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은 남 따라 하다 망했고 애플은 남과 달리해서 성공”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5.07 15: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스트릭랜드 전 애플 부사장이 말하는 ‘혁신의 길’

돈 스트릭랜드(Don Strickland) 스트릭랜드 앤 어쏘시에이츠(Strickland&Associates) 대표는 좋은 기업(good company)을 넘어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발전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점만으로도 기업은 박수를 받았다. 지금은 직원의 근무 환경, 사회적 역할, 지속 가능성 등을 평가해서 소비자가 그 회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다. 돈을 투자하는 주주도 마찬가지다. 그는 “좋은 기업이란 사업적 성공을 반복하는 회사를 말한다”며 “이를 바탕에 두고 직원·소비자·협력사·사회 모두 만족하는 회사가 위대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위대한 기업은 어디일까. 이 궁금증에 스트릭랜드 대표는 구글을 꼽았다. 그는 “구글은 회사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직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라며 “친환경적 경영, 기부 등 사회적 역할을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위대한 기업이 있을까. 그는 “한국에 있는 삼성은 그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 있는 삼성은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한 결과 내외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가 위대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혁신이 있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두 회사(코닥·애플)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30년 이상 장수한 코닥은 지금의 애플과 같은 위상을 유지해왔지만 1980년대 위기위식을 느끼고 혁신을 실행했다. 유명 컨설턴트에게 의뢰해 2년 만에 마련한 혁신안은 사업 다각화였다. 카메라·필름·인화지 등 전통적인 사업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CD와 복사기부터 건전지와 제약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3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그럼에도 히트 상품을 단 한 개도 탄생시키지 못했고 2012년 파산했다”며 “코닥은 더 이상 위대한 기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돈 스트릭랜드 스트릭랜드 앤 어쏘시에이츠 CEO는 코닥과 애플 부사장을 역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신생 기업(picture works technology) CEO로서 웹 2.0 사업 모델을 개척했다. IPIX와 합병해 기업 가치를 16억 달러로 올렸다. 현재 세계 기업에 사업 모델 혁신, 리더십, 기업가 정신 등을 전파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혁신’

1976년 창고에서 탄생한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다. 마우스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프린터로 서류를 인쇄하는 기능을 붙이면서 애플은 인쇄와 교육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96년 애플은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97년 복귀한 후 정상 궤도를 찾았다. 맥북·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같은 제품에다 컴퓨터 운영체계(OS)·아이클라우드 같은 서비스를 접목한 혁신이 성공한 결과였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두 기업 모두 혁신을 단행했지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어떤 혁신을 추구했느냐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닥은 남들이 다 하는 혁신을 했고 애플은 남다른 혁신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그 증거물로 소개했다. 스트릭랜드는 코닥 부사장 시절,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코닥 이사회는 출시에 반대했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제품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애플에 디지털카메라 출시를 제안했고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최초의 디지털카메라에 애플 로고가 박힌 배경이다. 애플의 디지털카메라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는 “코닥은 위험을 회피했고, 애플은 위험을 감수한 혁신을 선택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혁신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코닥은 인사이드-아웃, 애플은 아웃사이드-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제빵사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빵을 만들어 소비자가 사가기를 바라는 것이 인사이드-아웃이라면 소비자가 원하는 빵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웃사이드-인이다. 기업이 혁신 전략을 만들어 세상에서 먹히기를 바라는 것과 세상에 맞춰 전략을 짜는 데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애플을 패스트 팔로어, 즉 세상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이라고 부른다”며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사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에 맞춘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 모든 기업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에 성공한 것만으로는 위대한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스트릭랜드 대표의 생각이다. 20년 전에는 기업의 일자리 제공 자체가 사회적 역할로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회사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등을 돌리는 시대다. 돈을 투자한 만큼 이익을  챙기면 그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든 무관심했던 주주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소비자와 주주는 직원의 근무 환경,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을 판단해서 그 기업의 물건을 사고 그 회사에 돈을 투자한다.

직원의 시간이나 노동력을 착취하고 번 돈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회사는 좋은 기업이나 위대한 기업으로 볼 수 없다. 회사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회사는 직원에게도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좋은 기업이나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직원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며 “5명의 간부보다 1000명의 직원이 필요한 이유인데, 나는 이를 직원의 힘(power of employees)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 각자가 긍정적인 차별성을 발휘할수록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고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은 직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통의 코닥보다 신생 애플이 ‘위대한’ 까닭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이 현재의 화두라면 그만큼 이 사회에 나쁜 기업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나쁜 기업이란 어떤 곳일까. 스트릭랜드 대표는 “나쁜 기업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지는 않겠지만 나쁜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경영진이 이기적이라는 점인데, 간부가 직원에게 명령하고 그 일이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매출 증대에 허덕이는 회사가 사회에 기여할 여력은 많지 않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 산업의 이윤은 서비스 산업보다 박하다”며 “제조 산업에 머무르지 말고 서비스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조 산업은 시장 점유율을 따지지만 서비스 산업은 이윤율에 관심을 둔다. 코닥은 이윤이 적더라도 제품을 많이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했지만, 애플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이윤 폭을 넓히려고 했다. 그는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제조 산업으로 성공했지만 이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며 “애플은 아이튠즈·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렸다. 이런 서비스가 없으면 아이폰·아이패드는 한낱 기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한국은 제조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서도 “정보통신 강국인 한국에는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이 없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과거 제조업은 기업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미래 서비스 산업의 기본은 데이터에 있다. 미국의 한 소매점은 기저귀를 사는 사람이 맥주도 같이 구매하는 경향에 주목했다. 몇 개월 동안 그 이유를 분석했다. 아내가 아이의 기저귀를 사면서 남편을 위해 맥주도 장바구니에 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기저귀와 맥주의 재고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릭랜드 대표는 “기업은 소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왔다. 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도 각종 데이터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서비스 산업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