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이권 나눠 먹는 계파 굴레 없어져야”
  • 엄민우·조해수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3.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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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핵심 이인영 민주당 의원 ‘세대교체론’ 주장

6·4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민주당의 속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현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일각에서는 ‘친노(親盧)의 재림’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 22명으로 구성된 쇄신파 모임 ‘더좋은미래’는 지난 2월27일, 3월 중 조기 선대위 구성을 비롯한 원내대표 경선 실시를 공식 요구했다. 더좋은미래 측은 “6·4 지방선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론”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권 장악을 위해 486 중심의 쇄신파가 본격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계파 싸움의 당사자이자 ‘비노(非盧)’인 당권파도, 친노인 강경파도 모두 물러나고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대수술을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시사저널은 2월28일 이른 아침, 더좋은미래의 핵심 멤버로 당내 486 세력을 이끌고 있는 전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에서는 늘 중요한 순간마다 계파 싸움 이슈가 터져 나온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진단이 일치하면 처방도 일치한다. 현재 민주당은 진단이 제각각이고 따라서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지방선거를 앞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결정을 마냥 따를 수는 없다. 잘못된 판단은 (민주당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민주당으로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새롭게 방향을 설정하고 궤도를 수정할 때가 됐다. (더좋은미래의 요구는) 당 지도부가 간과하고 있던 것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좋은미래에서 조기 선대위 발족, 조기 원내대표 경선 주장이 나왔다.

여러 가지 안을 열어놓고 생각해볼 수 있다. 시기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진단을 어떻게 내리고 처방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녹록한 상황인지, 위험한 상황인지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야권 전체가 구조적으로 분열돼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관계가 분열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의 대표성에 타격을 입었고,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당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내부적 문제보다 외부적 연대, 즉 ‘안철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야권 연대와 통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메인 디시(Main Dish)다.

6·4 지방선거의 승패 역시 야권 연대에 달려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안철수’와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대가 없으면 필패한다. 한 달만 지나면 ‘새로운 통합과 연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새 정치를 추구하는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새로운 연합·연대 방안을 가지고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대·단일화·통합은 없다”는 얘기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새로운 연대를 부인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다. ‘내가 승리해야 하니까 너는 쓰러져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새 정치이겠는가. 설령 자신이 옳다고 하더라도 더 큰 승리를 위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연대·통합이 새 정치이고 민주주의일 수 있다.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연대·통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연대 방안이라면.

민주당이 먼저 혁신하고, 이런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연대나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당시 범야권 국민 경선을 치러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으로서는 사실 뼈아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헌신했다. 이는 (야권의) 대통합으로 이어졌고,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여당을) 앞서기도 했다. 연대와 통합은 새로운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민주당이 먼저 혁신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점을 말하는 것인가.

최근 민주당을 두고 중도화 경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는데, ‘우편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이 짙어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진보를 제대로 하는 것이 우리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연합과도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야성’을 재정립하고 강화해야 한다. 그 이후에 연대와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대와 통합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부가 누구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한길 대표 체제 교체론을 두고 말이 많다. 정청래 의원은 얼마 전 이 의원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의원의 ‘구원 등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웃음). 전혀 상의된 바 없는 얘기였다. 사실 토론회 취지와도 맞지 않았다. 내 생각은 정 의원과 다르다. 친노도, 비노도 정답이 아니다. 계파를 깨야 한다. 계파를 초월해야 한다. 한때 친노가 민주당을 이끌다가 대선 이후 비노가 당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생기니까 친노가 돌아오겠다는 말인가. 패권에서 역패권으로 수평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당을 망치는 일이다. 보스와 가신이 있고, 이들끼리 권력과 이권을 나눠 먹는 계파의 굴레는 없어져야 한다. 정책과 비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뭉쳐져야 한다.

친노도, 비노도 아니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야 한다. (민주당은) 젊은 세대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워 국민에게 다가가는 일을 아직 해보지 못했다. 새로운 얼굴들을 내세워야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만 새로운 유권자와 융합할 수 있다. 지금은 당의 중심이 시니어에서 주니어로 옮겨가야 하는 시점이다. 안철수 의원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이 우위에 있었음에도 박원순 당시 후보를 밀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민주당에서도 (중진들이) 새로운 인물을 밀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6·4 지방선거에서 참패해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밖의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지켜보다 못해 분노한 마음에 던지는 비판일 것이다. 그런데 당 안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이야기다. 이번엔 지면 안 되는 것이다. 단순히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지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도 계파 갈등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는 군주정치와는 다르다. 민심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원인과 대안을 찾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달라. 민주당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절대 질 수 없다. 국민의 꿈이 지지 않는 정치를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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