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 단일화도 없다,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 낸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1.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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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인터뷰① ‘안철수 진영’ 책사 윤여준 새정추 의장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책사’로 불린다. 책사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여러 나라의 제후를 위해 정책이나 전략을 제시하던 지략가를 가리킨다. 모시는 주군이 패권을 쟁취할 수 있도록 참모적 역할을 다하는 핵심 브레인인 셈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책사로 모시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고 해서 ‘삼고초려’란 말이 생겨났다. 최근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뛰어들고자 윤 전 장관을 몇 차례에 걸쳐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기어이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의장으로 영입했다.

윤여준 의장의 핵심 역할은 신당 창당과 지방선거 전략 마련이다. 그 스스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윤 의장이 안철수 진영에 합류한 이후 새정추의 발걸음은 훨씬 빨라졌다. 민주당을 향한 목소리도 더욱 강경해졌음은 물론이다. 1월17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윤 의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한 번 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번에는 박 시장과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며 단호히 일축했다. “야권 연대와 단일화 가능성은 결코 없다. 새정추(안철수 신당)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는 것은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책사의 뜻이 이렇다면, 올해 6월 서울시장 선거전은 그야말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윤 의장의 가장 큰 역할은 아무래도 신당 창당 작업이 아닐까.

물론이다. 지금 당면한 일 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 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이 선거 준비가 될 것이고…. 그런데 시간이 없으니까 이 둘을 동시에 같이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아시다시피 우리 조직이 인력도 적고 여러 가지로 여건이 힘드니까…. 그래서 아마 안 의원도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모셔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온 것이지, 내가 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웃음).

안 의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받았나.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 나 또한 물어보지도 않았고. 안 의원의 표현을 정확하게 말하면 “오셔서 저희를 좀 이끌어주십시오” 이거였다. 거기다 대고 내가 “그게 무슨 의미냐” “내 권한이 어디까지냐”고 물어보는 건 유치한 것 아닌가. 다만 원래 공동위원장 중의 한 명으로 제의를 받았는데, 다른 공동위원장 분들이 “그래도 책임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오자마자 내게 의장이란 타이틀을 주시더라. 나는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나한테 주어진 힘을 안 써본 일이 없다(웃음).

새정추에 들어온 직후 안 의원에 대해 “무척 집요해졌다”고 했는데.

그렇다. 그게 사실 내가 제일 놀란 부분이다. 3년 전 청춘콘서트 할 때 내가 봤던 안철수의 성향은, 한 사람에게 같은 걸 요구하기 위해 두 번 이상 얘기할 사람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글쎄, 두 번까지는 몰라도 세 번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안 의원이 내게 연락을 했을 때, 두 번째 사양하고 나오면서는 속으로 ‘아이고, 이제는 포기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뒤 또 전화가 오더라. 그래도 사양했더니 또 전화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아, 이 사람 봐라’ 하고 놀랐다. 굉장히 많이 달라진 거다. 물론 기업이란 건 굉장히 집요해야 경영할 수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경쟁인가. 하지만 정치권 안에서 사람에게 집요한 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번에 보니까 (안 의원이) 사람한테도 그렇게 집요해졌더라.

몇 번이나 연락을 받았나.

도합 만난 게 8번 되는 것 같다. 내 기억에.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창준위(창당준비위원회)’ 형태로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것인가.

그렇게 갈 수도 있고, 또 굳이 당을 당장 못 만들 형편이면 지금의 ‘새정추’ 이름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좋을지는 좀 더 득실을 따져봐야 할 듯하다.

새정추의 지방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사실 전국의 기초단체까지 후보를 다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일단 당면 목표는 전국 광역단체에 후보를 다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후보나 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그런데 지금 해보니까, (모든 광역단체에 후보를 내는 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 정도 성적이라면 성공이라고 보는 광역단체장 숫자 말이다.

