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여신’ 보는 재미?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04.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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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공서영·김민아 등 프로야구 여자 아나운서 시청률 경쟁

방송가에 때아닌 ‘FA(자유계약선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야구팬들로부터 ‘여신’이라 불리던 공서영·최희 두 여성 아나운서에 이어 ‘원조 여신’ 김민아 아나운서가 최근 전격 프리랜서 대열에 합류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한 PD는 “김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으로 야구 프로그램 시청률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며 “여성 아나운서의 잇단 프리 선언으로 방송가가 어수선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방송가엔 “케이블 스포츠 채널 여성 아나운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른바 ‘여신’ 아나운서 가운데 한 명이 소속 방송사를 나와 프리 선언을 할 계획이라는 게 소문의 내용이었다.

ⓒ 뉴시스 ⓒ 연합뉴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서영 XTM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 소식이 들렸다. XTM에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공 아나운서는 걸그룹 출신답게 빼어난 미모와 화끈한 성격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공 아나운서는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싶어 대형 연예기획사와 계약했을 뿐 프리 선언을 한 적은 없다”며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진행을 계속 맡고 싶다”고 밝혔다. 공 아나운서는 XTM 소속 사원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프리랜서 아나운서였다. 따라서 언론이 보도한 ‘프리 선언’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이다.

“‘여신 아나운서’ 거품 빠지는 해 될 것”

진정한 프리 선언은 최희 KBS N SPORTS 아나운서였다. 2010년 KBS N SPORTS에 입사한 최 아나운서는 2011년부터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의 진행을 맡았다. 곱상한 외모에 여동생 같은 친숙함이 장점인 최 아나운서는 남성 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 최 아나운서가 공 아나운서에 이어 프리 선언을 하자 방송계는 깜짝 놀랐다. 최 아나운서는 공 아나운서처럼 “스포츠 관련 방송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방송계는 최 아나운서가 공 아나운서를 영입한 대형 연예기획사와 계약한 걸 두고 특정 연예기획사가 두 ‘여신’을 한꺼번에 영입한 배경을 궁금해했다.

의문은 금세 풀렸다. 두 아나운서는 프리 선언 이후 잇따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행사장에서 사회를 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기획사 입장에선 대박이었다. 한 기획사 사장은 “두 아나운서의 인지도가 높아 기획사 입장에선 시쳇말로 ‘장사하기 좋은 상품’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기획사의 예상대로 프리 선언 이후 두 아나운서는 ‘잘 팔리는 최고의 상품’이 됐다”고 평했다.

두 아나운서가 XTM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경쟁 방송사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김민아 아나운서의 퇴사는 예상 밖이었다. 그동안 MBC SPORTS+에서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김 아나운서는 MBC 지상파에도 자주 출연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내부 평도 좋았다. 2010년 런던올림픽 당시 파업으로 홍역을 앓던 MBC가 계열사 소속인 김 아나운서를 올림픽 메인 방송에 앉힌 것도 내부 평이 원체 좋았기 때문이었다. ‘케이블과 지상파는 엄연히 다른데, 과연 김 아나운서가 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뛰어난 순발력과 해박한 스포츠 지식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해 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경쟁사를 압도하며 사내에선 ‘역시 김민아’란 찬사가 흘러나왔다. 김 아나운서가 “결혼 이후에도 계속 방송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터라 MBC SPORTS+는 그의 퇴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MBC SPORTS+의 한 PD는 “3월 중순 열린 김 아나운서의 결혼식에 회사 사람 여럿이 축하해주러 갔다”며 “그때까지도 퇴사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 아나운서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아나운서는 “재충전 시간을 갖고 싶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때까지 김 아나운서는 타 방송사로의 이적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의 퇴사 고민 이야기를 들은 SBS ESPN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며 마음이 흔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아나운서와 절친한 한 PD는 “예전부터 김 아나운서는 라디오 진행을 꿈꿔왔다. SBS ESPN 측이 김 아나운서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약속하면서 영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김 아나운서가 돈 때문에 SBS ESPN으로 이적했다는 이야기는 낭설”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허구연 해설위원, 내년 FA 최대어 꼽혀

최희·공서영 아나운서를 동시에 영입한 XTM은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대하고 있다. SBS ESPN 역시 김민아 아나운서 영입으로 시청률 1위에 도전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는 “화제는 될지 몰라도 시청률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메인 PD는 “야구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가 남성인 건 맞지만 시청률은 ‘여성 아나운서가 누구냐’보다는 ‘얼마나 재밌는 하이라이트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올해가 ‘여신 아나운서’의 거품이 빠지는 해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종편 방송 예능 PD도 ‘여신 아나운서’의 상품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우리 프로그램에 ‘여신’ 아나운서를 투입한 적이 있다. 내심 기대를 했지만 예능이 처음이라 그런지, 진행이 다소 경직되고 예능감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여신’ 아나운서가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에서 성공하려면 좀 더 숙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작 ‘여신 아나운서’가 몰고 올 후폭풍은 내년쯤 방송가를 때릴 것으로 보인다. 한 스포츠 채널 PD는 “‘여신 아나운서’들이 거액을 받고 이적했다는 소문이 돌며 인기 있는 프로야구 해설위원과 능력 있는 PD들이 FA 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야구가 스포츠 채널의 전체 시청률을 좌우하고 해설위원이 시청률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큰 만큼 인기 해설위원들의 잇단 FA 선언과 거액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송가에선 올해로 MBC SPORTS+와 계약 기간이 끝나는 허구연 해설위원을 FA 최대어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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