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을 각오로 친기업 정책 펴겠다”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3.03.19 1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 서민 금융 정책 수장 자격 있나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인사 검증의 새로운 타깃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 후보자의 ‘미래를 경영하는 연구모임’(미경연) 활동 이력과 친기업 성향 발언이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새 정부의 핵심 경제 구호인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신 후보자의 미경연 활동 이력, 친기업적 발언,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고강도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미경연 약사(略史) 자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미경연 창립 이듬해인 1990년 12월 회원 활동을 시작했다. 신 후보자는 최근 미경연 활동과 관련해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임 가입) 당시엔 10여 명이 참석했는데 부자들 사교 모임 같아서 자주 나가지 않다가 유학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탈퇴했다”고 해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3월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나오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a합뉴스
“유학 가면서 미경연 탈퇴” 거짓말 논란

하지만 신 후보자의 해명과 관련해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신 후보자의 근무 이력 자료에 따르면 해명처럼 그는 1991년 7월 재무부 국고국 국고과에 근무할 당시 미국 코넬 대학으로 국외 훈련을 간 후, 2년 뒤인 1993년 7월 재무부 보험국 특수보험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1993년 5월 미경연 모임에서 최 아무개씨와 함께 총무로 선출돼 회장단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유학을 이유로 모임에서 탈퇴했다는 그의 해명과 배치된다.

신 후보자의 미경연 활동 이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친기업적 성향 때문이다. 전경련 파견 근무 1호 공무원을 마친 그는 2005년 5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맞아 죽을 각오로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며 “(전경련 파견 근무로) 기업이 최고 애국자이자 ‘기업천하지대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등 친기업 성향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3월18일)에 참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경제 분야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서민 금융 정책을 제대로 실현할지 의문”이라며 “과거 발언과 행적 등을 보면 금융위원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3월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후보자가 2003년 과천 주공 아파트 매매 당시 실제 매매 가격을 7분의 1로 줄여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등록세를 약 2500만원 탈루한 의혹이 있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 아파트를 매도하는 등 고위 공직자로서 심각한 도덕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측은 미경연 회원 활동과 관련한 거짓말 의혹에 대해서는 “미경연 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그래서 구체적인 회원 탈퇴 여부나 시기 등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고, 친기업 성향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 당시는 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 의욕을 독려한다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또 다운계약서와 세금 탈루 논란과 관련해신 후보자측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인정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매매 당시 관행적으로 부동산에서 준 계약서에 서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