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제분 대표>박원석, 500억 대출 서류 위조 의혹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6.25 1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감과 주민증 앞뒤 다르다”…박만송 회장 부인, 하나은행에 근저당 말소 소송

삼화제분 일가 재산 분쟁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의 부인 정상례씨는 2013년 10월 외아들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를 상대로 주주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 소유 삼화제분 주식 90.38%를 가족 몰래 자신 명의로 돌려놓았다는 이유에서다.

9개월간의 법정 다툼 과정에서 박 회장의 자서(자필 서명)나 인영(인감도장)이 위조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박 대표는 2012년 9월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부터 65억원을 대출받았다. 박 회장 소유 건물이 담보로 제공됐다. 대출 약정서에는 한자로 작성된 박만송 회장의 자필 서명뿐 아니라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당시 박 회장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였다. 주치의인 박윤길 재활의학과 교수는 ‘(박 회장의) 인지 기능이 1세 이하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상례씨는 자서 및 인영 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상대로 근저당 말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전문 감정기관에 필적 조회 및 인영 확인을 요청했다. 지난 1월 ‘대출약정서에 있는 자서는 위조됐고, 인감도장 역시 가짜’라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 시사저널 최준필
박 대표가 체결한 주식증여계약서도 위조된 의혹이 있다. 2011년 말까지 박 대표가 보유한 삼화제분 주식은 7.96%였다. 최대주주는 90.38%의 지분을 보유한 박 회장이었다. 박 대표는 2012년 말 병원에 누워 있는 박 회장의 지분을 모두 증여받고 98.34%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정씨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소송 과정에서 문제의 주식증여계약서가 공개됐다. 계약서에는 2012년 12월 박 회장의 보유 지분 전량을 박 대표에게 넘기는 것으로 적시돼 있다. 계약서 하단에는 박 회장과 박 대표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었다. 박 대표는 이 계약서를 근거로 삼화제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이때도 박 회장은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정씨는 지난 2월 박 대표의 주식증여계약서도 위조됐다고 주장하며 인영 감정을 의뢰했다. 정씨는 법원에서 “남편(박 회장)의 인감은 내가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서에 나와 있는 인감의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만송 인감과 계약서 도장 달라

지난 5월 말 검증 결과가 나왔고, 이번에도 박 회장의 인감도장이 위조됐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가 법원에 통보됐다. 정씨의 한 측근은 “박 회장의 인감도장과 주식증여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다르게 나왔다”며 “인감도장이 위조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법정에서 “(박 회장은) 육안으로 구별이 되지 않는 도장을 두 개 소지하고 있었다”며 “주식증여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두 개 중 하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증여계약서의 진위나 대표이사의 정통성을 두고 어머니와 아들 간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가 최근 하나은행을 상대로 근저당 말소 소송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 금액이 500억원대에 달해 결과가 주목된다. 소송은 현재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박 대표는 2011년 9월과 2012년 2월에 각각 282억1000만원과 180억3000만원을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대출자는 박만송 회장이 근저당권 설정자(채무자)로 돼 있다. 2010년 12월과 2012년 8월에는 박만송 회장 명의로 각각 80억원과 24억8000만원의 대출이 나갔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하나은행의 대출 서류 역시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씨 측은 주장한다. 

실제로 하나은행이 등기소에 제출한 근저당 설정 신청 서류를 보면 의문점이 적지 않다. 근저당 설정 신청서를 제출할 때는 반드시 등기필증(등기 권리자에게 교부하는 등기 완료 증명서)이 첨부돼야 한다. 등기필증이 없을 경우 법무사 확인서를 등기소에 대신 제출해야 한다. 확인서에는 소유권자의 외모뿐 아니라 우무인(오른쪽 엄지 지문), 주민등록증 앞뒷면 복사본 등이 포함돼야 한다. 하나은행은 2011년과 2012년에 박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채권최고액 462억4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등기소에 제출된 서류에는 등기필증 대신 법무사 확인서가 첨부돼 있었다. 하지만 주민증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달랐다. 앞면은 박 회장의 주민증이 맞지만, 우무인이 있는 뒷면은 박 대표의 주민증이었다. 법무사 확인서에 표시된 박 대표의 외모 또한 제각각이었다. 정씨의 한 측근은 “대출 과정에서 박 회장의 인감도장 등이 위조됐을 것으로 보고 하나은행에 근저당 말소 소송을 냈다”며 “조만간 법원에도 인영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허술한 심사 시스템 도마에 

하나은행 측은 6월20일 현재까지 답변을 미루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다. 서류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정씨의 변호인 박재욱 변호사는 6월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사설 감정기관을 통해 주민증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삼화제분이 위치한 서울 중구 소파로 남산빌딩. ⓒ 시사저널 구윤성
전문 감정기관의 검증 결과에 따라 파장이 박 대표뿐 아니라 하나은행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서류나 인감도장마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하나은행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등기소에 제출한 근저당 설정 신청 서류나 대출 신청 서류는 다르지 않다”며 “하나은행의 대출 심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화제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최근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자 박 회장을 상대로 50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며 “하나은행 역시 박 대표나 박 회장을 상대로 대출금 반환 소송이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낼 가능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화제분, 한국일보 인수 물 건너가나 



삼화제분 모자간 재산 다툼은 한국일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일보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회생 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을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았다. 12월에는 삼화제분 컨소시엄이 한국일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일보와 삼화제분 컨소시엄은 올 2월 말 투자 계약(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법원의 최종 승인만 나면 사실상 회생 절차가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박만송 삼화제분 회장의 부인 정상례씨는 지난해 10월 주주권 확인 소송을 박원석 대표에게 제기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별도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원석 삼화제분 대표의 대주주 지위나 대표이사 선출 절차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일보 인수 절차 또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었다.

그동안 법원은 정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와의 주주권 확인 소송이나 한국투자저축은행과의 근저당 말소 소송 과정에서 박 회장의 인감이나 서명이 위조됐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정씨는 지난 4월 주식증여계약서의 인영 감정을 의뢰하면서 결과가 나오는 5월까지만 한국일보 인수 본계약의 최종 승인을 늦춰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요청했다. 지난 5월 말 주식증여계약서의 인감마저 위조됐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인수 주체로서 삼화제분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한국일보에 통보했다. 삼화제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라도 한국일보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법원은 박 대표에게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곳은 박 대표 개인이 아니라 삼화제분 컨소시엄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박 대표는 2011년 6월과 9월에 삼화제분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삼성상호저축은행에서 47억5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이 담보물에 대한 추가 가압류가 이뤄지면서 삼성저축은행은 최근 경매 착수 예고장을 서울 압구정동 박 대표의 자택으로 발송한 상태다. 박 대표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일보 회생 절차도 늦춰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한국일보 내부에서는 5월 초까지는 법정관리 졸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늦어도 60주년 창간기념일인 6월9일까지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고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삼화제분 모자간 다툼으로 인해 한국일보 회생 절차에도 차질이 생겼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인수 주체에 대한 자격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매각 절차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이 한국일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측은 현재 재매각 등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학 한국일보 신임 편집국장은 6월11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변화를 위한 구성원들의 각오는 대단하다”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