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장성택 숙청으로 김정은 위태위태
  •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
  • 승인 2013.12.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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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유훈 통해 드러난 ‘종파’…최고위급에서 체제 이반 일어날 수도

‘장성택 숙청’을 지켜보면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3대 권력 세습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쪽과 상당히 불안해졌다는 상반된 분석이 대립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북한 3대 권력 세습 체제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조짐이라고 본다. 그 이유로는 얼마 전 필자가 북한 정보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바 있는 김정일의 유훈 내용을 꼽을 수 있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사망 전, 이른바 ‘10·8 유훈’이라는 유서를 여동생 김경희와 후계자인 3남 김정은에게 남겼다. 그 내용 중 지금 장성택의 처형과 관련해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종파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

종파를 주의할 것. 우리 당 력사에서 종파는 항상 있어왔으며 그놈들은 언제나 국가가 어려울 때 머리를 쳐들어 당의 분렬을 꾀하곤 하였다. 지금의 종파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당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면 지금은 교활한 방법으로 뒤에서 동상이몽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반대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기네들끼리는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론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 김경희와 정은이는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2013년 3월12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 백령도 타격 임무를 부여받은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이 내용에 나타나듯 김정일은 유서에서 ‘종파는 북한에서 항상 있어왔으며 그들(장성택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최근에 당의 분열을 꾀하곤 한다’며 현 시대 종파는 다른 양상으로 존재하므로 ‘김경희와 정은이는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전처럼 정면에서 도전하지 않고 끼리끼리 뭉쳐 교활한 방법으로 동상이몽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등 종파의 존재 양태까지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종파들이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지시했다. 과연 북한의 역사에서 종파란 무엇일까. 그리고 김정일은 죽기 전 종파의 존재와 그 위협에 대해 왜 그토록 강조한 것일까.

북한에서 종파를 척결하는 전 과정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첫 권력 세습 과정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어왔다. 결국 김일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당을 장악하기 시작해 이를 다시 ‘김정일의 당’으로 재편해나가는 김씨 일가 권력 세습의 연속성에서 종파 척결은 반드시 건설해야 하는 일종의 틀과 건물이었고, 이를 위한 건설용 재료가 바로 종파 투쟁이다. 문제는 김정일의 유훈을 통해 이러한 종파적 행위들이 김정일 사망 직전까지도 계속 북한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지금은 교활한 방법으로 뒤에서 동상이몽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 대목에는 네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지금도 북한에 반(反)김정일 세력인 종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최소한 일정한 기간까지는 개혁·개방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셋째, 종파 행위를 척결하면서 김정일처럼 김정은도 권력을 확장시키라는 교훈을 설명하고 있다. 넷째, 북한식 개혁·개방(체제 유지가 우선 원칙인 ‘신경제 개선 조치’)은 가능하지만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입수한 북한 최고위급 비공개 극비 문건을 보면, 김정일은 2005년 10월 국가보위부 사건담당부부장에게 말씀 방침으로 “평양 시내에서 삐라 사건 같은 행위가 계속 일어난다. 이것은 우리의 체제를 겨냥한 위험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종파 행위를 스스로 시인했다. 이 문건에서 김정일은 이러한 행위들이 결국 미국과 남한에 의해 조장되며 그 행위의 발원지인 중국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지금 북한 내에서 개혁·개방을 요구하거나 기아와 굶주림에서 헤어나려는 본능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반체제적 행위를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강경 진압 대응 방식을 택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후계자에게 개혁·개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종파적 행위이며, 종파 행위를 막는 것은 바로 김경희와 김정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인 동시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 북한 정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일과 김경희, 김정은 그리고 김설송(김정일의 장녀) 등이 이미 종파 세력은 장성택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임을 알고 있었고, 언제 어떤 식으로 척결할 것인가를 내부적으로 적지 않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인 2013년 12월17일 평양 시내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숙청 과정에서 ‘반중’ 노출 미숙함 드러내

이번 장성택 숙청을 통해 확인된 점은 김정은으로의 세습 체제가 이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세습 체제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숙청 과정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성택 세력이 나름으로 세력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장성택 숙청을 통해 김정은의 주변 세력이 절대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장성택의 비리를 나열한 선고서에서 반중(反中) 경향을 짙게 노출시켰다는 점은 노련하지 못한 젊은 김정은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은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의 건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김경희는 장성택 숙청 이후 김국태 장의위원회 구성에서 6위로 거명되고도 나오지 않았고, 이후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모대회나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 묘소 참배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김정은은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노련하지 못한 정치적 한계성을 드러냈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는 일부 세력들의 탈북이 급증할 징후가 엿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은 김정은에 대한 북한 고위급은 물론, 일부 최고위급까지도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체제 이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김정은의 급한 성격과 컨트롤되지 않는 강경 정책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안보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내부 동요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군사 모험주의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2014년 한반도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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