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우세? 큰 의미 없다”
  • 윤희웅│정치컨설팅 민(MIN) 여론분석센터장 ()
  • 승인 2014.01.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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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지율 1위는 현직 프리미엄…안철수 신당 후보 출마 등 악재 산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6·4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 판세와 관련해 현재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일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는 맞지 않다. 아직 본격 선거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4개월 반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새누리당 후보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유권자들이 정치적 입장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단계도 아직 아니다. 당연히 현직인 박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라는 정당 기반이 부실하기 때문에 현재의 우위가 안정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서울에서도 야당에 비해 월등한 여당의 우위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결국 경쟁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단단한 토대를 바탕으로 한 새누리당의 공세를 박 시장이 개인기로 버텨낼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연초 발표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현직의 박원순 시장이 여당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대체로 경쟁 후보들보다 10%포인트가량 앞서는 결과들이 보도되었다. 새누리당에서는 비상이 걸렸다고 하고, 야당에선 누가 나와도 문제없다고 한다.

2011년 10월3일 민주당 등 범야권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통해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 시사저널 포토
투표율 높은 고연령층에서 박원순 열세

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민주당 박원순 시장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맞대결에서 박 시장이 50.2%, 정 의원이 40.0%로 10%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김황식 전 총리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15%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다른 후보들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나경원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55.2% 대 32.4%, 안대희 전 대법관과의 대결에서는 56.7% 대 26.1%, 이혜훈 최고위원과의 맞대결에서는 56.1% 대 24.0%로 각각 나타났다.

이 조사뿐만이 아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박 시장은 정몽준 의원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45.4% 대 38.6%로 6.8%포인트의 우위를 보였다. 김황식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는 48% 대 34.5%로 지지율 격차가 13.5%포인트까지 커졌다. 양자 대결을 예상할 경우 이렇게 차이가 나고 있으니 앞서는 쪽에선 여유가, 처지는 쪽에선 다급함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당에서 후보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이혜훈 최고위원뿐이다. 대부분 권력 의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박 시장은 현직으로, 이미 서울시장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되어 있다. 또 현직이기 때문에 서울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인식도 형성돼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다른 경쟁 후보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10%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은 현 시점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키는 선거가 어렵기 마련이다. 박 시장은 현직이다.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도전자는 ‘평가의 선거’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박 시장의 재임 기간 서울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을 것이다. 도전자라면 단순히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캠페인이 가능할 것이나 현직은 더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연령별 양극화다. 40대 이하에서는 박 시장이 우세를 보이지만 50대와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박 시장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지만 고령층의 투표율은 젊은 층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 비해 전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20%포인트가량 낮아지긴 하겠지만, 고령층의 정치적 표출 현상이 지방선거에서도 일정 부분 이어질 수 있다. 즉, 대선보다는 투표율이 낮아지겠지만 그 하락 폭이 40대 이하보다 더 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역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현재 서울 지역의 정당 지지율이다. 선거에서 가장 크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당에 대한 충성도다. 현재 서울의 정당 지지율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서울이 야당 텃밭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민주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본 수가 적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이러한 현상은 대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누리당은 전국과 다를 바 없는 40%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이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여당이 박수 받을 만한 일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허약한 야당 지지율은 박 시장에게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재 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한 명으로 추려지면 정당 지지율을 고스란히 후보의 지지율로 전환시킬 수 있다.

선거가 다가오고 정치적 고민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지 정당과 정치 세력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정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의 지지율은 금세 회복될 수 있다.

시정에 대한 긍정 평가가 50% 또는 그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박 시장이 여전히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시정 평가는 그야말로 업무에 대한 가벼운 평가 성격만 지닌다. 정치적 지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약하다. 정치적인 지지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을 잘하는 편이다’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정치적 쟁점이 부각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시장의 업무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시끄럽게’, 박 시장은 ‘조용히’

박 시장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안철수 세력에서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만약 현실화되어 3자 대결이 될 경우 박 시장의 우위 구도는 현저히 약화된다. 중앙일보 조사를 보면, 안철수 세력에서 이계안 후보를 낸다고 가정할 경우, 박 시장은 여전히 1위를 유지하지만 2위와의 격차는 5%포인트에 불과했다. 여당 지지층이 견고한 상황에서 야권의 복수 후보 출마는 여당 후보에 대한 추대 선거 양상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정치적 기반이 부실한 민주당의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성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행정 시장으로서 조용한 선거를 치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정치적 기반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간 대결, 노년층과 젊은 층의 세대 간 대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세력 간 대결로 선거를 치르고자 할 것이다. 조용히 갈 것인가, 시끄럽게 갈 것인가.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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