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서 터진 ‘미술품 스캔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7.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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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만원밖에 없다는 집에서 작품 ‘우수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미술품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가치를 산정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출처는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출처는 크게 세 군데로 압축된다. ‘강탈’ ‘뇌물 또는 선물’ ‘구입’이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그들의 재산을 헌납받는 방식으로 강탈했다.

당시 신군부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에서 고가의 미술품 등도 가져갔다. 1993년 당시 민자당의 김종필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980년 5·17 당시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고가 미술품을 신군부가 압수해 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흥선대원군의 난(蘭) 병풍, 김은호 화백의 사군자, 김옥균의 음어서한 등이 포함돼 있다며 빼앗긴 목록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부정축재자 환수 재산’으로 공식 등록된 후 국가 부처에 이관되거나 일반인에게 경매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정을 맡은 한국고미술협회의 한 감정위원은 “영등포에 있는 대한통운 창고에서 압수 물품들을 감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7월16일 검찰이 전재국씨 소유의 허브빌리지에서 황동불상을 압류해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압수한 고미술품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압수 미술품 전부가 국고로 들어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압수한 물품을 목록에 기재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2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압류된 가재도구 등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적이 있다. 당시 전씨가 소유하고 있던 동양화와 서예 작품 등 22점이 경매로 나왔다.

그런데 값나가는 물건은 별로 없었다. 품목별로 보면 도자기 5점(감정가 55만원), 서예 작품 3점(감정가 260만원), 병풍 3점(감정가 110만원), 동양화 6점(감정가 190만원), 서양화 5점(감정가 360만원)이다. 모두를 합친 감정가가 975만원에 불과했다.

감정가로 보면 유명 작가의 골동품이나 고서화 등은 없는 셈이다. 최고 권좌에서 수천억 원을 쥐고 흔들었던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당시에도 값나가는 것은 빼돌렸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다.

어디서 난 것일까

이번 압수수색에서는 미술품이 무더기로 나왔다. 전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에서 190여 점이 나온 것이다. 개인 명의로 된 재산이 없고,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면서 이 미술품들은 어디서 난 것일까.

‘뇌물이나 선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뇌물의 경우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건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전 전 대통령은 이미 권좌에서 내려온 지 오래다. 측근 등이 선물로 고가의 미술품을 줬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통령 퇴임 후에 선물로 받은 것이라면 권좌에 있을 때는 더 많은 선물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에 압수된 것은 20점 내외다. 어딘가에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다른 곳에 ‘골동품 저장소’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직접 구입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구입 자금이다. 큰아들인 재국씨가 모두 사줬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어디에서 조달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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