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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헌│객원기자 ()
  • 승인 2013.07.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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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움직임에 비판 여론…직원 평균 연봉 1억원 육박

KBS가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이 다시 한번 벽에 부딪혔다. KBS는 6월2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BS의 야당 추천 이사들이 인상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안건을 상정하지도 못했다.

KBS가 마련한 수신료 인상안은 33년 동안 2500원으로 동결돼 있는 수신료를 4300원 또는 48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KBS는 7월3일 이사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해 의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럴 경우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수신료 인상안이 KBS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S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TV수신료 긴급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당시 KBS 부사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통과해야 수신료 인상 가능

현재 여론 기상도를 보면 KBS에 불리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먼저 수신료 인상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성명을 통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보도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제도화해 공영방송으로서 어떻게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인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은 후에 수신료 인상을 논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대다수 국민 역시 공정성을 잃어버린 KBS의 보도 행태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담긴 대화록 공개 문제에 대한 보도 행태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균형 감각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위기를 맞은 KBS가 여전히 방만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수신료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S는 지난해 62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8년 7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KBS는 올해도 지상파 광고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200억~3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다 2009년 693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0년 434억원으로 흑자 폭이 줄어들었고, 2011년에는 47억원 흑자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경영 수지가 악화됐다.

회사 고유의 영업실적을 나타내는 사업 손익에서도 2010년에 142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이후부터 손실로 전환돼 2011년 651억원, 지난해에는 380억원의 사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 사업 손실 폭이 줄어든 것은 런던올림픽 등으로 인한 방송 광고 수익의 증가(249억원)에 기인한 것이다.

6월14일 공개된 ‘2012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는 ‘앞으로도 종합편성방송 채널, 케이블TV 등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인해 광고 수입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방송 제작비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수익 구조로는 사업 손실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길환영  사장 취임 후 간부 자리 늘려

KBS는 주 재원인 수신료 비중을 현재 37%에서 50% 이상으로 높여 수신료 중심의 공영적 재원 구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재정 구조 개선 없이는 정상적인 공영방송 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정체된 광고 시장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수신료 인상으로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KBS가 최근 마련한 조직 개편안은 경영상 어려움을 수신료 인상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길환영 KBS 사장은 올 1월 신년사에서 “만성적인 재정 적자 구조 해소를 위해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찾아내 불식시켜야 한다. 직무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조직 개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7월1일부터 적용되는 개편안은 조직을 비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편성센터를 편성본부로 승격시킨 것을 비롯해 각종 부서의 신설 간부 자리를 대폭 늘렸다. 국장급 자리가 4개(국장 1명, 주간 3명) 늘었고 부장급도 9개 늘었다. 이마저도 야당 이사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반발로 초안에 비해 확대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장 임기 초반에 조직 장악을 위한 당근책으로 간부 자리를 늘리려는 의도라면 재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0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직원 평균 연봉도 여전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기본급과 상여금 및 제수당,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2007년 7624만원이던 게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11년에는 9099만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 부담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7년 4077억원이던 인건비는 2011년 4428억원으로 늘어났다. KBS는 정규직을 꾸준히 감축하며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규직 인원수는 2007년 5294명에서 2011년에는 483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인원 감축이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간부 비율이 계속 증가한 탓이다.

KBS 2급 이상 간부 비율은 2009년 51.2%에서 2011년 57%로 증가하면서 인원 감축 노력에 비해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보도의 공정성과 방만 경영 등 KBS 내부적인 문제 외에 외부적인 요인도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수신료가 인상되면 KBS 2TV의 광고는 대폭 축소된다. 수신료 인상으로 인한 광고 축소가 결국 종합편성 채널의 광고 시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범부터 특혜 논란을 일으킨 종편에 대한 특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4월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재원’ 관련 토론회에서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KBS 수신료가 40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전이되는 광고비는 3500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000원으로 인상될 경우 5800억원 정도의 광고비 이전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KBS에서 빠져나간 광고비 전액이 타 매체로 이전되지 않겠지만 2000억~3000억원 정도의 광고 이전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계와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이 중 상당수가 종편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종편의 납입 자본금 잠식 규모는 1600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KBS의 광고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편으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KBS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 초반에 수신료 인상을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고 정권 지지도가 높은 현 상황이 KBS로서는 수신료 인상의 적기인 셈이다.

올해를 넘기면 수신료 인상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권의 힘에 기대기보다 공정한 보도와 경영 개선을 통해 국민 여론을 돌려놓는 것이 우선임을 알아야 한다는 게 방송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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