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사무라이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3.04.30 2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92년 4월 왜군은 명나라로 가는 길을 내달라며 부산에 상륙합니다. 미천한 출신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0년 일본을 통일하고 대륙 정벌을 천명합니다. 국론을 통일하고 토지를 몰수당한 지방 호족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 아베 신조 총리를 보면서 도요토미를 떠올립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집권 이후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를 깔아뭉개고 있습니다. 그의 웃음 뒤에 숨긴 칼이 섬뜩합니다. 그가 제96대 총리에 오른 후 맨 처음 한 말은 “새 정권 사명은 디플레이션 탈출”입니다. 늙어서 시름시름 앓는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폭주를 거듭합니다. 일본은행 총재를 겁박해 돈을 풀게 했습니다. 엔화 가치를 강제로 떨어뜨려 글로벌 환율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로 우리의 주력인 자동차·전자·철강이 해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겁니다. 반면 토요타·닛산·마쓰다 등 일본 기업들의 금고는 두둑해지고 있습니다.

아베는 ‘라스트 사무라이’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행동과 말이 거칠고 불손합니다. 그는 국가 간 관계에서 “침략의 정의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습니다. 침략 전쟁을 합리화한 겁니다. 또 “(영토 주권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이나 생각을 국제 사회에 정확하게 침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점을 노골화한 셈입니다.

아베가 우경화 드라이브를 거는 속셈은 뻔합니다. 자신의 말이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노회한 그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이걸 역이용하려는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비판할수록 보수층의 결집이 강화될 겁니다.

아베 정권은 이를 통해 권력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겠다는 심산입니다. 아베는 치솟는 인기를 즐기며 또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하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적으로 보입니다. 군국주의의 부활입니다. 공존을 추구하는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망령이 떠돕니다.

툭하면 침략 근성을 드러내는 이웃과 사는 우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베가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반면, 박근혜정부는 외통수에 걸려 있는 형국입니다. 북쪽에서는 김정은이 핵으로 장난치고, 남쪽에서는 사무라이의 발호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습니다. 자칫 날뛰는 뒷발에 채이기 십상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을 흥분하게 만들려는 전략에 일일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일본을 아래로 깔아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갑에 돈 좀 있다고 이웃을 얕잡아보는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힘을 키워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시사저널> 시론 필진을 새롭게 꾸몄습니다. 이번 호부터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 김선우 시인, 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장,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독자 여러분과 만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