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기는 민주당 보며 안철수 웃는다
  •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
  • 승인 2013.06.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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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신당’ 지지율 고공비행, 10월 재보선에서 위력 발휘할까

정치인 개인으로서 안철수 의원은 지난 4·24 재보선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60.5%의 높은 득표율로 의회에 입성했다. 선거 기간 내내 집중 조명을 받았다. 화려한 복귀라고 할 만하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세력으로서의 안철수’도 성공할 수 있을지로 모아지고 있다. 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정당 중시론자인 최장집 교수 영입은 설만 난무하던 상황에서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는 시그널로서 부족함이 없다.

어떤 정당이 생명력과 위력을 가졌는지 여부는 일단 전국 선거를 통해 확인된다. 지방선거 또는 총선의 성적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맞다. 그 첫 시험대로는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0월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10월 재보선 결과는 대중의 기대와 관심의 크기를 어느 정도 규정하는 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5월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항의 농성을 하는 유족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3당 성공은 어렵다” 인식 팽배

그동안 우리나라 정당들이 주로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창당되고 유지되고 소멸되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유력한 대선 주자급 인물이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정당들의 카르텔과 신생 정당의 도전을 어렵게 하는 선거 제도 등과 싸워야 하고, 다른 정당 지지층을 이탈시켜 옮겨오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신설 정당이 제법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유력 정당이 2개로만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3당의 실패 역사는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과 자유선진당 등이 일정 정도 위력을 보였지만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안철수 의원처럼 한때 대선 주자였던 인물이 창당을 주도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 2007년 문국현 대선 후보가 만든 창조한국당이 있었지만, 2012년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해산됐다.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은 그해 총선에서 31석을 차지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참패한 후 스스로 문을 닫았다. 또 2002년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정몽준 의원이 창당한 국민통합21도 창당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사라졌다.

제3정당이 선거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지속 가능성을 보이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제3당의 성공은 어렵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창당하려고 하는 세력은 이러한 인식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커진다.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의원측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후 실제 정당을 만들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안 의원측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성과를 부각시킬 전략을 고심할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작은 영남·충청의 재보선 지역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호남과 수도권에만 후보를 내려고 할 수 있다.

재보선에서의 목표는 모든 정당 중에서 가장 나은 성적이 아니라 일단 ‘민주당보다 나은 성적’으로 정하고자 할 것이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에서 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에게 요구한 성적이 일본보다 나은 성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호남과 수도권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민주당과 경쟁하게 되는 호남에서는 당선을 절대 목표로, 새누리당을 포함한 3파전이 전개될 수도권에서는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않더라도 민주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정도 목표라면 전망이 어두운 편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안철수 신당의 출현을 가정한 조사에서 지지율은 30% 이상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지층이 견고한 새누리당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도를 10% 선으로 주저앉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사전 조사 결과들을 볼 때 주의할 것은 실제 결과치는 이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응답자들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선택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실제 창당 과정에서 정강·정책 등이 구체화되고 조직과 인적 구성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잡음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이탈층이 생길 여지가 있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새누리당, 안철수 신당, 민주당의 순서는 10월 재보선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철수측 “민주당만 잡으면 된다”

안철수 의원 세력이 10월 재보선에서 앞서 언급한 현실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야권 성향층을 중심으로 대중의 시선이 안 의원측으로 더욱 쏠리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이다. 특히 호남 지역의 재보선에서 안 의원측이 승리하고 민주당이 패배하면 민주당 내 호남 의원들의 동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빠른 기간에 민주당이 유력 대선 주자를 키워내지 못할 경우 ‘고립에 대한 우려’에 따른 전략적 선택에 익숙한 호남 민심의 민주당에 대한 외면 현상이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이 심상찮다.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을 거의 20%포인트 차로 앞서기도 한다. 10월 호남 지역 재보선에서 안 의원의 깃발을 들고 나오는 후보의 선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보선이 유력해 보이는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는 절박해진 민주당이 2007년 대선 후보이기도 했고 전주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인 정동영 전 의원을 호출하고자 하는 유혹마저 느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현 정권에 대한 심판·견제 정서가 크게 형성된다면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일정 정도 되살아날 수도 있다. 현 정권이 전 정권처럼 대립적 국정 운영을 할 경우 이를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정권 초반 민주당이 10% 초반의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에서 위력을 보인 것은 그러한 심판·견제 정서가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로선 박근혜정부가 이명박 정부처럼 보수 강경 일변도의 국정 운영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야당 인사들과도 대화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유화적 스타일을 견지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야당으로서도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소재가 마땅치 않다. 오랫동안 진보 진영 이슈였던 경제 민주화나 복지 확대 등을 대선 과정에서 여당이 상당 부분 흡수해버린 상황이다. 127석을 가진 제1야당 민주당의 갑갑함이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틈에서 안철수 의원 세력은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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