광역단체장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꼭 이겨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수도권이나 호남, 부산 등이다. 그 가운데서 많으면 서너 군데, 적어도 두 군데 정도는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주요 지역으로 수도권과 호남을 들었는데, 민주당은 “안철수 측의 타깃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인 것 같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새정추가 호남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우리가 뭣 때문에 지지율이 10%밖에 안 되는 당을 타깃으로 삼겠나. 호남은 우리가 집중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몇십 년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에서, 민주당이 뭘 어떻게 했으면 지금 그렇게 형편없이 신망을 잃어버리나. 나 또한 광주에 친지·지인이 많아서 한 번씩 내려가는데, 최근에 들은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민주당에 대해서 소위 육두문자까지 쓰더라. 심지어 “모조리 다 날려버려야 한다”는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새로 등장하니까 다 쳐다보는 것 아닌가. 우리가 공작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를 열렬히 지지하는 지역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거기를 기반으로 삼으려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처음부터 민주당을 타깃으로 해서 호남만 공략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민주당이 스스로 더 잘 알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호남은 어차피 야권끼리의 다툼이라고 하더라도, 수도권은 또 다르다. 야권이 분열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야권 분열이란 표현도 사실 우리가 민주당 쪽에 해야 하는 게 맞다. 아직 정식 당으로 생겨나지도 않은 ‘신당’이 지금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훨씬 높지 않나. 지지율이 낮은 세력이 더 높은 세력에게 분열이라고 하는 게 과연 맞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만약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도 채 안 되면서.

1월17일 충정로에서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어쨌든 민주당은 제1야당이고, 새정추는 여기에 새롭게 뛰어든 것 아닌가.

우리가 당을 만든 지가 오래돼서, 그래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 갉아먹어서 지금 구도가 이렇게 됐다면 또 모르겠다. 민주당 스스로가 지지율을 다 떨어뜨린 것 아닌가.

야권 연대가 거론되기도 한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야권 연대를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왜냐. 국민들은 선거를 앞두고 두 정치 세력이 단일화, 연대하는 것을 구태 정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옛날 정치의 산물인 담합·밀약·거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새 정치 하겠다고 등장한 세력이, 등장하자마자 이런 구태 정치를 먼저 보여주면 되겠나. 국민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다가서겠나. 새 정치의 상징성을 하루아침에 다 잃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선거에 임박해서 ‘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진다면.

만약 (국민 의사가) 압도적으로 야권끼리 연대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국민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도리니까 그때 가서는 다시 생각해봐야겠지만,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연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정추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 제일 관심이 많나.

그렇다. 서울시장 선거가 제일 큰 싸움이다.

민주당의 박원순 시장 측은 또 한 번 안 의원 측이 양보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무슨 소리인가. 이제는 우리가 양보를 받을 차례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을 차례 아닌가. 그래도 원금만 받으려고 한다. 이자는 빼고(웃음).

안 의원 입장에서는 어쨌든 2011년 자신이 ‘아름다운 양보’를 해서 박 시장의 당선을 도왔는데, 그런 박 시장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인간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이는 박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역시 순수한 분이고, 정치꾼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측과 맞선다는 데 대해) 굉장히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고 본다.

한때 안 의원 측에서 박 시장에 대한 영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직도 유효한가.

그건 상당히 조심스럽다. 자칫 (박 시장에게) 결례가 될 수도 있고. 어쨌거나 민주당 당적을 가진 현직 시장인데….

그렇다면 새정추의 명확한 입장은 서울시장에 반드시 후보를 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는 확고하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인천·경기 등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의 민주당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바로 그 자체를 국민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담합이고 거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설령 (연대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 단체장 한 곳 차지하겠다고 새 정치의 상징성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는 없다. 우리도 힘들다. 우린들 (민주당과) 연대하면 선거에서 유리해진다는 것 모르겠나. 그래도 그렇게 할 순 없다.

후보 영입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아니다. 물론 힘든 지역도 있기는 하다. 마땅한 인물을 아직 못 찾은 곳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지는 않더라. 들어와서 보니까.

서울시장 후보는 어떤가. 거론되는 인물이 아직은 없는 것 같은데.

상당히 많이 준비가 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당 거품은 이제 다 빠진 것 아닌가. 이제는 알짜배기만 남았다. 한창 안철수 현상에 대한 열망이 대단할 때보다는 지금 많이 내려간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소위 거품이 빠진 것이다.

안철수 의원 개인의 지지도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후보가 정해지면 지지율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맞다. 특히 지방선거는 후보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후보를 잘 선택해야 한다. 지금 후보 영입에 신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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