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10명 중 4명 문제 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4.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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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지배구조원, 388개 상장사 올해 주총 분석 결과

시사저널은 올해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주주총회를 개최한 388개 상장사의 의안을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분석 결과 주총 개최일 편중 문제는 올해도 여전했다. 전체의 94.8%에 달하는 368개 회사가 3월7일과 21일, 28일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주총을 열었다. 주주들은 안중에도 없이 후다닥 주총을 끝내기에 바빴다. 388개 회사가 주총에서 상정한 안건은 모두 2766건이었다. 임원 선임이 1578건(5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원 보수 한도 543건(19.6%), 재무제표·이익배당 379건(13.7%), 정관 변경 194건(7%) 순이었다. CGS는 전체의 18.7%에 해당하는 517건에 대해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특히 문제성 사외이사 선임 관행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524개 사외이사 상정 안건 중 200건(38.2%)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4명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3월21일 열린 ‘SK 주식회사 제52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조대식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너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나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문제였다. 전체의 33.8%인 77명이 이런 경우에 해당됐다. 일례로 효성은 3월21일 열린 주총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진그룹도 같은 날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전 수석과 허 회장은 각각 조석래 효성그룹 및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고등학교 동문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한화케미칼 등은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회사 부사장 출신인 김호영씨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김씨는 2010년 은퇴할 때까지 24년간 현대해상에 근무했고 은퇴 후에도 1년간 계열사인 현대HDS의 고문을 맡았다. 한화케미칼은 한화와 대한생명 상무를 역임한 김영학씨를 사외이사로 추대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올해 주총에서 계열사 임원 출신 인사 3명을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에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수십 년간 오너를 보필하다 직함만 바꾼 사람들이 과연 사외이사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업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에서 오래 근무한 만큼 사외이사에 선임되면 빨리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2년 임기의 신출내기보다는 연임을 통해 충분히 업무를 파악한 사외이사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인사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로 동시에 추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구성 CGS 선임연구원은 “오너의 특수 관계인이 여럿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사외이사·감사위원 등을 겸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지배주주나 경영진과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너 지인이나 측근 사외이사 선임 관행 여전

사외이사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또 다른 척도가 출석률이다. 이사회 출석률이 낮은 인사가 올해 주총에서도 대거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전체의 25.4%인 58명이 이런 경우에 속했다. 독립성이나 충실 의무 기준에 부합하는 사외이사를 뽑는 데 여전히 장애가 있었다.

LG그룹은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윤대희 가천대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윤 전 수석은 2010년부터 동부건설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2010년과 2011년 3월까지 출석률은 각각 63%와 50% 정도였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도 주총에서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와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이전 회사의 사외이사 출석률이 60%대 초반이어서 성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7년 SK텔레콤 주총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당시 SK텔레콤의 사외이사들은 6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회사 인수 건을 부결 처리했다. SK텔레콤과 반도체 회사의 사업 영역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 주가는 주총 이후 2주 동안 6.5%나 상승했다. 전직 사외이사 출신 인사는 “시장에서도 사외이사의 역할을 그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눈치를 보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제도나 주총 제도를 실효성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리오아울렛 선물 리스트’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2013. 7. 23 통권 1239호 특집1면에 ‘이명박·원세훈도 받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리오아울렛의 대표이사 홍성열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고가의 명절 선물을 보냈고, ‘마리오아울렛 선물 리스트’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이름도 나와 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이 취임할 때 별도로 ‘영전 축하금’까지 건넸고,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은 전화통화에서 ‘비서 통해 선물 수령’ 또는 ‘선물 또는 영전 축하금’을 시인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홍성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절 선물을 보낸 사실이 없고, 대통령 내외로부터 의례적인 명절 선물을 받은 적이 있어서 홍성열 회장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정리한 내역에 대통령 내외가 표시된 사실이 있을 뿐이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에게 영전 시 와인 꽃바구니를 보낸 적이 있을 뿐, 현금성의 ‘영전 축하금’을 건넨 사실은 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이 본지와 직접 통화하여 ‘비서 통해 선물 수령’ 또는 ‘선물 또는 영전 축하금’ 수령을 시인한 사실은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위 보도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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