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갑’의 특권 내려놓으라
  • 조창현 | 정부혁신연구소장 ()
  • 승인 2013.07.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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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참 논의되고 있는 국정원 개혁안의 핵심은 일체의 국내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법률로 금지된 활동임에도 지금까지 자행돼왔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결과는 늘 용두사미로 끝났다. 왜일까.

근본 원인은 ‘갑’이 된 여당이 절대 ‘갑’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국정원의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국가가 아닌 정당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즉, 국가 것(국정원)을 사적(여당)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불법적이며 부당하다. 그래서 근절돼야 한다.

집권당은 정권을 재창출하는 과정에서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자신들이 가진 능력보다는 집권당 프리미엄을 통한 추가적 힘을 활용하고자 하는, 그래서 야당보다는 좀 더 유리한 입지에서 움직이고자 하는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충동은 후진국일수록 강하다. 그것의 극치는 일당 독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권당에는 행정부를 장악해 그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정권 재창출과 정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 있다. 어느 정당이든 정권을 잡으면 그 특권을 마음껏 향유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갑’의 특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이러한 정치 환경 속에서는 민주 정치의 생명인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을 방지하는 유일한 수단이 이른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인데 이 또한 말처럼 쉽게 실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정치적 수요가 국정원의 권력 지향적 조직 문화와 맞닥뜨려서 국정원의 정치 관여가 정권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국내 정치 관여’를 근절하는 일은 우리나라 정치 질서에서 ‘갑’의 횡포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 중요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정치 경쟁의 불공정 거래로 인한 정치적 ‘자포자기’다. 국민 입장에서는 투표에 열심히 참여했음에도 선거 과정의 뒤끝이 늘 개운하지 못하다. 이것이 촛불 집회, 장외투쟁, 의사당 내에서의 폭력, 막말 등의 충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권력기관들이 정치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키지 않는 한 우리나라 정치 경쟁에서의 공정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이 국정원 개혁에 집중돼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의 위치에 있는 여당이 먼저 그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 개혁될 국정원도 결국 옛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의 외형적 개혁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최고 정보기관 책임자의 자격과 자질에 대한 기준을 제도화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전직 군인, 법조인, 정치인, 학자 출신들이 정보원장으로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 있었는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온 특정 지역·인맥을 챙기거나 보복하는 인사가 계속되는 지금의 국정원 인사 제도에 대한 획기적 개혁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권은 바뀌어도 국정원장은 그에 상관없이 자신의 주어진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하루속히 뿌리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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