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10명 중 9명 당장 수술 안 해도 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0.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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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물혹이거나 평생 문제 안 일으켜…자라는 속도 느리고 치료 효과 좋아

모든 암 가운데 가장 흔한 게 갑상선암이다. 진단 기술이 발달한 덕에 이제는 미세한 암까지 포착한다. 갑상선암은 발견하면 거의 100% 수술로 치료한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환자의 90%는 당장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들이다. 물혹이거나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암(잠재암)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10%의 암이 문제다. 현재로서는 이 암을 구별해낼 방법이 없다. 이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나라가 미래 이 분야의 선진국이 될 전망이다.

갑상선암은 성장 속도가 느리다. 암이 발견된 후 갑자기 진행이 빨라지는 사례는 드물다. 환자의 상황이나 몸 상태에 따라 치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다. 조기암(1~2기)의 치료 성적은 100%에 육박한다. 모든 암이 평균 두 배 증가했던 2000~10년에 갑상선암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갑상선암이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진단법의 발달이 한몫했다. 이 암에 대한 기본 진단은 초음파 검사인데 장비 해상도가 좋아서 1㎜ 크기의 종양까지 찾아낼 정도다. 갑상선에 있는 작은 종양을 발견할 수 있지만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그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 물혹이 아니라 종양일 가능성이 크다면 가는 바늘을 갑상선에 꽂아 세포를 떼어낸 후 현미경으로 관찰(세침 검사)한다. 이 검사로도 확진할 수 없는 일부 암은 수술해야만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 일러스트 정현철
수술+방사성 요오드로 완치율 100% 육박

아무리 가는 바늘이지만 목에 침을 꽂는 것이나 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하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는 두렵고 불편하다. 이 때문에 최근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몇 가지 유전자 변이를 간단하게 진단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비용도 많이 들어 보편화되기까지는 연구와 개발이 더 필요하다.

갑상선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수술은 종양 조직을 떼어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조직검사의 의미도 있다. 수술할 때 종양 조직을 떼어내 양성과 악성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치료(방사성 요오드 치료)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암 덩어리가 크거나 다른 기관으로의 전이가 의심되면 갑상선 조직을 모두 떼어낸다.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머리와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에도 갑상선 조직을 모두 제거한다. 암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한 개라면 병원 또는 의사의 치료 방침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진다. 즉, 갑상선 조직 중 절반만 제거하고 절반은 남겨놓기도 한다.

갑상선은 대사 과정에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이 호르몬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오드가 필요하다. 김, 미역, 다시마 등에 요오드가 많다. 사람이 음식물로 섭취한 요오드는 혈관을 따라 갑상선에 모여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이 성질을 이용한 것이 방사선 요오드 치료다. 방사능이 나오도록 조작한 요오드를 인체에 투여하면 갑상선으로 이동한 후 암과 갑상선 조직에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방사선은 수술 후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갑상선 조직이나 갑상선 암세포를 파괴한다. 그런데 일부 암은 요오드 흡수를 차단하므로 치료 효과가 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미국, 5㎜ 이하 종양은 치료 안 해

갑상선은 목 부위에 있는 장기여서 목 아래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이 일반적이다. 여성 환자에게 수술 후 흉터는 미용상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가 많다. 겨드랑이나 유방 주위를 2cm가량 절개한 후 수술하므로 흉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갑상선암을 내시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하는 건 아니다. 암의 크기와 개수 등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예컨대 암 덩어리가 크면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보다 목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이 효과적이다.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내분비외과 전문의)은 “치료 효과, 재발 위험성, 통증, 수술 후 감각 등을 모두 고려할 때 목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이 내시경이나 로봇보다 우위”라며 “내시경과 로봇 수술은 미용 면에서 괜찮지만 겨드랑이나 유방 부위에서 목까지 절개해야 하므로 수술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수술을 받은 암 환자의 10~20%는 재발한다. 몇몇 대학병원은 재발암을 고주파 열로 치료한다. 암의 크기가 작고 1~2개인 재발암 제거에 효과적이다.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므로 일부 환자는 초기 갑상선암을 고주파 열로 치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재발암에 효과가 입증됐을 뿐, 초기암에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등에서는 갑상선에서 종양을 발견하더라도 5㎜ 이하면 세침 검사를 하지 않는다. 워낙 진행 속도가 느려 양성과 악성을 구분할 단계가 아니라서 치료를 유보하는 것이다. 일부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잠재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1cm의 종양이라도 10년 동안 서서히 진행한 것과 1~2개월 만에 빨리 커진 것이 있다. 문제는 빠르게 진행하는 암이다. 이런 암은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도 크고, 그로 인해 사망할 확률도 커진다. 그러나 진행이 느린 종양과 그렇지 않은 종양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 2~3㎜짜리 종양도 발견하자마자 100% 수술하는 이유다.

이런 배경 탓에 국내 갑상선암 치료는 과잉 진료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이는 의료진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진단 기술의 한계다. 류준선 갑상선암센터장은 “조직검사든 피검사든, 국제적으로 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한창”이라며 “하지만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연구 지원이 시원치 않다”고 말했다. 박영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서서히 자라는 진행암과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잠재암을 구별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갑상선암을 약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까지 내세울 만한 항암제는 없다. 진행이 느린 암이라는 특징은 항암제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동물실험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암세포가 더디게 자라므로 연구·개발 기간이 길다. 한 가지 실험에만 보통 10~20년 걸린다. 시간적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방법(분자 생물학적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한 표적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박 교수는 “새로 개발되고 있는 표적치료제가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있어 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인자는 몇 가지 보고된 바 있는데 방사선 노출, 유전적 요인, 과거 갑상선 질환 병력 등이다. 특히 방사선 노출은 갑상선암의 위험 인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노출된 방사선의 용량이 클수록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도도 증가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갑상선암이 많이 생겼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후 그 지역에서 갑상선암 발병이 100배가량 증가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은 물론 한국도 갑상선암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방사선량으로는 한국에 갑상선암 발병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환자가 갑상선암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 국립암센터 제공
비만도 위험 키우는 요인 중 하나

이 암의 원인이 불분명해 내세울 만한 예방법은 없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 지역 여행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릴 때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 사고로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 부모·형제자매·자녀 등 직계가족 가운데 이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발병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4~10배 높다. 전체 갑상선암의 3~5%는 가족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암이 유전된다는 증거는 없다.

최근에는 비만이 또 다른 위험 인자로 떠올랐다. 뚱뚱한 사람이 갑상선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갑상선암 예방에 요오드가 좋다는 소문에 해조류(다시마·미역·김), 어패류(멸치·굴), 우유, 달걀노른자 등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오드 섭취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갑상선암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입증된 음식은 없다. 과일·커피·차는 갑상선암의 예방과 관련이 없으며, 해조류와 배추·채소류(양배추·브로콜리·고추냉이 등)도 이 암의 발병과 분명한 연관성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다만 국내외 의사들은 일반 채소류를 많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다음 호에는 치질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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