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뻥이 세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4.09 15: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으로 보는 거짓말…고급차일수록 끼어들기 잦아

사람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적·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더 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사회심리학과 폴 피프 박사팀은 재산과 직업, 교육 수준 등 이른바 사회적 계층을 결정하는 요인을 조사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부가 늘어날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줄어들고 거짓말을 더 잘한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밝혔다.

연구팀은 컴퓨터로 주사위 놀이를 하게 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현금을 주는 실험을 했다. 주사위를 다섯 번 던져 나온 숫자를 합산하는 방법인데, 총합은 모두 12가 나오도록 미리 설정해놓은 상태였다. 실험 참가자는 195명. 이들 가운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류 계층에 속하는 31명의 참가자가 12보다 높은 숫자를 대며 거짓말을 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했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운전자의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차량 152대 가운데 값비싼 고급 승용차일수록 교차로에서 차례를 지키지 않고 끼어들기를 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고급 차를 타는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먼저 지나치려고 속력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상류 계층일수록 도덕적·윤리적으로도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실험 책임자인 피프 박사는 “부와 풍족함이 그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독립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권력층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윤리적 행위나 비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비단 상류 계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코넬 대학과 매디슨-위스콘신 대학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연예인들 역시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 사이즈에 대한 거짓말을 잘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몸무게에 관한 거짓말이 가장 많았다. 여성은 평균 3.9kg, 남성은 0.7kg을 줄였다. 또 50% 이상은 키, 20%는 나이를 바꿨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신체에 대한 거짓말을 많이 했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하는 80%가 키와 몸무게, 나이를 실제와 다르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는 얼굴도, 나이도, 몸무게도, 심지어 성격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몸매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 수치에 맞춰 거짓을 꾸미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부류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가 바로 부모다. 캘리포니아 대학 게일 헤이먼 교수는 학생 130명과 그들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80% 이상이 자녀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의 행동 중 부모의 거짓말만큼 모순된 것도 없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매일 반복한다. 자녀들을 통제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연예인과 부모도 거짓말 많이 해

이를테면 세 살배기 어린아이에게 “7시에 자는 것은 법이다.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면 감옥에 간다”라고 하거나 “신발을 신지 않고 밖에 나가면 경찰이 잡아간다” 같은 거짓말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거짓말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실 세 살배기 아이에게 잠을 재우기 위해 논리적으로 설득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거짓말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녀에게 거짓말이 가장 나쁘다고 말해놓고 부모가 거짓말을 한 사실을 자녀가 깨닫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린이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하는 시점에 혼란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헤이먼 교수는 지적한다. 하얀 거짓말들도 자주 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 관계가 약화될 수 있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거짓말 많이 하면 실제로 코가 커진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에드워드 가이젤먼 교수에 따르면 거짓말쟁이들은 대체적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짧게 한다. 적게 말하고 세부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뭉뚱그려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말을 많이 하게 돼 정보를 드러내면 허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게다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말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말의 속도가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데 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꾸며낼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천천히 말하다가 뒤로 갈수록 빠르게 말을 한다는 것이 가이젤먼 교수의 설명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을 말할 때 ‘나’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반면, 진실을 말할 때는 여러 번 ‘나’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거짓말쟁이들이 심리적으로 자신을 거짓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거짓말을 탐지할 때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중요하게 볼 것 같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스토리나 말투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병적으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어떤 상태에 놓일까. 병적 거짓말 환자를 꼼꼼히 분석하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위기 상황만 되면 뇌에서 충동 조절 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돼 순간적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다음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지 않으면 안달이 나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 말하는 자신도 그 거짓말을 철썩 같이 믿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누구나 피노키오처럼 코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 안의 혈관 조직이 팽창해서 충혈되고, 코가 간지러워져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거짓말을 할 때는 코를 조심하시길!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