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옷 즐기는 사람은 자기만의 비밀 있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4.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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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타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날이 풀리면서 슬슬 봄옷으로 갈아입는 사람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겨울옷을 벗지 못한 채 어떻게 갈아입을지를 고민한다. 특히 겨우내 칙칙한 색상의 옷을 입었던 사람 중에는 화사한 봄옷 앞에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옷 입는 행태에 따라 그 사람의 우울증, 불안, 섭식 장애 등의 증상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패션 치료’라는 용어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옷이나 액세서리 관계를 연구해 실제 임상치료에서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는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쇼핑 중독, 너무 크거나 작은 사이즈에 대한 집착, 지나치게 단조로운 패션, 과도한 노출 등 단순히 패션에만 관련된 문제로 생각할 수 있는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어렸을 때 받은 상처나 일과 사랑에서 겪은 실패, 꿈을 성취하지 못한 아쉬움 등 각자의 내면에 깊이 잠복하고 있는 상처가 옷 입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서울 신촌의 한 패션 매장 쇼윈도가 봄옷으로 새단장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불안·우울증 있으면 과감히 갈아입어야

이를테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옷을 입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어린 시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젊게 보이거나 젊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노력으로 보는데, 심리학적 소견으로는 절대 아니다. ‘발달 지체’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옷을 입은 사람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최고의 시절이 어느 때인지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김현영 부천미술심리발달센터 소장은 “미술치료와 마찬가지로 옷을 입은 사람이 결정하는 색상이나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마음 상태와 트라우마 같은 내면의 상처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상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의 표정과 관련 지어 마음의 상처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데, 거꾸로 말하면 옷 색상만 바꿔 입어도 억눌려 있던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선 옷 색상과 관련해 들여다볼 수 있는 상처를 살펴보자.

회색 계통이나 검정 옷을 고집하는 사람 중에는 정서 결핍인 사람이 많다. 늘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숨긴 채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검정 계통의 옷을 즐겨 입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경향도 있다.

검정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이 젊은 시절에는 그래도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을 즐겨 입거나 유행을 좇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젊었을 때는 상처도 덜하고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했지만, 어떤 시기에 깊은 상처를 입고 검정 옷 뒤로 숨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검정 계통 옷을 입게 된 것이 그 사람의 잘못만은 아니다. 일상에 지쳐 우울해지면 겉모습도 칙칙해진다. 그래서 화사한 색상으로 치장하기보다 무난한 색상의 옷만 찾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 사회가 실용성 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단조로운 패턴의 옷들만 찾게 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거리에 검정 계통의 옷을 입은 사람이 넘쳐나는 경우 사회 전체가 ‘패션 우울증’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화사한 컬러를 즐겨 입는다고 그 사람의 성격이 밝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하얀색을 즐겨 입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나 결과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자신감이 없어 흐린 색을 쓰는 것과 같이 감정을 숨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성적이며, 자기 주관이 매우 강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색상 바꾸고 코디 잘하면 마음 밝아져

노란색 계통을 즐겨 입는 사람은 애정 결핍을 채우고 싶어 하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며, 대인 관계 등에서 수동적인 경향을 보인다.

핑크색을 유난히 좋아해 어른이 되어서도 ‘핑크 공주’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사람을 종종 본다. 이런 사람은 마음에 어떤 고통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셈이다. 보통 내성적이어서 표현력도 부족하고 어린 시절 부모의 화풀이 때문에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빨간색 계통을 즐겨 입는 사람은 신체 기능이 왕성하고, 활동적이며, 자유롭게 반응하며 주위 환경에 대해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만·비난 등 충동적인 상황을 자주 연출하고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파란색 계통의 옷을 즐기는 사람은 어떤 불안이나 공포심을 품고 있을 수 있다. 빨리 더 크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고 주위 질서에 잘 적응하는 ‘착한 남자’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 계통의 옷을 입기도 한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어떤 색상을 즐겨 입든 단조로움이 지나치면 지루함을 넘어 우울증까지 유발한다. 패션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스타일을 위한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자신의 옷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옷에 도전하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현영 소장도 “색상에서 그 사람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색상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어떤 옷을 입어서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옷을 입은 사람이 풍기는 에너지가 강렬하면 옷이 어울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색채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색채를 잘 이용하면 몸속의 부정적인 것을 몰아내는 역할을 해 균형을 갖게 한다. 그래서 색채를 이용한 패션치료법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를테면 빨강 계통은 심장과 혈액 순환에 자극을 주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며 근육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신을 맑게 하는 노랑 계통은 신경계를 강화시키며 근육 에너지를 생성시킨다. 파랑 계통은 호흡계와 골격계, 정맥계에 영향력을 미치며, 자율신경계를 조절해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보라 계통은 두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신경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신진대사의 균형을 돕는다.

이런 것들을 참고해 자신의 옷장을 유심히 보라. 그 속에 들쭉날쭉 요동친 감정들이 이리 쌓이고 저리 쌓여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기 전에 자신의 내면 상태를 들여다본 뒤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치유하는 코디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도움말 : 김현영 미술심리발달센터 소장·<옷장 심리학> 저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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