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이버 CEO라면 부동산 서비스 접겠다”
  • 이경전│경희대 경영대 E-비즈니스 전공 교수 ()
  • 승인 2013.05.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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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정보 시장 뛰어들기보다 첨단 기술에 기반된 서비스 개발해야

1990년대 말에 시작된 한국의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초기 1위 사업자는 야후코리아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hotmail.com’을 모방한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과 ‘카페’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성공시킨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야후코리아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네이버가 1위에 올랐던 것은 2003년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 실험이 실패로 끝남과 동시에 네이버의 지식 검색 서비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네이버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터넷 포털업계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업체인 야후코리아를 철수시켰고, 구글의 한국 시장 공략에 맞서고 있다. 한국의 오픈마켓 부문에서 미국 업체 ‘이베이(ebay)’의 자회사가 돼버린 옥션과 지마켓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인터넷 포털 부문에서 국내 회사인 네이버와 다음의 선전은 대견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네이버 부동산 검색 화면(왼쪽)과 지난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사진)이 ‘프로젝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모델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검색 점유율 70%대의 힘

네이버는 그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현재 검색 점유율이 75%를 넘어선 네이버는 2011년을 기준으로 광고 분야에서 1조3803억원, 검색 광고에서 1조8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검색 광고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절반을 넘은 상황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이로운 성장을 마냥 추어올릴 수만은 없다. 검색 점유율 70%대라는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주들이 네이버의 광고비가 살인적으로 비싸다고 하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광고비로 인한 논란이 핵심이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이 포털에 광고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포털의 첫 화면에서 ‘이촌동 아파트’라고 검색어를 치면 매물을 취급하는 부동산업소가 여러 곳 화면에 나타난다. 검색 화면에서 위쪽에 위치해야 실제 거래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 광고를 클릭해서 중개업자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될 때마다 광고비를 내는 방식(CPC, Cost-Per-Click)이 있는데, 쉽게 말해 클릭당 광고비를 많이 낼수록 광고주의 게재 위치가 위쪽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포털의 부동산 섹션에 들어가서 사용자가 검색할 때 광고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기간정액제 방식이라고 한다. 네이버의 기간정액제 방식 가운데 최상위 상품으로는 ‘프리미엄’이 있다. 광고비가 상당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부동산중개업소가 서울 개포동 1단지에서 프리미엄 회원으로 등록하려면 6개월에 약 1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물론 포털에 지출하는 광고비가 과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광고를 하지 않으면 된다. 과다한 광고비를 요구하면 중개업자들이 광고 게재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현재 중개업자들의 15~20%가 네이버에 광고를 하고 있어 과다 광고비로 인한 피해가 모든 중개업자에 해당되는 일도 아니다. 또 경매 방식의 경우에는 포털이 과다한 광고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 간 경쟁으로 광고비가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바로 검색 점유율이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70%대에 달해 광고주 입장에서 는 광고비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 70%대의 잠재적 소비자를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광고주들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이 높은 것을 활용해 ‘전통적인 정보 시장’에 진입했다. 부동산의 경우, 초기에는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 서비스를 네이버를 통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허위 매물 문제 등을 겪으면서 네이버가 직접 서비스를 하는 체제로 바꿨다. 현재 부동산 정보 시장의 경우 네이버가 50%를 점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시장의 반을 잠식했으니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들로서는 매출이 급감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분야뿐만 아니라 도서·음원·증권 분야도 네이버가 직접 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는 도서 부문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 정보 분야도 마찬가지다. ‘팍스넷’ 같은 증권 전문 정보 서비스 회사뿐만 아니라 네이버 증권을 이용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다음 등 거대 포털이 전통적 정보 시장에 진입해 활동하는 것을 법률 등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일차원적 대응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독점 방지와 공정 경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경제의 활력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효용을 높이는 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보 시장의 경우 이미 과점 시장 형태를 보여왔는데 포털이 등장하면서 과점 구도를 깨고 경쟁이 활성화되는 순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또, 부동산 정보 시장에 네이버가 참여함으로써 허위 매물 문제가 사라졌다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때문에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가 역효과와 역차별을 일으키는 예는 수없이 많다. 위헌 판결이 난 ‘인터넷 실명제’만 해도 그렇다. 인터넷 실명제로 국내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하는 바람에 콘텐츠 한류 바람이 인터넷 서비스의 한류 바람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또 중국·동남아 등 전 세계 네티즌들이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어도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가입하지 못하는 현상이 수년간 지속됐다. 반면 인터넷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네이버 재팬 라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메신저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워낙 작은 나라여서 인터넷 시장 또한 비좁다. 시장이 작아서 쉽게 독점 사업자가 생긴다. 지금은 작은 시장을 잘게 쪼개는 것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해외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

물론 독점 사업자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등을 통한 엄격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 그래야 독점 사업자도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덧붙여 필자가 네이버의 CEO라면 부동산 같은 서비스는 접겠다. 구글이 ‘스마트 안경’ 등을 개발하는 것처럼 네이버는 쉬운 사업보다는 좀 더 첨단적인 기술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빵집과 같은 전통적 사업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네이버도 전통적 정보 사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첨단 기술에 기반을 둔 산업에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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