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령’ 누가 될지 40대 표심에 달렸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4.02.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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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층에서 박원순과의 격차 15%p 내로 좁혀야 새누리당 ‘승산’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2014년 1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56%에 이르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새누리당에게 난공불락이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은 승리했지만 서울에서의 득표율은 48%에 그쳤다. 반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 서울 득표율보다도 5.4%포인트 높은 53.4%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바 있다. 또한 박 시장의 서울 시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7%로, 서울시에서의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4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박원순 시장이 보궐선거로 등장했던 2011년으로 잠깐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해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은 46.2%에 그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나경원 후보를 7.2%포인트라는 예상보다 큰 격차로 제압했다. 당시 나 후보가 얻은 46.2%에 대해 선거 막판 ‘1억 피부과 논란’ ‘다이아 반지 축소 신고 논란’ ‘부친 사학재단 논란’으로 3%포인트 안팎이 증발했다는 말이 나왔지만,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얻은 서울 득표율이 48.2%인 점을 감안하면, 나경원 후보도 당시 나름대로 여당 후보로서 얻을 수 있는 표를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서울에서의 새누리당 득표율 임계치가 46~48%가 아닌가 할 정도로 새누리당은 최근 서울에서만큼은 무기력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핵심 투표층은 40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진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유권자들. ⓒ 연합뉴스
그 사이 있었던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역시 서울 의석 48석 중, 새누리당은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이 30석, 통합진보당이 2석을 가져가 새누리당은 2011년 보궐선거 이후 서울에서는 내리 3패를 기록했다.

박 시장, 40대에서 정 의원에 25%p 앞서

그렇다면 현재의 판세는 어떤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의 경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누리당 내 흥행 효과가 점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민주당 박원순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큰 격차로 새누리당 후보들이 열세에 놓여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연말 MBN 의뢰로 조사한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박원순 시장과 여야 일대일 구도로 맞붙을 경우 박 시장 50.1%, 정 의원 42.3%로 박 시장이 7.8%포인트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략 박원순 시장과 나경원 후보가 대결했던 2011년 보궐선거 득표율 격차와 비슷한 수치다.

박원순 시장과 김황식 전 총리가 맞붙을 경우에도 박 시장 50.1%, 김 전 총리 41.4%로 역시 박 시장이 김 전 총리를 8.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공고한 지지율은 어떤 계층의 유권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정몽준 의원과의 일대일 가상 대결 문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연령대별 지지율에서 박 시장은 20~40대 층에서는 60% 안팎의 지지율을 얻어 정몽준 의원을 대략 더블스코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 의원은 50대에서는 10%포인트 이상, 60대 이상에서는 40%포인트가량 박 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흥미로운 것은 40대의 지지율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연령대별 득표율과 최근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현재 서울시장 판세가 박 시장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져 있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40대에서의 지지율 격차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40대 층에서 열세를 보이긴 했으나, 그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장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격차가 25%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보 성향이 강한 20~30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로부터 여당 후보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받다 보니, 박 시장과의 격차가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있는 것이고, 이는 결국 40대 연령층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여당 후보는 승산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40대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할 경우엔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구도에서 박원순 시장이 공천될 경우를 가정해서 여야 일대일 구도로 질문을 던지면 지지율이 60% 가까이 치솟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세훈, 2010년 때 40대 층 14%p 뒤져 ‘신승’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가칭 ‘새정치신당’(신당)에서 후보를 낼 경우, 20%포인트가량이 신당 쪽으로 이동하긴 해도 여전히 40대에서는 박 시장이 새누리당과 신당 후보를 앞서기 때문에,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져도 박 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새누리당 후보 입장에서는 40대 층에서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이면 박원순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시장이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0.6%포인트 격차로 어렵사리 이겼을 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40대의 득표율을 보면, 오세훈 40%, 한명숙 54%로 오 시장이 14%포인트가량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새누리당 후보는 40대 연령층에서 박원순 시장을 15%포인트 이내로 따라잡아야 하고, 더 나아가 한 자릿수로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여유 있게 역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40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카드 정보 유출 대란, 기초공천제 폐지 공약 철회, AI 사태 등 여당에 불리한 최근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에 가장 비판적인 세대가 바로 40대인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새누리당 내에서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북 정책과 외교에서는 위기관리를 잘해오던 당·청이 내치에서 혼란이 생기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런 모습을 보는 40대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더 착잡하다.

당내 소장파는 언젠가부터 보이질 않고, 그나마 조언 그룹이던 비대위 출신들도 사실상 용도 폐기됐으며, 3김 시대의 원로 그룹이 당·청 전면에 포진돼 있는 현 상황에서 40대를 향한 전략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40대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남은 4개월간의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바로 40대의 표심이고, 40대에서의 여야 격차가 여야 승패의 리트머스 용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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