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안철수·김무성 덮쳐버렸다
  •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
  • 승인 2013.04.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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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로 본 4·24 재보선 민심

밋밋하다. 정권 출범 후 첫 재보선은 제법 떠들썩하게 치러지기 마련인데 말이다. 첫 재보선은 정권의 위상을 냉정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를 통해 정권은 국정 방향과 국정 운영 스타일을 점검하게 된다. 야권도 대선 실패 후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는다. 여든 야든 새로운 스타를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하며 등장시킬 수 있다. 박근혜·손학규·유시민 등이 정권이 바뀌고 첫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다.

안철수·김무성·이완구라는 거물들이 선수로 나선 이번 4·24 재보선은 출마 인사들의 비중에 비하자면 조용한 편이다. 맹주들의 의회 입성 또는 복귀 여부가 달려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정국을 주도하는 이슈로 재보선이 부상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중의 시선이 다른 곳에 쏠려 있는 점이다. 바로 북한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재보선은 뒷전이다. 둘째는 여야가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쟁점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여권 지지층과 야권 지지층이 정치적 논쟁을 하며 서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작업들이 자연스레 나타나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재보선에서 특히 투표율이 높았던 것도 초반부터 정권 견제·심판 정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정권을 보호하려는 흐름과 평가하려는 흐름이 맞부딪치면서 평일 선거임에도 늘 50%에 육박했다. 양쪽 모두 결사적 결집이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그런 정권 견제·심판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고 있다.

셋째는 3개의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에서 유력 후보와 경쟁 후보들 간 격차가 비교적 큰 탓이다. 안철수·김무성·이완구라는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초반부터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서가고 있다. 선거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결과의 불확실’이라는 기본 조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1~2일 실시돼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영도의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는 48.7%를 기록해 민주당 김비오 후보(14.9%)와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14.1%)를 크게 앞서 있다. 충남 부여·청양에서도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가 64.5%로 민주당 황인석 후보(9.5%)를 멀찍이 앞서 있다.

부산과 부여·청양, 김무성·이완구 크게 앞서

부산 영도의 경우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지원할 경우 격차는 다소 좁혀질 수 있겠으나 김무성 대 문재인, 또는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를 만들어내는 후보 대체 효과까지 낼지는 의문이다. 충남 부여·청양에서도 새로운 지역 리더십을 찾고 있는 충청 민심을 야당 후보가 뚫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두 지역보다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는 곳은 그나마 서울 노원병이다. 지금까지 공표된 조사 결과들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상당히 앞서 있는 점도 있지만, 일부 조사에서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없거나 오히려 허 후보가 앞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조사 방식이다. 두 후보의 격차가 적은 경우는 ARS 방식이었고, 큰 경우는 전화면접조사였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전화면접조사는 표본의 대표성이 큰 반면, ARS 조사는 일방적으로 녹음된 음성에 답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고 선거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의 표집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율과 선거 결과의 상관관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최근 노원병 조사 결과들은 투표율이 노원병에서는 제법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투표율이 현저히 낮을 경우 ARS 조사에 응답하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과도하게 낮지 않다면 전화면접조사 결과에 가까울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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