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를 어떻게 청소하지?
  • 허남웅│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4.05.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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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망각한 언론 고발한 영화 <슬기로운 해법>

영화 <슬기로운 해법>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펜대를 휘두르는 언론, 그중에서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신문사의 행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연출한 태준식 감독은 그 전에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담은 <당신과 나의 전쟁>(2010년)을 통해 기업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준 적이 있다. 

<슬기로운 해법> <당신과 나의 전쟁> 등과 같은 고발 다큐멘터리를 일러 ‘무비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무비 저널리즘은 영화를 통해 공공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언급한 작품 외에도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천안함 프로젝트>(2013년), 이명박(MB) 정권의 폐해를 다룬 <MB의 추억> <맥코리아>(이상 2012년), 용산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두 개의 문>(2011년) 등이 무비 저널리즘에 해당한다.

영화 ⓒ 시네마달 제공
무비 저널리즘은 속성상 고발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와 같은 역할이 꼭 다큐멘터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무비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가장 폭발적으로 확인된 경우는 <부러진 화살> <도가니>(이상 2011년) 등과 같은 극영화였다. 각각 전국 관객 345만명, 466만명을 동원한 이들 작품은 흥행에만 머무르지 않고 검찰 개혁 촉구, 도가니법 제정과 같은 제도 개혁으로 이어져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언론에 대한 불만이 무비 저널리즘 토대

무비 저널리즘의 개념은 한국 영화계에도 일찍이 도입됐지만 각광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무비 저널리즘이 활발하게 이뤄진 건 MB 정권 때부터다. 무비 저널리즘이 사회적 관심을 끌기 이전에 고발자 역할을 수행했던 건 <PD수첩>(MBC), <추적60분>(KBS), <돌발영상>(YTN) 등과 같은 PD 저널리즘이었다. 하지만 MB 정권 들어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무비 저널리즘의 도래는 그와 같은 배경을 전제한다. 기존 언론의 기능이 제한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억압되면서 사회적 이슈를 다룬 무비 저널리즘 계열의 작품이 이를 해소하는 기폭제 역할을 대신했다. 사회적으로 축적된 기존 언론에 대한 불만이 무비 저널리즘의 토대로 작용한 것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기레기(기자 쓰레기)’가 어떤 배경에서 양산돼 우리 사회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는지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러면서 기레기를 청소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무비 저널리즘은 그동안 언론의 기능을 망각한 기레기에게 돌아온 부메랑 같은 것이다. 거기에는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집단적인 바람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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