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군사우편으로 들여온 마약이 퍼지고 있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1.05 10: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보도한 신종 밀수 수법 확산…관세청 자료 통해 확인

주한 미군의 군사우편을 통한 마약 밀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김현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미군 군사우체국(JMMT)을 통한 마약 밀수입 단속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2건에 379g의 마약이 적발된 데 비해, 올해는 9월까지 적발된 마약만 5건 2837g에 이른다. 2010년에는 1건 30g에 불과했고, 2009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미군 군사우편이 새로운 마약 밀수 경로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시사저널>은 올 7월8일자에서 미군 군사우편으로 도착한 상자 속에서 944g의 대마를 적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한국계 미국인이 미군을 통해 대마를 밀수해 재벌가 2·3세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난 사실을 보도했다(위 사진). 당시 수사를 지휘한 정진기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장과 마약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미군 군사우편을 통해 마약을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신종 수법을 취재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미국에서 군사우편으로 보낸 상자의 수취인은 오산 미 공군 소속 상병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커피 원두 여섯 봉지만 들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봉지를 뜯어 커피 원두를 걷어내자 안쪽에 진공 상태로 비닐 포장한 대마가 봉지마다 한 뭉치씩 들어 있었다. 혼자서 몰래 피우려고 들여온 것으로 보기에는 양이 많았다. 검찰은 발 빠르게 미군 측과의 수사 공조에 나섰다.

해당 상병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면서 밀수 가담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주범인 한국계 미국인이 미군을 통해 국내로 대마를 밀수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 중계자 역할을 맡았던 미군이 본국으로 복귀하면서 소개시켜준 동료가 바로 이 상병이었다. 미군 군사우편을 이용한 마약 밀수가 예전부터 있었고, 상당 부분 확산됐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검찰에서 파악한 사건 연루자들은 대부분 외국 생활에 익숙한 부유층 자제들이었다. 미군 상병을 제외한 11명 중 9명이 미국 유학파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다녀온 이들은 담배 인심 쓰듯 대마 인심도 후했다고 한다. 대마를 돈을 주고 매매한다기보다 공유하는 차원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던 것이다. 미군의 군사우편을 통해 마약을 밀수하는 수법이 판매자만 알고 있는 비법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07년 이전에는 단속 실적 자체가 없어 당시에 이 방식을 이용했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마약 밀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이후 적발된 사례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미군 군사우체국에 파견된 관세청 세관원은 여덟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세 명은 일용직 기간 근로자라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적발 건수가 10건밖에 안 된다. 검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단속이 허술하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두 번에 걸쳐 적발된 신종 마약 2837g은 5만7560명이 투여할 수 있는 양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