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웨딩 뒤에서 벌어진 ‘돈 싸움’
  • 반도헌 객원기자 ()
  • 승인 2013.06.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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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두 노조, 수익 사업 비리 의혹 두고 비방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가 KBS 신관 웨딩홀 사업 운영과 관련해 뒷돈과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KBS 양대 노조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본부노조는 지난 5월30일 노보를 통해 KBS노동조합(KBS노조)이 웨딩홀 사업을 운영하면서 일부 업체로부터 기부금 명목의 뒷돈을 편법으로 지급받았다고 폭로했다.

본부노조는 이후 발간한 노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웨딩 사업과 관련한 KBS노조 전·현직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노조 역시 노보를 통해 본부노조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반박하면서 법정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웨딩홀 이권 문제를 다룬 KBS노동조합 노보가 신관 1층에 놓여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로 노보 발간해 상대 공격

본부노조는 KBS노조가 웨딩업체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예식 1회당 90만원씩 연간 1억700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돈이 KBS노조 운영비로 쓰였다며 “웨딩 사업의 수입을 직원의 복리 후생이 아닌 조합비로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히 현행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4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장홍태 본부노조 사무처장은 “법률에 따라 지정된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절차가 있다. 예식 건당 받은 것을 기부금 형태로 볼 수는 없다. 자발적 의지에 의한 기부금이 아니라 사용 목적에 의해 말만 기부금으로 돌린 것이다. 회사측도 이 내용에 대해 정당한 기부금이 아닌 것으로 법률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6월3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웨딩 사업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기부금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도 혜택이 KBS노조원에게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금 의혹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백한 상황이라 이 돈에 대한 법률적인 해석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본부노조가 추가로 제기한 KBS노조 전·현직 집행부의 비리 의혹은 진위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KBS노조 전·현직 집행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세 가지다. 첫째, 2010년 당시 KBS노조위원장이 노조 간부를 통해 웨딩 사업자로 선정된 지 얼마 안 된 A업체로부터 4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A웨딩업체가 문제를 제기한 시점인 2012년 8월쯤 이를 다시 돌려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본부노조는 석연치 않은 돈 4500만원이 KBS노조 간부 이름으로 입금된 A웨딩업체 통장 사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해당 업체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둘째, 바로 직전인 KBS노조 13대 집행부도 웨딩업체 로비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웨딩업체가 문제를 제기한 시점에 KBS노조 간부가 1500만원을 이 업체에 입금했는데 이 돈이 그동안 받은 향응과 로비에 대한 대가를 되돌려준 것이라는 의혹이다. 백용규 현 노조위원장이 지난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현 집행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2011년 5월 진행된 KBS노조 창립 기념행사에서 당시 노조 집행부가 웨딩업체에게 도시락 700개를 주문했고, 이에 대한 비용 700만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처리했다는 의혹이다. KBS노조는 ‘웨딩사업조사특위’를 구성하고 웨딩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본부노조가 제기한 비리 의혹의 핵심에 A웨딩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2010년 8월 KBS 웨딩 사업에 참여했다. 2012년 6월 KBS노조가 웨딩 사업자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리자 A업체가 이에 반발하며 KBS노조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 안에는 A웨딩업체가 그동안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골프, 룸살롱, 현금 상납 등의 형태로 접대한 내역이 자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홀 신관 웨딩홀. ⓒ 시사저널 이상민
김인규 전 사장 때 노조에 각종 사업 위탁

본부노조가 제기한 비리 의혹도 A웨딩업체가 보낸 내용증명에 바탕을 둔 것으로, 증거로 제시된 통장 사본 역시 웨딩업체에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측은 본부노조 노보를 통해 “뇌물에 대한 법률 검토도 받았다. 우린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노조는 특보를 통해 “본부노조가 저질 서비스로 많은 민원을 야기하고 금품 로비까지 시도하다가 KBS노조에서 쫓겨난 악덕 업자와 손잡고 교섭 대표 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웨딩 사업을 둘러싼 KBS 양대 노조의 갈등 배경에는 노조 수익 사업 배분과 적법한 사용에 대한 두 노조의 서로 다른 입장이 있다. KBS노조는 김인규 전 사장이 재직하던 2010년에 각종 사업을 위탁받아 웨딩 등 수익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KBS노조는 현재 웨딩·주차장·자판기·커피숍 등의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 KBS노조의 수익 사업 규모는 연간 12억원 매출에 순수익 6억~7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반면 본부노조의 수익 사업은 서점, 매점, 분식점, 캐릭터숍 등으로 연간 1200만원 매출에 순수익 800만원 정도다.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본부노조는 1200여 명의 본부노조 조합원들이 지불하는 주차장과 자판기 이용료까지 KBS노조 조합원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KBS노조의 후생 사업 수익은 전 직원의 복리 후생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웨딩 사업에서 드러난 비리 의혹을 폭로하며 KBS노조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다른 수익 사업의 문제에 대해 회사와 직원들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KBS노조는 “본부노조가 KBS노조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거지 근성’을 버리고 자신들이 복지 수익 사업을 발굴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KBS 양대 노조 간 진실 게임은 본부노조가 6월13일 발행한 네 번째 노보를 통해 마지막 의혹을 제기한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본부노조가 제기한 비리 내용이 KBS노조 전·현직 집행부를 겨냥하고 있어 노-노 갈등이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홍태 본부노조 사무처장은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아직 조합 대 조합으로 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상황으로,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입장은 지금까지 나온 노보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 앞으로도 노보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 조사특위를 통해 객관적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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