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인가, 외도인가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09.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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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보도 파문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은 ‘막장 드라마’의 연속이다. 이석기 태풍이 몰아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하나의 A급 태풍이 뒤를 이었다. 이번에는 현직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혼외(婚外) 아들’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논란의 파장에 따라 자칫 검찰이 벌이고 있는 여러 사정 수사 전반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전망이어서 정국은 또 한 차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의 중심에는 조선일보와 채동욱 검찰총장의 악연이 얽히고설켜 있다. 채동욱 총장 ‘혼외 아들’ 보도의 사실관계에 따라 둘 중 한쪽은 치명적인 내상이 불가피하다.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채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 반대라면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6월14일 오전. 출근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표정엔 노기가 가득했다. 그는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나온 조선일보 기사가 발단이었다. 이날은 ‘국정원 정치 개입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수사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수사 결과 내용이 조선일보에 보도됐다. 내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채 총장은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대검 감찰본부에 지시했다. 총장의 격노에 따라 곧바로 특별감찰팀이 구성됐다. 감찰1과장이 팀장을 맡고 검사 2명이 배치되는 등 총 8명 규모로 무게감이 남달랐다. 채 총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었다.

ⓒ 시사저널 구윤성·연합뉴스
검찰 “친자를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나”

채 총장이 특히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는 물론 박근혜정부의 보이지 않는 권력을 말한다. 그 권력이 배후에서 조선일보를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여긴 것이다. 당시 대검의 한 관계자는 “원세훈 전 원장이 MB 정권 때 원장이었다고는 해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현 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미리 언론에 수사 결과를 흘려 ‘물타기’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시 채 총장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특별감찰팀의 구성을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꼭 내부 유출자를 찾아내라는 것보다는 검찰을 흔들려는 외부 세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물론 여기에는 조선일보도 포함된다. 아무튼 이 일로 채 총장과 조선일보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게 검찰 주변의 얘기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9월6일 양측이 다시 한 번 험악하게 맞설 사건이 터졌다. 조선일보가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당초는 ‘박원순 시장의 무상보육 위한 지방채 발행’ 건이 1면 머리기사였으나 급히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는 채동욱 혼외 아들 건을 올해 1월부터 취재했다. 이 건은 소위 찌라시라는 증권 정보지에도 올라 언론사들이 취재를 하다 포기했고 조선일보는 최근에 다시 취재를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채 총장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조선일보 보도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일선 검찰 가족 여러분은 한 치의 동요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언론 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6일 오전, 검찰도 채 총장이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언론 보도대로 채 총장에게 혼외 자식이 있다면 친자 확인 검사를 통해서 다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다. 나중에 그게 사실이라고 밝혀져서 지금 (채 총장의) 해명조차도 다 거짓으로 드러나면 그야말로 검찰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텐데, 그런 사안을 지금 당장 위기를 모면하자고 우선 급한 대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부터 하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더구나 채 총장은 특수수사로 잔뼈가 굵으신 분인데…”라며 언론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17일 청와대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권 “채 총장, 지나친 사정 드라이브” 불만

대검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단순히 언론에서 채 총장의 비리나 도덕성 검증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취재가 이뤄졌을까 하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 기사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가게 된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원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금 여권에서 채동욱 체제의 검찰을 그만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최근 검찰청사 주변에서는 보수단체의 ‘채동욱 총장 물러나라’는 규탄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고, ‘전라도 출신 총장’ ‘빨갱이 옹호하는 총장’ 같은 비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검찰의 국정원·경찰 댓글 조작 대선 개입 수사 결과가 박근혜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채 총장을 마뜩치 않아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나돌았다. 지난봄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던 당시 자칫 불똥이 친박계까지 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에는 ‘4대강 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며 수사가 정·관계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채 총장이 특수부 후배 검사들을 부추겨 지나치게 사정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초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을 대폭 교체한 배경에 검찰과의 불편한 기류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왔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사시 25회로 채 총장(사시 24회)보다 후배라는 점이 검찰 통제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법조인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검사장도 지내지 못한 지청장 출신의 민정수석 말이 검찰에 제대로 먹히겠느냐”며 곽 전 수석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실제 곽 전 수석 후임으로 임명된 홍경식 민정수석은 사시 18회에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채 총장의 검찰총장 대선배다. 청와대 인사를 바라보는 채 총장과 검찰의 속내가 편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내연녀 실체 두고 양측 ‘진흙탕 싸움’ 예고

