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아빠의 청춘’이 뛴다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3.04.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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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신파에 풍자 섞은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

<전설의 주먹>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스포츠 액션 영화다. 영화는 케이블방송국에서 학창 시절 전설의 주먹들을 섭외해 이종격투기를 벌인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임덕규(황정민)는 고교 싸움 짱이었지만 지금은 국수 가게를 하며 까칠한 딸을 키우는 홀아비다. 섭외 0순위이나 출연을 거부해온 그는 딸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출전한다. 2분을 버티는 것이 관건인 프로 선수와의 예비 경기에서 선수를 때려눕히고 본선에 오른 그는, 고교 시절 친구였던 신재석(윤제문)을 만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88 서울올림픽 기대주였던 그가 어떻게 권투를 포기하고 학교 싸움 짱이 되었으며, 지금은 왜 과거를 대면하기 싫어하는 아저씨가 되었는지 풀어놓는다.

학창 시절 그와 함께 다니던 친구 중에는 이상훈 (유준상)과 재벌 3세가 있다. 이상훈은 여전히 재벌 3세를 회장으로 모시며 치사한 직장 생활을 해나가

는 기러기 아빠다. 이상훈은 재벌 3세가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출전해 임덕규와 맞붙는다. 영화는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이 펼치는 화끈한 이종격투기 장면과 아빠 노릇을 위해 꿈도 열정도 소진해버린 아저씨들의 삶을 보여준다.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보여주듯 ‘부성’은 새로운 화두다. 또한 <써니>의 흥행에서 보듯이 40대가 과거의 영광을 회고하며 추억을 향수하는 것은 시장성을 지닌다. <전설의 주먹>은 영리하게 최신 흥행 요소들을 흡수하며 강우석 감독 특유의 우직한 남성 신파와 풍자 코미디를 뒤섞는다. 특히 재벌 3세 회장이 룸살롱에서 주먹질을 하거나 집무실에서 ‘빳다질’을 하는 장면에서는 한화 김승연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떠올라 웃지 않을 수 없다. 단점도 눈에 띄지만 대세엔 지장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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