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상점 많은 대학 서울대·한양대·고려대·서강대 순
  • 김회권 기자·최혜미 인턴기자 ()
  • 승인 2013.06.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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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 입점 업체로 본 캠퍼스 편의시설 실태

2004년 10월25일 고려대 서울 안암동 캠퍼스에 ‘타이거플라자’가 문을 열었다. 원래 공터였던 곳에 세워진 이 신축 건물 안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자리 잡았다. 스타벅스·던킨도너츠 등 외식 업체들이 고려대 교문을 넘는 데 성공했다.

타이거플라자 설립은 고려대를 논쟁의 장으로 끌어냈다. 당시 고려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에는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편의시설을 환영하는 사람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원하는 학생으로 갈렸다. ‘타이거플라자를 바꾸는 사람들’과 같은 자발적인 모임도 활동을 시작하며, 타이거플라자는 캠퍼스 내 상업 시설 논란을 대표하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10년이 지난 지금, 타이거플라자의 스타벅스는 더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 커피전문점 하나 없는 대학 캠퍼스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대학마다 상업 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부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지만, 정작 반대했던 그 시설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게 만드는 건 학생들이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상업 시설이 캠퍼스에 들어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선 고려대, 중앙대, 이화여대 모습(왼쪽). 반면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 국민대(오른쪽) 등은 외부 입점 업체가 적은 편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이상민
서울 소재 대학 평균 외부 업체 수는 9개

요즘 학내 상업화 논의는 오래된 이야기, 케케묵은 논의로 치부된다. 상업화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서울대마저 2007년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비빔밥, 베트남 쌀국수, 멕시칸 음식까지 프랜차이즈업체가 들어선 지 오래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에서 수익 사업을 목적으로 민자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민자 시설은 교육 목적으로 쓸 수도 있지만, 결국 수익을 찾는 다양한 업체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이윤 추구 문제와 새로운 소비 시장을 개척해내려는 업체 그리고 편리함에 매료된 학생들. 이들의 이해관계가 삼위일체로 맞물려 캠퍼스의 상업화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제 학교 내 카페·편의점 등 외부 업체는 학생들의 복지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면 어느 대학에 어떤 업체들이 얼마나 들어와 있을까.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이민규 교수팀은 서울의 각 구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서울 시내 30개 주요 대학의 외부 업체 입점 현황 자료를 받았다. 외부 업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각 대학 생활협동조합에서 관리하는 상점과 단체 급식소, 대학병원 내 상점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서울 시내 대학의 평균 외부 업체 수는 9개였는데, 가장 많이 입점한 곳은 서울대로 39개가 들어서 있다. 그다음은 한양대(23개), 고려대(22개), 서강대(18개), 연세대(16개), 중앙대(16개) 순이었다. 평균 상점 수인 9개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숭실대·서울여대·국민대 등 총 18개 대학이었다.

한 학생당 이용할 수 있는 외부 업체 수를 계산해보면 서울대(0.0025), 서강대(0.0021), 한양대(0.0014), 중앙대(0.0012), 고려대(0.0012)가 비교적 많았다. 반면 외부 업체가 한 곳밖에 없는 경기대의 경우 0.0001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앙대의 경우 학생당 상점 수 비율이 높은 곳에 속한다. 중앙대에 다니는 김은혜씨는 이를 ‘편의’와 관련지었다. “학교측이 학생 편의를 생각해서 이런 시설들을 입점시켰다”는 것이다. 요즘은 캠퍼스 안에 많은 상점이 입점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화여대의 명물이 된 ECC(Ewha Campus Complex)에는 서점을 비롯해 문구점, 빵 가게, 커피전문점, 중국음식점, 꽃집, 영화관, 피트니스클럽까지 각종 편의시설이 망라돼 있다. 이화여대는 2008년 ECC를 복합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김민경씨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긴 건 좋은 것 같다. 학교측에서 ECC를 복합 공간으로 만들려고 다양한 업체를 받았다”고 말했다.

외부 업체 중 대기업 소유 40% 달해

‘편의’의 격차는 캠퍼스 라이프와 직결된다. 경기대에서 만난 유해리씨는 “건물 3개당 상점이 1개 정도밖에 없다. 충분하지 못하다. 학생들이 원하거나 필요로 할 만한 업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씨의 불만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질’이다. 경쟁 업체가 없다 보니 교내 상권의 질이 떨어진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선택의 제한이다. 요즘 학생들의 다양한 기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학교측의 처사가 불만이다. “제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학교 내부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게 유씨가 말하는 작은 바람이다.

대학은 캠퍼스에 있는 여러 공간을 대여하거나 사용하게 한 후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수익 사업이다. 대학의 임대 수익은 얼마나 될까.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 148개 대학이 얻은 임대 수익은 1225억원이다. 대학당 8억원가량의 임대 수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번 정보공개 자료를 보면 그런 트렌드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먼저 들어와 있는 업체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카페와 편의점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서울 시내 30개 대학에 입점한 외부 업체 중 약 39%는 대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대기업’이란 대기업 소유의 프랜차이즈이거나 전국에 10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말한다. 가장 많은 곳은 타이거플라자를 보유한 고려대로 13개 대기업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서울대(10개), 중앙대(9개), 한양대(8개), 서강대(8개), 연세대(8개)가 그 뒤를 이었다.

외부 업체 입점은 대학생들에게 캠퍼스 라이프의 ‘격차’와 직결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많으면 많을수록 좀 더 질 높은 대학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면 외부 업체의 입점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대학 서열과 관련지을 수도 있다. 입시 시장이나 노동 시장에서 나타나는 대학 서열화의 격차가 대학생의 캠퍼스 생활에도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입점 상점 수 상위 학교들과 중앙일보의 2012년 대학 평가 순위를 비교해보면 좀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대학 평가 기준 상위 10위 이내 대학(연세대·서울대·성균관대·고려대·서강대·경희대·한양대·중앙대)의 평균 외부 업체 수는 19.4개였다. 나머지 대학의 평균 업체 수(5.7개)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입주 당사자인 업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관계자는 “유명 대학이어서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대학 중에 학교 규모나 주변 상권이 발달한 곳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 대학에 가장 많이 입점해 있는 커피전문점 그라찌에 관계자는 “서울 지역 대학에 호불호가 따로 있지 않다. 웬만한 규모의 대학이라면 특별한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본사 관계자는 “대학에는 입찰을 통해 입점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비교해 학내에서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고려한다. 지방 캠퍼스의 경우에는 방학 기간에 학생이 빠져나가고, 그러면 영업을 못 하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중요하게 보는 건 아무래도 재학생 수와 학교 주변 상권이다. 대학이 인원수가 많으니 매출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홍보 효과 이야기를 하는데 대학보다는 적자가 나더라도 강남에 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고 밝혔다.

캠퍼스는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살아간다. 오래된 서점은 사라졌고 단돈 몇천 원으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식당 역시 줄어들고 있다. 누군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하지만 누군가는 밥값조차 아끼는 마음으로 그곳을 그냥 지나쳐야만 하는 곳이 요즘 대학이다. 

※ 기사는 중앙대 이민규 교수팀의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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