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인물] 군국주의 망상에 빠진 ‘뿌리째 극우’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12.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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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들과 좌충우돌 영토 분쟁 최근 지지율 하락세

그 어느 때보다 ‘올해의 인물’ 국제 분야에 쟁쟁한 후보가 많았던 2013년이다. 영결식을 찾은 추모객만 10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미국 NSA(국가안보국)의 도청을 폭로해 국제 정세를 긴박하게 몰아갔던 에드워드 스노든,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이끌어내는 외교 수완까지 보이며 포브스에 의해 201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올 한 해 동안 줄기차게 우리 입에 오르내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만큼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없었다.

2006년 첫 총리 임기를 시작한 아베는 당시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름다운 나라’라는 단어를 여러 번 입에 올렸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헌법 개정, 강한 일본,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각, 싸우는 정치가 등 우익 성향의 발언이 잇달아 튀어나왔다. 아베가 만들고자 하는 일본의 모습은 ‘아름다운 나라’보다는 ‘무서운 나라’ 쪽에 가까웠다.

2013년 아베 총리는 일본 재무장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EPA연합
끊임없는 극우 행보로 동북아 균열 초래

1차 내각이 1년 만에 퇴장하면서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릴 수 없었지만, 지난해 12월 화려하게 부활한 아베는 두 번째 총리직을 맡으며 다시 한 번 아베식 ‘아름다운 일본’ 만들기에 나섰다.

아베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20여 년간 무기력증에 빠졌던 일본인들을 흔들어 깨웠다. 미국의 재정 상황 악화로 군비 부담이 가중되자 이를 이용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영국·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도 일본의 곁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모처럼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엔저(低) 효과로 수출에 탄력을 받고 있는 일본 경제는 한국 입장에선 난처한 현실이다.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다.”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이 보도한 아베의 이 말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꿍꿍이를 드러낸 단면이다.

과거 일본 총리 중 아베만큼 한국에 영향을 미친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베가 일본의 현실적인 이익을 얻는 동안 한국은 점점 난감해지고 있다. 미국이 꿈꾸는 동북아의 새 질서 구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 동맹을 중심축에 두면서 중국을 견인해 북한을 견제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전략적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베를 둘러싼 일본 내부의 정치적 지형은 최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지통신이 12월6~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7.1%로 하락했다. 지난 11월 조사 때보다 9.5%포인트나 떨어졌고 올해 1월에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추락한 수치다. 특정비밀보호법을 국회에서 일방통행으로 통과시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치에서 아베의 욱일승천 기세는 한풀 꺾였다.

외치에서도 대체적으로 아베 정부는 동북아 균열을 촉발하는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베의 얼굴이 향하는 곳은 전쟁일까, 평화일까. 2014년에는 그 민낯을 좀 더 뚜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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