아무튼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혼외 자식’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사실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되는 여러 검찰 수사 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문제는 조선일보 보도의 진위 여부가 당장 가려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자칫 진실은 묻히고 지루한 진흙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DNA 검사와 같은 친자 확인 검사가 채 총장과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닌, 혼외자로 지목된 모자(母子) 등 3자 간의 관계여서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 총장이 명예훼손으로 조선일보를 고소할 경우 법원이 친자 확인 검사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먼 훗날의 얘기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알아보니 해당 언론사에서 곧 2탄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하는 것인데 어설프게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추가로 내놓을 보도 내용에 따라 향후 분위기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전의 공방에 대해 “그것만으로도 검찰총장의 위신과 검찰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의 걱정이다.

채 총장을 둘러싼 여자 소문은 지난 2월 검찰총장 인사를 앞둔 무렵에도 한 차례 떠돈 적이 있다. 어느 오페라단 단장인 여성과의 내연 관계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는 소문에 그쳤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 거론됐던 여성이 이번에 조선일보가 보도한 ‘혼외 아들’의 생모 Y씨라는 얘기가 불거졌다. 그러나 9월6일 오후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일부 기자와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 이 모자의 실명과 나이 등 인적 사항이 은밀하게 돌기 시작했다. <시사저널> 역시 이날 오후 6시경 취재 과정에서 모자의 인적 사항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물론 이는 당장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다. 그럼에도 그 내용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관계 기관의 협조가 필요할 만한 부분도 있었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만도 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시사저널 최준필
총장이 부하 검사에게 수사받는 상황 올  수도

위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대로 조선일보가 곧 추가 보도를 내놓는다면, 그 대상은 채 총장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Y씨의 실체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채 총장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1999년 무렵 청사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50대의 임 아무개씨라는 게 흘러나오는 내용이다. 그 아들이 올해 11세인 채 아무개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채 총장이 혼외 아들을 두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설령 채 총장이 그녀를 안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이 아이가 채 총장의 아들이라고 아예 단정하고 있다.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음에도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섣불리 예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관계가 없다’는 행간의 의미는, 이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에 대해 조선일보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조선일보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안이 법정으로 옮겨갈 경우 현직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에게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국가 주요 권력기관끼리 낯을 붉히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누군가 채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음모를 꾸몄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정치권력과 언론이 뒤엉켜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혼외 아들 소문 누가 흘리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는 조선일보 9월6일자 보도가 터지자마자 검찰 안팎은 발칵 뒤집혔다.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는 채 총장의 해명이 즉시 나왔지만, 검찰 출입 기자를 중심으로 모든 매체가 진위 파악에 나섰다. 사실 채 총장에 대한 루머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 전 여의도를 중심으로 조금씩 새어나온 적이 있다. “채 총장이 음악계에 종사하는 한 여인과 내연 관계이며, 이 여인의 힘으로 검찰총장에 오를 수 있었다”는 식의 증권가 ‘찌라시’ 내용이었다. 그러나 ‘혼외 아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도된 지금, 다시금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월 거론됐던 여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오르내리면서, 당시 인사청문회 야당 측 위원들 중 일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9월6일 오후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채 총장의 내연녀와 혼외 아들로 지목된 모자에 대해 꽤 상세한 정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내연녀의 이름은 임○○이고, 혼외 아들은 채△△”이라는 기본적인 정보부터 나이, 직업, 출신 학교까지 알려졌다. 심지어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군이 지난 8월31일 뉴욕으로 떠날 때 타고 간 비행기 편까지 공개됐다. 물론 이 모든 정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갑자기 이런 정보가 어디서 유출된 것일까. 해당 언론이 철저히 입을 닫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의 진원지는 각 정보기관들로 추정된다. 그토록 모아지지 않던 정보가 특정 시점에 여러 정보기관을 통해 갑자기 쏟아진 것이다. 자칫 특정 세력이 철저한 계산 아래 정보를 언론사 기자들에게 흘렸다는 의혹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에 배후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조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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