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는 재벌 골목상권 침해와 달라”
  • 조현주 기자·정리│최혜미 인턴기자 ()
  • 승인 2013.05.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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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NHN 대표 단독 인터뷰…“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 후생”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포털업계 가운데 1위에 오른 것은 2003년이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네이버의 힘은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그 때문일까. 최근 네이버는 ‘인터넷 골목상권’을 장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5월13일부터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경기도 분당 본사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기간이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공정위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5월15일 오전 NHN 분당 사옥에서 김상헌 대표를 단독으로 만났다. 김 대표는 공정위 수사에 대해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5월13일부터 네이버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됐다. 어떻게 보는가.

(공정위가) 문제가 있다고 여겨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불공정거래가 있다면 잡아야 하지 않겠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확한 사실이 밝혀졌으면 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다. 다만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침묵이 더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를 통해) 네이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

최근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다. 네이버가 인터넷 포털 시장을 독점해 중소 인터넷업체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자 후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가령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만 해도 마구잡이식으로 진출한 게 아니다.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의미가 큰 부동산 정보 시장에서 그동안 가짜 매물 정보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다. 가짜 정보가 넘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것이고, 실제로 허위 매물 정보를 없애는 효과를 봤다. 그저 돈이 된다거나 친인척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하는, 골목상권 침해 행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 해도 이미 과열된 부동산·증권·음악·영화 같은 ‘전통적 정보 시장’에 네이버 같은 거대 포털이 굳이 뛰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네이버는 검색 포털로서 정보 유통 서비스가 본업이다. 이용자가 찾기를 원하는 정보에 대해 고품질의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네이버의 사명이다. 질문에서 말한 서비스들은 검색 포털로서 네이버의 사명과 경쟁력에 직결된 것들이다. 게다가 유통업계에 빗대 설명해보면 (네이버의 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백화점처럼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큰 유통망이 생기게 된 셈이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후생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정보 서비스에는 네이버 이외에 여러 재벌 대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본업과 무관한 정보 유통 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전통적 정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해달라는 주문을 한다. 가령 구글 같은 경우 ‘스마트 안경’이라든가 첨단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지 않나.

구글은 네이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번다. 2012년을 기준으로 구글의 연간 매출은 우리 돈으로 44조98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의 25배에 달한다. ‘스마트 안경’ 같은 경우는 굉장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구글보다 R&D(연구·개발)에 현저히 적은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구글에 비해 콘텐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투자한다. 콘텐츠 비용과 관련해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 쓰는 돈만 해도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네이버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백과사전, 언어사전 등에 투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면 네이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것이 보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가 증권을 다루듯 구글에도 구글파이낸스가 있다. 또 음원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구글도 (네이버처럼) 다양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구글은 그것을 하나씩 보여주고 네이버는 ‘한상차림’으로 보여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네이버가 한 것을 구글이 모델로 삼은 것도 있다.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를 구글이 따라해 ‘구글 Q&A Answers’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망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지속하고 있다.

‘지식iN’ 서비스는 네이버가 성장하게 된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웹상에서 ‘지식iN’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그렇지 않다. 이용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011년에 비해 Q&A 수가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 모바일이 있다. 이용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들고 활용하면서 새로운 질문 니즈들이 ‘지식iN’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이 서비스가 간단하고 짧은 형태로 구성돼 있어서 모바일 시대에 더 각광받는다. 최근 1일 기준으로 유입되는 전체 질문 수는 5만5000건 정도 된다. 그중 모바일에서 들어오는 질문이 2만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최근 ‘지식iN여기’ 앱을 출시했고, 현재 1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 민주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여전히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상생을 위해 네이버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상생의 관점에서 네이버 때문에 인터넷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식의 지적이 많다. 정확하게 살펴보고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인터넷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클 수 있었던 기업이다. 상생의 생태계를 위해 네이버는 벤처 양성에 더 주력할 방침이다. 실무형 SW(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을 위한 교육 기관인 ‘NHN 넥스트(NHN NEXT) 학교’도 이러한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 많은 기업을 인수해 더 클 수 있도록 노력도 해왔다. 라인(LINE; 스티커·이모티콘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대화, 무료 음성 통화가 가능한 메신저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도 과거에 인수했던 회사를 통해 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청년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풀고 싶은 오해가 있다면 말해달라.

네이버에 대한 오해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크게 보면 미국의 야후, 일본의 야후재팬, 한국의 다음·네이버 같은 ‘포털형 서비스’ 계보가 있고 미국의 구글, 중국의 바이두, 러시아의 얀덱스로 이어지는 검색형 서비스 계보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두 형태의 서비스가 급속하게 닮아가고 있다. 구글의 사례처럼 검색형 서비스들이 포털형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를 구글과 단순 비교하면서 구글에 비해 너무 많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이러한 트렌드에 비춰볼 때 정당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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