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 팽개치고 알뜰폰까지 넘봐?
  •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 승인 2014.06.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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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 앞다퉈 시장 진출…중소업체들 고사 우려

경제민주화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고 이른바 ‘갑을 투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어가지만 실질적으로 재벌 대기업들은 별로 바뀐 것이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거대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알뜰통신) 시장 진출일 것이다.

SKT·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우리네 삶과 생활에서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 바로 휴대전화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입자 수가 5400만명이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2개씩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집집마다 3~4대씩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기에 휴대전화와 관련된 요금과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돼 있는 SK텔레콤의 2013년 매출은 16조원, 순이익은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이익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과 함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것, 쉽게 말해 국민과의 ‘으~리’라는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다.  

이동통신 3사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때론 탐욕을 부려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잦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통신비로 인한 고통과 부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월평균 통신비는 15만원을 넘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섰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3~4인이 사는 보통 가정에서는 통신비만 30만~40만원씩 나오는 일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이동통신 3사는 “통신요금이 비싼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너무 많이 사용해서 문제다”라고 항변한다. 매번 액수가 높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도 “요금 할인 방안을 시행했다”고 하는 등 딴청을 부리고 있다.

27개 알뜰폰 업체 생존권 문제

이 모든 것은 국민이 누려야 할 저렴한 통신요금 혜택과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 원칙을 희생시킨 대가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는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독과점 횡포를 부려온 이동통신 3사가 이번엔 알뜰폰까지 욕심을 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도매로 구입해 판매하는 통신사업으로 ‘알뜰통신’(중저가 휴대전화 단말기가 아니라 중저가 이동통신요금 서비스)으로 부르기도 한다. 알뜰폰 가입자가 300만명을 웃돌며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서자 이동통신 3사가 다시 알뜰폰까지 먹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뜰폰 시장에서도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과 폭리, 담합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올해 초 KT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려다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유보한 바 있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알뜰폰 진출을 선언하면서 다시 알뜰폰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부 당국이 SK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사업 개시일 2012년 6월)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알뜰폰 업체인 ‘SK텔링크’(2014년 5월 기준 가입자가 50만명에 육박하고,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로의 번호 이동이 정지 전보다 2배 늘어난 것만 봐도 자회사를 통한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진출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압도적인 노하우와 마케팅, 자본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어 중소 규모의 알뜰폰 업체들과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SK텔레콤과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에서 보듯 앞으로 이동통신 3사는 영업정지 기간에 우회 영업 수단 혹은 본사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는 수단으로 알뜰폰 자회사를 활용할 게 빤하다.

이동통신 3사가 과연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나 의지가 있을까. 그렇다면 기존 이동통신 3사의 통신 요금을 인하하거나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망 도매가를 깎아주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기존 27개 알뜰폰 업체와 수만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알뜰폰 시장에 거대 업체들이 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3년 9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우체국 알뜰폰을 안내하고 있다. ⓒ 뉴시스
언제까지 ‘호갱’ 취급할 것인가

정부 당국의 각성도 필요하다. 그동안 통신 관련 정부 당국은 공공기관임에도 국민의 편이 아니라 이동통신 3사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이동통신 3사가 수십 년간 독과점 상태에서 폭리와 담합을 해왔음에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제재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문제는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우리 국민만 단말기 ‘호갱(호구+고객)’, 통신요금 ‘호갱’으로 전락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통신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27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SK텔레콤과 KT의 전기통신사업법 및 관계 법령을 위반한 알뜰폰 관련 불법·부당 행위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고발했다. SK텔링크는 SK텔레콤의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전화 영업을 했고, KT는 알뜰폰 사업자등록도 없이 영업 개시를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고발을 계기로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을 넘보기보다 통신요금을 대폭 내리는 방안을 내는 데 주력했으면 한다. 지금 통신 3사가 해야 할 일은 알뜰통신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단말기 가격에서 거품을 제거하고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고액 정액요금 대폭 인하, 중장기 가입자 요금 자동 할인 등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이를 유도하도록 정책 능력과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민의 편에 서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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