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더는 끌려갈 수 없다
  •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3.10.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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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조선일보·중앙일보 온라인 뉴스 유료화…콘텐츠 차별화가 성공 관건

최근 13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세계적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에게 팔렸다. 1973년 미국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는 등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사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가 팔렸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신문사가 갑작스럽게 인터넷 재벌에게 팔린 것은 태블릿PC·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종이신문의 판매 부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광고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온라인미디어뉴스’가 미국신문협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8월을 기준으로 미국 신문사의 약 87%가 뉴스 유료화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유료화를 도입한 대다수 미국 신문사는 이용자들에게 일부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정해진 분량을 넘어서면 이용료를 요구하는 종량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일정 분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넘어서면 이용료를 요구하는, 무료와 유료 모델이 혼합된 방식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타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구글·야후 등 검색 엔진,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기사를 접속할 경우 무료로 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해외 신문사들의 디지털 뉴스 유료화는 아직까지 실험 단계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 등 몇몇 유력 신문사의 뉴스 유료화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신문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신문사의 뉴스 유료화 시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신문사들의 디지털 뉴스 유료화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9월5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에서 네이버는 뉴스 유료화 지원 모델을 발표했다. ⓒ 시사저널 구윤성
미국 신문사는 87%가 뉴스 유료화 도입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온라인 뉴스 시장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포털 사이트들과 연합뉴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종이신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 4월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종이신문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는 방문객의 트래픽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주도권이 포털 사이트들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해 너도나도 뉴스 유료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이미 유료화를 시작했고, 많은 신문사가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사 중에서는 <매일경제>가 최근 가장 먼저 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나섰다. <매일경제>는 지난 9월2일 <매경e신문>이라는 이름의 뉴스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와 심층 보도 등을 기존 지면 뉴스와는 별도로 온라인을 통해서만 유료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디어오늘>도 9월11일부터 부분적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해 하루 2~3개 기사를 유료 콘텐츠로 지정해 온라인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매경e신문 초기 화면과 이용 가이드. ⓒ 매일경제 홈페이지 캡처
언론사와 포털의 동참 없이 성공 어려워

다른 언론사들도 뉴스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프리미엄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유료 뉴스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한국경제> <내일신문> 등도 조만간 뉴스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사들의 뉴스 유료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나라 독자들이 뉴스 소비의 주요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네이버와 더불어 언론사가 상생할 수 있는 유료화 모델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네이버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되는 언론사의 콘텐츠 유료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프레스 플러스(Press+)’와 유럽의 ‘피아노 미디어(Piano Media)’ 같은 공동 결제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은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건당 혹은 묶음으로 독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간의 상생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언론사와 이들의 뉴스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유료화에 동참해야 한다. 일부 언론사·통신사 또는 포털 사이트가 뉴스 유료화에 함께하지 않으면 포털과 언론사들의 상생 모델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뉴스 유료화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언론사와 포털 사이트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료로 제공되는 기사가 비용을 지불한 독자들의 욕구와 기호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특성화된 가치를 지녀야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종이신문 기사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콘텐츠를 유료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존 언론사들이 온라인 뉴스 서비스의 유료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양질의 프리미엄 기사를 생산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기의 급속한 발달과 이로 인한 뉴스 소비 행태의 변화는 신문사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변신과 도전의 기회도 만들어주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종이신문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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