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우리도 자유롭지 못해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4.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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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 여파 한반도, 동쪽으로 조금씩 이동

4월1일 오전 4시48분쯤, 충남 태안에서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격렬비도 서쪽 100㎞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자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까지 진동이 전해졌다. 진도는 태안 4, 인천 3, 서울 2를 기록했다. 진도 4 규모에서는 창문이 흔들리고 벽이 약간 갈라지는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태안의 5.1 지진은 기상청이 한반도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넷째로 강한 것이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최근 10년간 2.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43회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93회가 발생해 1978년 이후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올해만 해도 벌써 8회나 발생한 상황이다.

지진 횟수가 점점 증가하고 수도권까지 흔들림이 전해지자 한반도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의문과 함께 ‘혹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심까지 일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왜 이렇게 자주 지진이 일어나는 걸까. 과연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진의 안전지대일까.

2010년 2월28일 규모 8.8의 강진이 일어난 칠레에서 건물이 붕괴된 모습. ⓒ EPA연합
일본과 중국 완충지 역할로 비교적 안전

지진의 규모란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가리킨다. 리히터 규모의 경우 진도가 1 증가하면 에너지는 30배 정도 커진다. 따라서 규모 5.1의 지진은 규모 3.0인 지진보다 에너지가 무려 1000배 정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대부분 규모가 3.0 내외라서 이번 지진으로 떠들썩한 게 결코 호들갑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번 태안의 지진이 대지진의 신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한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죽는 파국적인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질학적 구조가 절묘하게 배치된 형태가 한반도를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큰 지진이 많은 일본과는 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진은 주로 지각판 경계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일본 열도는 4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서쪽의 유라시아판, 동쪽의 태평양판, 북쪽의 북미판, 남쪽의 필리핀판이 그것이다. 네 개의 판이 만나는 일본에서는 해양판이 대륙판을 파고들며 생기는 지진이 흔하다. 육지와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지각판’ 두 개가 서로 밀면서 지진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일본 열도를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이 속해 있는 거대한 대륙지각인 유라시아판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특히 인도-호주판의 북상은 동아시아를 더욱 동쪽으로 밀어내고 있다. 반면 유라시아판의 동쪽 끝에는 태평양 전체를 이루는 해양지각인 태평양판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딱 버티고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판이 받는 힘들은 어디에선가 해소돼야 한다.

그 대표적인 지점이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주를 가로질러 연해주에 이르는 탄루 단층계다. 1976년 2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중국 당산 대지진이 바로 탄루 단층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외부에서 유라시아판에 가하는 힘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해소되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 놓인 한반도 지각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태풍으로 따지면 가장 고요한 중심에 한반도가 위치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는 왜 지진이 일어날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유라시아판을 변형시키는 힘을 일본이나 중국에서 100% 다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층을 사이에 두고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맞물린 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받고 있으면 지각이 변형되면서 내부에 응력(stress·외부 압력에 대한 내부의 저항력)이 쌓인다. 그러다 응력이 단층의 마찰력보다 커져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순간적으로 지각판 일부가 깨지면서 쌓였던 응력이 방출된다. 즉 두 판이 부딪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지진이나 화산으로 해소된다는 얘기다.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은 대부분 이런 형태다.

이때 지각이 재배치되면서 지진이 발생한 주변의 일부 지각에 변형이 일어난다. 이렇게 변형이 생긴 지각이 깨지며 응력을 해소하는 과정은 여진으로 나타난다. 뒤틀린 지각이 깨지며 재배치되는 과정이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판 경계에서 먼 내륙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일본 열도와 중국이 한반도의 지진 보호막인 셈이다.

태안 등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이번 태안 지진도 마찬가지다. 태안 지진의 진원지는 서해 지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지진 또한 백령도 해역(18회), 보령 해역(30회) 등 서해에 집중돼 있다. 백령도의 경우 지진 규모가 거의 4.9에 달한다. 한반도에서 규모 4.9와 5.1은 매우 큰 지진이다. 또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서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일본 대지진의 어마어마한 위력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줬다. 일단 위치가 약간 달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직후 우리나라의 육지는 동쪽 방향으로 약 1.3~2.8cm,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울릉도와 독도는 각각 4.1cm와 5.1cm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교수는 “이처럼 한반도가 지진이 일어났던 방향으로 2~5cm가량 끌려가면서 응력이 쌓였기 때문에 그 막대한 힘들이 풀리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동해와 남해, 한반도 내륙 지역에서는 지진이 급증했지만 서해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뒤늦게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발생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서해의 지진 또한 동일본 대지진의 축소판인 셈이다. 지진의 규모가 어떤 크기로 발생할지는 단층 내부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아직 응력이 풀리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처럼 규모 7 이상의 대지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지진학자들의 견해다. 정리해보면 이제 우리도 결코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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