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게 해줄게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6.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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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에서 ‘소셜 다이닝’까지…1인 가구 겨냥한 위로 산업 부상

대한민국 전체 가구 네 곳 가운데 한 집은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늦은 결혼, 이혼, 저출산, 고령화, 자녀 교육을 위한 기러기 가족 증가 등으로 1인 가구 증가 폭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장래 가구 추계 2010~2035년’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23.9%(414만 가구)에 이른다.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해 2030년이면 32.7%(709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집 가운데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이 먹방을 보며 식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1인 가구의 행복 지수를 높여라

1990년대 이후 한국의 1인 가구 증가 폭은 미국·일본보다 가파르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1인 가구 증가에 대응해왔고 산업 구조도 다인 가구 중심에서 1인 가구 중심으로 바뀌었다. 1인 가구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 격인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1인 가구를 겨냥한 ‘솔로 이코노미’가 주요 산업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한국에서도 1인 가구에 특화된 새로운 산업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른바 ‘위로 산업’이 그것이다. 늘어난 1인 가구로 인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좇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파고드는 위로 산업이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서울시가 6월17일 발표한 ‘2012 서울 서베이 도시 정책 지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행복도가 다인 가구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서울 시내 2만 가구(15세 이상 4만9758명)와 거주 외국인 2500명, 사업체 5500개를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와 분석을 해서 나온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서울 시내 1인 가구 비율은 24%, 2인 가구는 22.8%로 2인 이하 소규모 가구 비율이 46.8%에 달했다. 2005년 42.4%와 비교할 때 4.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연령층을 보면 1인 가구는 30대 이하가 48.1%로 가장 많았고, 2인 가구의 경우 60대 이상이 44.7%로 대조적이었다.

주목할 점은 2인 이하 가구의 주관적 행복 인식이 3인 이상 다인 가구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조사에서 1인 가구의 행복 인식 점수는 64.5점(100점 만점), 2인 가구는 66.7점으로 3인 이상 가구의 68.6점보다 낮았다. 행복을 인식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점에서 오는 ‘정서적 위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솔로족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을 넘어 영화·케이블TV·지상파까지 지배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먹방은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묘한 심리적 위안’을 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은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 한 방송 진행자가 지난 2008년 ‘먹쇼(먹는 쇼)’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방송이 시초다. 이후 많은 사람이 비슷한 개인 방송을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먹방’이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소셜 다이닝 플랫폼 ‘집밥’은 30대 1인 가구가 주요 고객층이다. ⓒ 집밥 제공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먹자’ 붐 일어

처음 먹방이 등장했을 때는 BJ(Broadcasting Jockey, 방송 자키)가 혼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방송이 대다수였다. 요즘은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먹방, 부부가 나오는 먹방, 가족과 같이 식사하는 먹방,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중계하는 먹방 등 종류가 다양하다.

먹방은 혼자 밥을 먹는 자취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식사 시간대에 맞춰 먹방을 시청하며 함께 식사를 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측에 따르면 먹방 누적 시청자 수는 15만명, 누적 방송 개설 수는 1500여 개에 이른다. 먹방만 진행하는 BJ가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먹방을 내세우는 BJ 수가 2000명을 넘는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함께 밥 먹는 트렌드가 조성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소셜 다이닝’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식사를 매개로 친교를 맺는 것을 뜻한다.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아예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국내 최초의 소셜 다이닝 플랫폼인 ‘집밥(www.zipbob.net)’은 웹사이트에 모임 주제와 일정, 선호 지역만 신청하면 ‘집밥’ 운영자가 즉시 밥 먹는 모임을 꾸려준다.

지난해 10월 사업자등록을 마친 ‘집밥’은 사이트를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총 800회의 밥 먹는 모임을 가졌다. 전국 16개 도시에서 한 달 평균 100회의 모임이 열리고 있다. 처음에는 밥만 먹는 모임이 대부분이었는데 차츰 유기견 봉사활동, 미술관 구경, 등산 등 식사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곁들이는 것으로 발전했다.

집밥의 박인 대표(27)는 “나부터가 1인 가구이다 보니 밥 먹는 게 늘 고민이었다. 혼자 밥 먹기가 싫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모임을 꾸리게 된 게 ‘집밥’의 시초였다”며 “‘집밥’의 주요 이용 고객은 30대 싱글 남녀다. 모임을 꾸려나가면서 혼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을 함께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점차 다양한 연령층이 색다른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셜 트립(Social Trip)’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솔로족 특화 여행 상품·앱 등장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가 여행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것 또한 ‘나홀로족’을 겨냥한 특화 상품을 내놓아서다. 티켓몬스터는 업계 최초로 20~30대 싱글남녀를 겨냥한 ‘짝’ 여행 상품을 선보여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선보인 ‘짝 여행 상품’은 현재까지 26차례 진행됐고 8000여 명이 참여했다. 여행과 데이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젊은 1인 가구의 호응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1인 가구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모바일 벤처기업에게도 싱글족은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늦은 밤 혼자 귀가하는 솔로족을 위한 ‘앱대리’, 음식 주문·배달부터 생활 편의를 위한 각종 심부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편의 대행 어플리케이션 ‘다시켜’, 1인분도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을 확인해주는 ‘배달패밀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나타나는 어두운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1인 가구 증가는 사회·경제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임효연 세종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는 독거노인부터 은둔형 외톨이, 기러기 가구 등 포괄적이다. 기러기 가구 등의 1인 가구가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무엇보다 가족 해체를 방지하는 게 급선무인데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대응이 미흡하다. (산업적으로 부각되는 반면) 전통적 가정의 역할은 소홀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솔로 이코노미’ 시대, 나 홀로 가구를 잡아라 


1인 가구가 거대 소비 집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솔로 이코노미가 떠오르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는 싱글 및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 시장을 형성함에 따라 식품·주택·소형가전 등 관련 산업에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마트에는 1인 가구 전용 코너가 들어섰고, AK몰 ‘싱글라이프’와 같은 싱글족을 위한 쇼핑몰이 등장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1인 가구’는 올해의 마케팅 키워드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옥션은 6월20일 올해 상반기 온라인 쇼핑을 주도한 핵심 키워드의 하나로 ‘1인 가구 증가(Smaller homes)’를 꼽았다. 올 상반기 옥션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1위는 즉석밥으로 무려 25만개가 판매됐다. 싱글족을 겨냥한 미니 테이블도 13만개가 팔리면서 히트 상품 3위를 차지했다.

업체들은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보안과 안전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는 방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에스원의 경우 지난해 공동주택 전용 무인 보안 시스템인 ‘세콤홈즈’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의 방범 서비스에 1인 가구에 특화된 가스 밸브 잠금, 화재 통보, 대기전력 차단, 전등 제어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공된다. 청소대행업체인 삼성명품크린이나 우렁각시 등도 1인 가구를 겨냥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택배 수령이 용이하지 않은 싱글족을 위한 ‘무인 택배 서비스’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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