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세금’ 내야 진정한 성직자
  • 양창희 인턴기자 ()
  • 승인 2013.06.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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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독일·일본 등의 종교인 과세는?

납세 의무는 ‘신성(神聖)’하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의 일도 역시 신성하다. 신과 소통하며 거룩함과 고결함을 유지해야 한다. 신성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성직자들은 신성한 납세의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을까.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각국의 종교인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낸다.

미국에서는 종교인 납세가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미국 장로교에서 해마다 ‘교회가 연방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자료를 발표할 정도다. 30쪽 분량의 이 문서에는 성직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교단 차원에서 ‘세금 잘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교회의 규모나 고용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목회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먼저 교회로부터 받는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낸다. 우리나라의 연금이나 의료보험료에 해당하는 ‘사회보험세’라는 것도 있다. 목회자는 ‘자영업세(self-employment tax)’를 내야 한다. 목회 활동에서 성직자가 수행하는 일이 자영업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설교를 하거나 각종 의식을 집전하고 받은 수당에도 세금이 붙는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한 교회에서 성가대 추도 공연이 열리고 있다. ⓒ APa 연합
유럽 성직자는 준공무원 성격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수행한 성직자들에게는 혜택도 주어진다. 주택수당이 대표적이다. 교회측에서 예산을 책정해 목사에게 주거 비용을 대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택수당에도 세금이 붙는다. 예를 들어 목사 연봉이 3만 달러이고, 주거 비용으로 1만5000달러가 따로 할당됐다면 목사가 1년 동안 받는 돈은 총 4만5000달러다. 이 경우 근로소득세는 3만 달러의 급여에 대해서만 내면 된다. 그러나 사회보험세는 목사에게 지급되는 총액 4만5000달러에 해당하는 만큼을 납부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성직자도 일반 개인소득자로 취급된다.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나 기타 활동에 대한 사례 등이 성직자의 주 수입원이다. 성직자는 개인소득자처럼 소득세 납부 신고를 해야 한다. 성직자가 소득이 없다고 해도 정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다.

유럽의 종교인 과세 구조는 조금 다르다. 종교기관의 공적 성격이 강조돼 국가가 종교인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독일의 성직자들은 국가로부터 매월 월급을 받는다. 가톨릭·개신교·유대교 등을 믿는 교인들은 연 소득세의 8~9%가량을 종교세로 납부한다. 성직자의 급여는 이 종교세에서 충당한다. 급여 지급 체계로만 봤을 때, 독일 성직자들은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자연히 성직자들의 월급은 ‘유리 지갑’이다. 세금이 월급에서 원천 징수되기 때문에 과세 과정이 투명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성직자의 소득세에 대한 법 규정이 따로 없다. 소득세 신고는 종교인의 수입에 비례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다수 성직자가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신고하기 때문에 실제 과세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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