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님은 연봉 100억 넘는 월급쟁이?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12.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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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130억, 김승연 회장 100억…전문경영인 중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높아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은 연봉이 얼마나 될까.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그는 2012년에 적어도 5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2 회계연도에 삼성전자가 권 부회장을 비롯해 당시 삼성전자 이사이던 최지성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에게 지급한 사내이사 연봉 총액이 156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시 권 부회장은 유일한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156억원을 3으로 나눈 금액 이상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원 연봉에 관한 한 삼성그룹보다 보상이 더 후한 곳이 SK그룹이다. 등기이사에게 평균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주는 계열사가 SK는 SK·SK이노베이션·SK C&C·SK텔레콤 등 4곳이나 됐다. 반면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두 회사에 그쳤다.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부터). ⓒ 시사저널 임준선·이종현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오너가 등기이사진에 포함된 경우다.

SK그룹의 오너 일가는 ‘월급쟁이’ 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등기이사 1인당 41억원의 연봉을 가져간 SK이노베이션에는 3명의 등기이사가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에서 두 명의 등기이사 중 한 명으로 최소한 51억8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또 SK C&C에서 31억5000만원, SK하이닉스에서 8억2000만원을 받았다. 공식적인 연봉으로만 적어도 130억원을 받은 것이다.

재벌 회장 연봉 100억원대 육박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이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가스 부회장도 수십억 원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은 SK네트웍스(13억4000만원)와 SK E&S(8억원)에서,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6억8600만원)과 SK가스(15억원), 최신원 회장은 SKC(19억8900만원)에서 연봉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오너 겸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실제 받는 연봉은 재무제표에 공개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너들이 포함되지 않은 SK 계열사 등기 임원의 연봉 총액이 오너가 포함된 계열사보다 대체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오너가 등기이사진에 없는 SK해운의 경우 등기이사 1인당 연봉이 5억1800만원이었고, SK건설은 6억4000만원이었다. 오너 등기이사가 없는 SK텔레콤만이 예외적으로 30억원의 연봉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제네시스 발표회장에서 현대차 ‘최고 연봉 직원’이 총출동해 손님을 맞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의선 부회장, 맨 오른쪽이 정몽구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이에 버금가는 월급형 오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최소한 한화건설에서 26억8000만원을 받고 있고, 한화케미칼에서 22억9000만원, 한화에서 21억1700만원, 한화엘앤씨에서 14억4300만원을 받아 적어도 연 100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 있지 않은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의 등기 임원 평균 연봉은 4억6800만원, 한화의 금융 분야 핵심인 한화생명 역시 등기 임원 평균 연봉이 7억9000만원에 그쳤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도 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 31억8000만원을 받는 것을 비롯해 지주회사 CJ(16억6200만원), CJ CGV(비상근 등기이사, 9억8900만원), CJ오쇼핑(비상근 등기이사, 5억900만원), CJ E&M(등기이사, 2억3500만원), CJ대한통운(등기이사, 2억5000만원) 등에서 연봉을 받고 있다. 다른 재벌그룹 총수에 비해 계열사 등기이사를 많이 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너가 등기이사인 회사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것은 틀림없다. 이번 조사에서 등기이사 평균 연봉 톱20 리스트에서 대주주가 등기 임원이 아닌 회사는 6곳에 불과했다. 1위 삼성전자, 4위 삼성중공업, 5위 메리츠화재해상보험, 8위 SK텔레콤, 13위 KT&G, 20위 LG상사 등이다.

삼성의 경우는 이건희 회장의 큰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빼고는 오너 일가 중 등기 임원을 맡은 사람은 없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미등기 임원으로 있고,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이 제일기획 미등기 임원으로 올라 있다.

미등기 임원도 연봉을 받지만 정확이 얼마를 받는지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내 최고 부자로 꼽히는 이건희 회장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최근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받는 공식 연봉은 “0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연봉을 받지 않지만 배당액 수입은 상당하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로부터 2011 회계연도에 274억원, 2012 회계연도에 39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장의 2012 회계연도 배당 총액은 1200억원대였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을 2013 회계연도의 배당금은 69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 회장이 내년 상반기 중에 받을 배당금 총액은 15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EO와 직원 모두에게 최고인 회사는 드물어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일가는 삼성그룹과 달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데 적극적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기이사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로부터 최소 23억원, 현대모비스에서 16억3000만원, 현대제철에서 17억2600만원, 현대건설에서 7억6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에서 받는 임원 연봉은 11억원이다. 정몽구 회장은 2012 회계연도에 현대차로부터 216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을 비롯해 현대차 계열사로부터 484억원을 받았다. 2013 회계연도의 배당금은 이보다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직원 연봉 톱20에서는 금융권이 압도적이다. 국내에서 직원 평균 연봉이 제일 높은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금융투자(1억4000만원)를 비롯해 한국증권금융·KB투자증권·한국수출입은행 등 증권·은행·보험사 11곳이 톱20에 들었다. 금융권 연봉이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등기 임원 연봉이 높다고 해서 직원 평균 연봉이 높은 것은 아니다. 등기 임원 평균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 톱20에 동시에 든 기업은 SK텔레콤·현대자동차·LG상사 등 3곳에 불과했다. 임원 평균 연봉 1위인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연봉은 6900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전체 순위로는 104위에 머물렀다.

등기 임원과 직원의 연봉 차이가 가장 작은 기업은 노무라금융투자였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4000만원인 노무라는 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이 2억3000만원이다. 차이가 1억원 남짓 되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이 워낙 높기 때문에 직원 평균 연봉이 적지 않음에도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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