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도청한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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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SA의 한국 내 도청 기지는 어디에

“도청의 유혹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헤어나기 어렵다.” 지난 2005년 검찰의 안기부(국정원 전신) 도청 수사가 정국을 뒤흔들 당시 ‘미림팀’(안기부가 운영하던 비밀 도청팀)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토로한 말이다. 늘 새로운 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보요원들에게 도청만큼 손쉽고 확실한 정보 수집 방법도 없다는 뜻이다.

지금 전 세계가 도청 파문에 휩싸여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도청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에 적성 국가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까지 포함됐다는 데 경악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토 내에 NSA의 도청 기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인접한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미국 NSA 도청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하지만 정작 국내 정보기관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군 감청부대 출신인 한 인사는 청와대와 인접한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지목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에서 청와대를 도청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서울 용산 등 미군기지도 우리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니까 (도·감청)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도청을 하는 국가가 미국뿐이겠나. 러시아·중국도 하고 우리도 한다. 세계가 정보 전쟁인데, 자국 이익을 위해서 다  하는 거다. 문제는 실력의 차이라고 본다. 미국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니까 전 세계에 귀를 대고 있는 것이고, 우리 실력은 북한 정보를 감청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물론 북한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스리세븐(777) 부대에서 북한 정보를 도·감청하는데, 미군 역시 북한 정보를 수집한다. 한·미군 간에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북한 외에 다른 정보를 수집하는지는 우리가 알 수도 없고, 그들 역시 철저히 비밀로 한다.”

한 중견 언론인은 “1980~90년대 도청이 암암리에 횡행하던 시절 관련 취재를 해봐서 아는데, 최근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도·감청 행태가 만천하에 공개돼 시끄러울 따름이지 미국 정보기관들의 한국 내 첩보 활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사관이나 G빌딩 등이 ‘일반 정보’ 수집의 거점임은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NSA, CI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이 청와대와 한국 정부 기관, 주요국 대사관이 밀집한 이 일대를 주시하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정부 부처·대사관 밀집된 광화문 주목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 몸담았던 한 국방 관계자는 “국내에 NSA 도청 기지가 있다는 건 기존의 대북 도·감청팀을 말하는 것일 거다. 거기서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 측에도 안테나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미국이) 도청한다는 것을 다 알고 조심하곤 했다”며 “하지만 솔직히 도청이 아니더라도 미국 쪽에 음성적으로 고급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는 국내 인사나 요원이 상당하다. 그런 정보의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도·감청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북 감청부대 5679부대장 출신인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국내에서는 도·감청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는 또 다르다. 지금 미국의 도청 문제로 시끄럽지만, 상대 국가들이 ‘왜 우리를 도청하느냐’고 강력하게 따지고 들지 못하는 이유는 누구도 도청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감청을 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것보다 급선무는 (상대 국가의) 도·감청을 막는 것이다. 도·감청 기술 개발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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