(한림대 디지털콘텐츠학과)가 던지는 물음에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답하기 위해서였다.

 

2월28일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이상구 공동대표(오른쪽)와 대학생 이태형씨가 대학생 주거 문제 관련 대담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태형 : 알고 보니 1990년대에도 대학생 주거 문제가 이슈였다.

이상구 : 더 오래되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대학 입학 정원을 확 늘리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강의실이 미어터졌고 수강 신청 문제, 교수 부족 문제까지 생겼다.

주변을 보면 서울 출신이 아닌 친구들은 모두 주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주거비 부담이 대학 교육을 좀먹고 있다. 대학에 등록했다는 이유로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싼 등록금의 효과가 얼마나 되겠나. 학생들이 질 낮은 대학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결국 기업과 사회의 손해이다.

오랜 문제라는데, 왜 이렇게 해결이 안 되는 것인가?

일단 옛날에 비해서 등록금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내가 의대를 다녀서 비싼 등록금을 냈지만, 한두 달만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학기 중에 해도 어렵다. 이 문제에는 주거 복지와 대학 교육권 문제가 겹쳐 있다. 그런데 주거 복지는 그동안 국가의 의무가 아니었다. 국민 주거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주거는 개인의 책임이었고, 그 집값을 내기 위해 노동력을 투자하는 것도 개인의 책임이었다. 국가가 방기한 셈이다.

5천원짜리 시급으로 일하는 친구들은 생활비 조달도 힘들다. 90% 정도는 부모님에게 조달받는다.

대학생의 30%가 휴학한다. 좋은 노동력이 학교 때문에 미리 잠식당하고 있다. 동시에 일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인건비도 떨어지고 있다. 과거 나 같은 경우에는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5만원을 룸메이트와 나눠 내는 것이 전혀 부담이 아니었다. 지금은 너무 심하다.

주거 문제가 학생 사회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공부를 못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게다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은 사회를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주거가 불안하니 식사도 따라서 불안해지고, 좁게 자다 보니 건강도 나빠진다.

대학생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기성세대는 기숙사에서 살았다는 말이 별로 없다. 다 자취를 했다는 얘기인데 근본적으로 교육권과 주거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시대는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주거를 계속 개인의 책임으로 놓아두면 당장은 학부모와 학생이 피해를 입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손해이다. 지역 사회에도 학생들의 소비가 많아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금은 집주인 몇몇만 좋은 구조이다. 학생들이 쓸 돈이 없으니 대학 주변 상권이 난리도 아니다. 게다가 대학가 집주인 중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세금도 매기지 못한다. 지하경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나?

해외,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대학생 주거 문제라는 것이 잘 안 생긴다.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주거 복지 정책이 대학생을 커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주거권을 규정하고 있다. 부모 밑에 살 때는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주거를 일정 정도 보장하는데, 대학생이 독립을 하면 국가가 집을 보장해줘야 한다. 독일의 경우 아동수당이 있는데 아이가 대학에 가면 학생수당으로 바뀐다. 월 1백5만원인데, 거기다 등록금도 무상이라 수당을 가지고 다른 곳에 소비할 수 있다.

왜 우리는 해외처럼 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이 가지는 철학적 원리와 경제적 필요성이 대학생 주거 문제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유럽 나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교육권 보장 때문이다. 교육을 받고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성장해야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사전 투자 개념이다. 설혹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결한다 해도 주거비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그 비용을 오롯이 학부모와 학생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이다. 대학생 주거권도 교육권 측면에서 보장받는 쪽으로 가야 한다. 대학 교육의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으로 지원이 연결되도록 조건부로 지원하는 형태로 대학 관리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은 과감하게 퇴출해야 한다.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 등 학생들 자체적으로 ‘착한 자취방’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책과 함께 가지 않으면 현실적인 개선이 어려울 것 같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현명하게 해결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서울 성북구청장이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이라 학생회와의 관계가 긴밀하다. 그리고 고려대 학생인 주민이 많고 이들의 소비가 성북구 경제에 도움이 된다. 성북구는 저개발 지역에 팔리지도 않는 집들을 구청이 지원해 리모델링한다. 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외풍을 막는 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구청에서 지원해준 대신 집주인이 대학생에게 임대해주고 지원 액수만큼 덜 받게 하거나 월세를 못 올리게 한다.

대학생 주거권은 일차적으로 누가 해결해야 하나?

해외 사례처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기에 개입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전체 주택의 30% 이상이 조합형 공공 임대주택인데, 대학이 출자해 만드는 공공 임대주택도 있다.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은 학생의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주거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교육권에 대한 대학 책임이 함께 어울려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국가가 개입할 여지는 없나?

박근혜 대통령이 ‘렌트푸어’ 대책을 주택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대출받아 세입자가 이자를 내게 하는 제도인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생 주거에서는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재개발이 안 되는 낙후 지역에서 공용 개발 형태로 국가가 재개발해서 대학생들을 살게 해주고 그 비용을 덜 받게 하는 조건부 재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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