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가족 몰래 지분 빼돌렸다”
  • 이석 기자 (ls@sisapres.com)
  • 승인 2014.01.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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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송 삼화제분 회장 부인, 외아들 상대 주주권 확인 소송…시사저널, 소장 단독 입수

삼화제분 일가가 재산 분쟁에 휩싸였다. 삼화제분은 2012년 9월 투병 중인 박만송 회장 대신 아들인 박원석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3년 말에는 박 대표가 한국일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박원석 대표가 2012년 말 증여받은 아버지 박 회장의 지분과 대표직의 정당성을 놓고 가족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박원석 대표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다.

박만송 회장의 부인 정상례씨는 2013년 10월 “남편(박만송 회장)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박원석 대표)이 삼화제분 주식 90.38%를 가족 몰래 자신 명의로 돌려놓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장에 따르면 박 회장의 건강 상태는 심상찮다. 2012년 9월 외상성 두개내 출혈(뇌출혈)로 쓰러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심리평가 검사 결과 인지 기능은 1세 이하 수준이다. 정씨는 그 근거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2013년 6월 발급한 진단서를 제시했다. 주치의인 박윤길 재활의학과 교수는 진단서에서 “(박 회장은) 현재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있다”며 “주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걷거나 앉지도 못할 정도로 사지 근력도 약화돼 있다”고 밝혔다.

삼화제분 본사 전경. 최근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국일보의 깃발이 눈에 띈다. 왼쪽 사진은 박원석 대표를 상대로 어머니가 서울지법에 제기한 소장. ⓒ 시사저널 구윤성
박원석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도 의혹

정씨는 박 회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이유로 아들을 지목한다. 박원석 대표는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았다. 박 회장이 회사 임원으로부터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고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아버지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동안에도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고 정씨는 주장한다. 그는 소장에서 “세금 납부를 위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던 중 거액의 대출이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남편 명의 부동산을 담보로 아들이 지금까지 대출받은 금액만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삼성상호저축은행은 2011년 11월 박 회장 소유의 남양주 ㅇ연립주택 36채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했다. 박 회장은 1987년 전후로 이 연립주택의 상당수를 매입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힐C.C.는 2011년 11월 박 회장 소유인 이곳 연립주택을 담보로 54억6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박 회장이 보유한 또 다른 땅을 담보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박 회장의 다른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삼화제분 지분 90.38%도 박 대표에게 증여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남편은)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지분을 증여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안 됐다”며 “아들이 아버지 허락 없이 인감도장을 사용했거나 인감 자체를 위조해 증여 계약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가 삼화제분 주주총회를 임의로 개최하고, 의사록을 위조해 박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을 처리하고 자신이 대표에 취임한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의 변호를 맡은 서동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는 허위 사실을 공정증서 원본인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재한 것으로, 형법상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회사 등기부등본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까지만 해도 삼화제분 대표이사는 박만송 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1997년 박원석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겼다. 하지만 박 대표의 경영이 미덥지 않자 2004년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잠시 경영을 맡겼다가 2009년 다시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러다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2012년 9월 아들 박씨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회사 지분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 감사보고서에는 박 회장이 90.3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돼 있다. 박원석 대표 지분은 7.96%에 불과했다. 그런데 박 대표가 2012년 12월28일자로 박 회장의 지분을 모두 증여받아 98.34%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정씨는 소장에서 “평소에도 과도한 재산 탕진 등으로 부모의 속을 썩였다”며 “아버지가 유고 중인 상황에서 가족들 몰래 주식을 자신 앞으로 돌려놓고 회사 경영권을 차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가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재판의 핵심은 박 대표가 2013년 말 아버지의 지분을 합법적으로 넘겨받았는지, 대표이사직 승계 절차가 투명했는지 여부다. 박 회장이 부인이나 나머지 자녀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박 대표에게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부인 정씨는 2013년 9월 법원으로부터 박 회장의 특별대리인 자격을 인정받았으며, 그 얼마 뒤인 10월에는 정씨가 박 대표와 삼화제분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삼화제분 측 “오너 개인의 문제”

이에 대해 박 대표나 삼화제분 측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삼화제분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다. 오너들 개인의 문제다. 회사에서 답변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시사저널은 박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삼화제분과 변호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여러 차례 메시지를 남겼지만 1월10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 대표는 현재 회사에 출근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박 대표의 출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중요한 사안만 전화로 보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는 “주식 증여 계약은 박 회장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박 대표의 주식 역시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자간의 피튀기는 재산 다툼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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