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비리 협박, 더는 못 참겠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04.30 21: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 상습 공갈 혐의로 김순규 전 경남신문 회장 고소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국회의원 출신의 한 언론인을 ‘상습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 총장이 고소한 사람은 경남대 부총장을 지낸 김순규 전 경남신문사 회장으로, 폭력 행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과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박 총장은 지난 4월2일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사건은 현재 마산지청 수사과에서 수사 중이다. 박 총장은 고소장에서 “지난 1999년 3월께 김 전 회장이 대학 비리를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부총장 자리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회장이 2011년 5월에도 대학 비리를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판공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3월까지 김 전 회장이 가져간 돈이 3억31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박 총장측의 주장이다.

박재규 총장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2000년에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으로서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류길재 현 통일부장관이 교수로 재직한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기틀을 잡은 것도 박 총장이다. 북한 전문가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박 총장은 미국 연방의회 특별상과 프랑스 시라크 재단 분쟁방지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순규 전 회장은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지난 1981년 무소속으로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정도로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1971년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경남대와 처음 인연을 맺은 후 경남대 대학원장, 경남대 부총장,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경남신문 대표이사 회장과 한국신문협회 이사를 맡아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 ⓒ 시사저널 임준선
김 전 회장 “맞고소할 것…박 총장 비리 폭로”

박 총장과 김 전 회장은 경남대에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1978~81년에는 함께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었고, 이후 40년 가까이 대학과 대학원을 오가며 인연을 이어왔다.

고소인인 박 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다. 경남대 관계자는 “(박 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고소로, 학교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경남대)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회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신문사를 그만둘 때 불편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고소를 했는지…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박 총장을) 허위사실 유포 및 무고로 맞고소하겠다. 박 총장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모든 비리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에 따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다. 박 총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거액의 돈을 갈취당하고 상습 협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빨리 신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 전 회장이 협박했다는 대학 비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